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소통에 문제가 있는 사람은 그냥 입을 닫았으면 좋겠다"( I wish people who have trouble communicating would just shut up)고 일갈했던 미국의 풍자시인이며 음악가 겸 수학자 톰 레러가 저하늘로 떠났다. 향년 97.
하버드 대학에서 수학자의 꿈을 키웠던 그는 다재다능했다. 위어드 알 얀코비치 같은 현대 코미디언들에게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
친구 데이비드 허더가 일간 뉴욕 타임스(NYT)에 그의 죽음을 알렸다고 영국 BBC가 27일(현지시간) 전했다. 1928년 맨해튼에서 태어난 그는 클래식 전문 훈련을 받은 피아니스트였지만, 음악적 성공에도 불구하고 생의 대부분을 상아탑에서 보냈다. 그가 교단에 선 대학은 하버드를 비롯해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 캘리포니아대학 등이다.
NYT에 따르면 그는 코네티컷주 루미스 채피 학교를 조기 졸업한 뒤 하버드에 진학해 수학을 전공하고 열여덟 살이던 1946년 학사 학위를 땄다. 그곳에서 석사 학위까지 취득한 그는 컬럼비아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지만 마치지는 못했다. 그는 하버드 재학 중 친구들을 즐겁게 하려고 가사를 쓰기 시작했다.
레러의 풍자 노래 가운데 가장 오래 사랑을 받은 것은 '원소들'(The Elements)인데 100개가 넘는 화학 원소를 암기한 노래였다. 19세기 길버트 앤 설리번의 코믹 오페라 ' The Pirates of Penzance'에 나오는 'I Am the Very Model of a Modern Major-General' 노래 선율에 맞춰 한글 식으로 하면 '수헤리베붕탄질산...' 식으로 읊어댄다. 우리의 영원한 해리 포터 대니얼 래드클리프가 2010년 BBC의 한 프로그램에 나와 이 노래를 완벽하게 소화한 것이 화제가 됐다.
팬들이 좋아한 레러의 다른 노래로 '마조키즘 탱고'가 있는데 사랑하는 이의 과격한 열정을 비꼬았다. '당신 입맞춤에 아픔을 느껴요, 여보/ 하지만 당신 채찍질에 더 큰 아픔을 느껴요, 여보/ ...'(I ache for the touch of your lips, dear / But much more for the touch of your whips, dear...) 이런 식이다.
그는 성병 전염에 대해 노래한 네크로필리아 서사시 'I Hold Your Hand in Mine, I Got It From Agnes'와 "시안화물로 코팅된 땅콩"에 대한 새들의 식욕을 자세히 설명한 'Poisoning Pigeons in the Park' 등 어두우면서도 코믹한 발라드로 유명했다.
1953년 그는 포스트를 통해 판매된 음반 'Tom Lehrer's Songs'를 발표했다. 입소문으로 성공을 거둬 약 50만 장이 팔렸다. BBC는 이듬해 대부분의 노래를 방송에서 금지했다. 앨범의 성공 이후 레러는 뉴욕, 로스앤젤레스, 샌프란시스코 나이트클럽과 반전 및 좌익 단체를 위한 행사에서 공연하기 시작했다.
그는 1965년 앨범으로 제작된 풍자 영국 쇼 'That Was the Week That Was'의 미국판을 위해 노래를 썼다. 교회를 조롱하는 래그타임을 배경으로 한 가톨릭 찬송가 바티칸 래그(Vatican Rag)는 핵무기를 비난하는 다른 노래들과 함께 등장했다.
가장 주목할 만한 노래는 'We Will All Go Together When We Go'로, "오, 우리는 모두 함께 튀길 때 함께 튀길 것입니다/ 우리는 프렌치 프라이드 감자가 될 것입니다/ 더 이상 불행은 없을 것입니다/ 세상이 우리의 로티세리(rotisserie, 전동 회전식 고기 굽는 장치)일 때 / 예, 우리 모두는 튀길 때 함께 튀길 것입니다"라고 가사가 돼 있다.
그는 1970년대 교육용 어린이쇼 'The Electric Company'에 곡을 썼고, 1980년 연극 프로듀서 캐머런 매킨토시가 자신의 작품을 바탕으로 쓴 뮤지컬 풍자극(revue) '톰풀러리'(Tomfoolery)를 올리면서 그의 노래를 부활시켰다.
NYT에 따르면 그는 또 1972년부터 2001년까지 캘리포니아 대학에서 수학과 뮤지컬 연극 과정을 가르쳤다. 2020년 레러는 자신의 작곡 저작권을 공개 도메인에 배치해 누구나 자신의 작품을 무료로 연주, 녹음 또는 해석할 수 있게 했다. 자신의 녹음에 대한 모든 권리도 포기했다.
당시 그는 자신의 웹사이트에 올린 성명을 통해 "요컨대, 난 더 이상 내 노래에 대한 어떤 권리도 보유하고 있지 않다. 그러니 스스로를 돕고 내게 돈을 보내지 말라"고 당부했다. 또 웹사이트가 "그리 멀지 않은 미래의 어느 시점에 폐쇄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하지만 부고를 적는 시점에도 여전히 웹사이트는 활성 상태이긴 했다고 덧붙였다.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이 1973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하자 "이제 정치 평론도 한 물 갔다"고 탄식하는 등 정치 풍자에도 거침이 없었다. 아래 노래는 '안녕 엄마(3차 세계대전 노래)'인데 2차 대전 노래가 이미 레드 오션이 돼 3차 대전 노래를 블루오션 용으로 만들었다는 발언으로 사람들을 웃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