규수전설(閨秀傳說)
한복 소매 깃 곱게 여미고
삼단 같이 치렁치렁한 머리
단옷날 청포 물에 여러 번 헹구어
참빗으로 곱게 빗고 빚어
길게 꽈리 틀어 단정히 올리고
다소곳이 살포시 눈웃음짓는 이여
어느 규방 소리 없는 아리따운 님이여
고운 눈웃음 하마 셀까 살며시 감추고
버선발로 오뚝 선 고운 색시여
고운 그대의 분(粉)향기 방안에 진동할 때
너의 화용월태(花容月態) 목단화 같네
꽃은 꽃이지만 향기가 없어
분 발라 치장하는 화조도(花鳥圖)처럼
신라 천년 사직(社稷)의 한 가운데
외로이 가냘픈 몸으로 지탱을 하던
선덕(善德)과 진덕(眞德)의 슬픈 이야기
거친 격랑(激浪)이는 도도한 역사의 흐름
주절이 주절이 열리는 애환(哀歡)속에서
언제나 다소곳이 옷깃만 여미는
지나간 날들과 오늘과 내일의
풍진 들녘에 서 있을 우리 여인네여
시(詩)란?
시란? 제 눈에 안경이라고 한다
시란? 원숭이 손에 들려진 화필(畵筆)이라고 한다
아무 물감이나 콕 찍어 하얀 화폭에
이리 저리 어지럽게 난사(亂寫)하는
한 폭의 정물화나 풍경화라고 한다
시란? 저자거리의 약장수 손에 들려진
메가폰(megaphone)이라고 한다
아무 소리나 시도 때도 없이
즉흥적 감흥을 따라
난사(亂辭)하는 말 대포
훈향(薰香)이 감도는 고향을 떠난 시(時)
정처 없이 갈 지(之)자로 걷는 세태
방향감각을 잃어버리고 휘청거리다
번지 없는 주막에서 주모가 따라주는
얼큰한 동동주 한 사발에 취기가 어리면
주렁주렁 열리는 흥부네 초가집
지붕에 매달린 요술 박이 된다
시란? 피라밋 동네 스핑크스라고 한다
언변(言辯)의 달인들에게 꼼짝없이 걸리면
이리 저리 요리 조리 재단(裁斷)되고 마는
설(說)설(說) 기다가 얼얼- 언(言)언(言)-해지는
도깨비 손에 들려진 요술 방망이라고 한다
시란? 변학도 곤장에 녹아나는 춘향이라고 한다
주릴 틀고 짜고 또 짜면 횡설수설해져
입안이 얼얼해질 때까지 나불거려야 하는
절개 굳고 심지 곧은 춘향이 지조(志操)라고 한다
땀 흘린 날은 그대가 그립다
앙상한 체취, 살아온다고 묻어난 땀방울들
깨끗이 털어 내 버리고 그대에게로 달려간다.
사랑은 진한 땀방울도 다 흡수한다고 하는데
목욕재계란 나에게는 전혀 안 어울리는
절차요 형식이요 까다로운 격식에 불과한 걸
땀 냄새 풀풀 나는 생활의 정이 묻은 그대로
그대에게 달려가고파 그대하고 엉기고 싶어
실한 3판 2선승 씨름 한번 붙어봐
아님 사각의 정글 레슬링 한번 거나하게 해봐
심판은 없어 우리 둘 이가 심판이고 선수야
황소처럼 저돌적으로 그대에게 달려가고 싶어
그대 하얀 매트 푹신하도록 잘 손질해놔봐
혹시 알아 오늘은 폴승을 거둘지 누가 알아
아님 기권승을 이끌어 낼지도 몰라
내일 아침 얼큰한 명태 동탯국 맛있게 끓여나 봐
그것 먹고 힘내서 포청으로 달려갈지 누가 알아
바람같이 씽씽 달려나가는 통테에 실은 이내몸
가쁜 하게 달려가지 은근슬쩍 눈 꼬리 웃음으로
배웅하지마 언제나 내게 씨름은 버거워
세월 가고 머리 이슬이 듬성듬성 내리니
레슬링 하는 것도 이제 힘이 지치는 가봐 !
그래도 어쩔 거냐? 한 동안 계속 해야 하는 것을 ... ...
용두질과 오동서
젊음의 뜨거운 피가 펄펄 끓을 때
넘쳐나는 정열 안으로 삭일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오동서 힘을 빌어야 했던
젊은 날의 자화상이 떠오르는 것은
아마도 절실한 원초적 본능을 해결해야 할
절박한 사정이 있기 때문이지
그나마 돈이 있다면 시원하게 배설할 수도 있겠지만
양심상 도의상 위생상 그것도 참 애로가 많아
할 수 없이 용두질을 해 대야 하는
거기에 젊은 날의 애로가 있다
운동이다 건전한 스트레스 해소다 하여
이것저것 해 보지만 넘쳐 나는 뜨거운 에너지는
분출할 수 없어 할 수 없이 그 짓을(?) 해 대야 하는
그 이면에 숨은 어쩔 수 없는 건전한 욕망들
그것은 나쁜 짓이 아니다 그것은 욕구불만의 해소책이다
마스터베이션은 절묘한 행위 예술임을
그 시절을 넘고 지나온 사람들은 말은 안 하지만
다 거기에 심정적으로 동조를 하고 있다
뉘앙스
‘아’ 다르고 ‘어’다르다
나라마다 있는 속담과 격언
오랜 세월 풍우에 다듬어져
격조(格調)있게 인구에 회자되는 것
생활의 뿌리에서 스물 스물 풍겨날 때
걸찍한 해학과 풍자로 난무할 때
생활의 도구(道具)로 천착(穿鑿)되어
민족의 혈맥(血脈)속으로 유유히 흘러
고유한 역사와 전통이 되어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우리가 즐겨 쓰는 생활의 지혜
껄끄럽고 까칠한 사람틈새로
비집고 들어온 매끄러운 윤활유
풍토와 환경과 처지와 형편
나라마다 다른 것
이 모양 저 모양으로
사람들에게 어필하는
‘Oh, My God'이 되었다
정신일도 하사불성(精神一到 何事不成)
-정신을 하나로 모으면 못 이룰 일이 없다-
언뜻 듣기에 이치에 맞는 말
곰곰이 헤아리고 따져보면
오류와 모순투성이
참 자신에 넘치는 것까지는 좋지만
무소불위(無所不爲)의 제왕적(帝王的) 사고 발상
그로 인해 파생되는 무수한 시행착오(施行錯誤)
‘되는 것은 된다’.‘ 안 되는 것은 안 된다’
‘그른 것은 그르다’,‘옳은 것은 옳다’
이게 이치에 맞는 말이다
너무 자신 만만해하지 마라
오만과 독선, 아집과 편견에 사로잡혀
진리(眞理)를 오도(誤導)하지 말라
불가능을 가능으로 착각하지 마라
무수히 해 아래 자행되는 작태(作態)들
문명이라는 허울로 쌓는 무너질 바벨탑
인본주의(人本主義) 만능(萬能)의 탈을 쓴
가시와 엉겅퀴가 무성히 자라는 데
누가 심령의 허기진 알싸한 골짜기
바싹 말라 비틀어져 가는 사막
거기에 생명수(生命水)를 공급할까?
아무리 궁구(窮究)해봐도 인력으론 난감한 걸
거기에 바람에 나부끼는 풍성(風聲)
허울과 미맹(味盲)과 맹신(盲信)
탁류처럼 요동치는 과학만능사조
사람들은 저리도 목말라 하는데
‘정신일도하사불성(精神一到何事不成)’
깃발처럼 나부끼는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들녘에 나가보니
무르익는 향긋한 봄 향기
알싸한 사월의 노래
태깔 고운 사람들의 의상(衣裳)
천지에 흐드러지고 있는 고운 기운(氣運)
언 가슴 풀어헤치는 솔솔 봄바람
땅 바닥에 깔리는 신록의 푸르름
눈부신 날들의 나들이
거리마다 들려오는 생명의 숨쉬는 소리
오고 가는 발걸음마다 산뜻한 내음새
주절이 주절이 열리는 하늘 아래 동네 이야기
논배미마다 넘쳐나는 밥풀들의 속삭임
밭이랑마다 지절대는 새들의 고운 하모니
살랑거리는 간지러운 사월의 애무(愛撫)
황홀하게 너울거리는 봉접(蜂蝶)의 유희(遊戱)
듣고 보고 느끼는 온 몸에 차 오르는 희열(喜悅)
저 푸른 들판 넘쳐나는 환희의 찬가(讚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