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미상 등 여러 상을 수상한 클래식 음악 방송인 험프리 버튼 경이 94세의 나이로 별세했다고 영국 BBC가 17일(현지시간) 전했다. 그는 1970년대와 80년대 BBC의 옴니버스와 인 퍼포먼스 아트 프로그램을 진행했으며, 6년간 음악 및 예술 부문 책임자를 역임했고, 다큐멘터리 시리즈 '아레나'를 출범시켰다. 국내에는 1974년 앳된 모습의 한국인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와 나눈 인터뷰가 클래식 팬들에게 제법 알려져 있다.
이날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세상을 떠난 험프리 경은 BBC 올해의 젊은 음악가 대회를 창립해 젊은 클래식 인재를 소개하고, 라디오 3와 클래식 FM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가족은 성명을 통해 "고인은 자녀들과 손주들에게 깊이 사랑받았으며, 클래식 음악의 기쁨을 전하려는 그의 헌신이 매우 감동적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말로 다 할 수 없을 만큼 그가 그리울 것이다. 그가 이제 평안히 누워 있다는 사실에 위안을 얻는다"고 덧붙였다.
클래식 FM은 그가 "텔레비전과 라디오에서 클래식 음악의 황금기를 형성하는 데 기여했다"고 기렸다.
윌트셔 주 트로브리지에서 태어난 그는 BBC 라디오에서 경력을 시작했으며, 1950년대와 60년대 프랜시스 풀랑, 카운트 베이시, 오스카 해머스타인, 글렌 굴드 등 다양한 작곡가와 음악가들을 인터뷰했다.
그는 1972년 '베토벤: 빈에서의 축제 레너드 번스타인'을 제작 및 연출한 공연으로, 그리고 1988년 '위대한 공연' 에피소드 '거슈윈 축하'로 두 차례 에미상을 수상했다. 또 연극, 음악, 예술을 다룬 ITV 시리즈 '아쿠아리우스'로 영국아카데미(BAFTA) 상을 받았다.
1978년에는 BBC 올해의 젊은 음악가 대회를 공동 창립하고 진행했으며, 이 대회는 바이올리니스트 니콜라 베네데티와 첼리스트 셰쿠 카네-메이슨 같은 솔리스트들을 발굴했다. 그는 클래식 음악과 예술에 대한 공로로 2020년에 기사 작위를 받았다.
버튼은 이듬해 텔레그래프 인터뷰를 통해 "만약 내가 지금 컨트롤러라면, 새로운 극작가를 영입하려고 노력했을 것이다. 물론 지금은 해롤드 핀터 같은 작가와 맞설 만한 사람이 없지만"이라면서 "새로운 감독도 영입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재능과 좋은 스토리텔링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BBC 라디오 3는 사망 소식을 전하며 "매우 사랑받는" 방송인을 추모하며 "여러 세대의 예술 프로그램 제작자들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BBC 예술 및 클래식 음악 TV 책임자인 수지 클라인은 "예술과 클래식 음악 방송사에서 험프리만큼 영향력 있는 인물은 드물다"면서 "그의 비전, 야망, 국경을 넘는 파트너십 구축 능력은 세계적 수준의 오페라, 클래식 음악, 예술 프로그램을 수백만 명의 가정에 가져다줬다"고 상찬했다. 이어 "험프리는 BBC와 그 너머에 엄청난 유산을 남겼으며, 우리의 생각은 그의 가족과 친구들과 함께 한다"고 덧붙였다.
모자란 소개를 위키피디아 내용으로 채운다. 1931년 3월 25일 카운티 교육 부국장인 해리(필립) 버튼과 조산사인 아내 케이(헨우드)의 아들로 태어나 1943년부터 1947년까지 남녀공학 진보 학교인 롱 데인에게, 1947년부터 1949년까지 톤브리지의 저드 스쿨에 다녔다.
그는 왕립 신호대에서 18개월 복무한 뒤 1951년부터 1954년까지 케임브리지 대학 피츠윌리엄 하우스에서 음악과 역사를 공부했다. 그 후 프랑스 정부 장학금으로 일 년 동안 프랑스에서 18세기 음악 생활을 연구했고, 1955년 BBC 라디오에 연수생 스튜디오 매니저로 입사했다. 그는 녹음 프로그램 제작 부서로 파견돼 1957년부터 트랜스애틀랜틱 턴테이블 진행자로 정기 방송을 시작했다. 그를 기리는 많은 관대한 부고 중 하나에서 "방송에 입문하기 전까지 그는 빌로 알려졌으며, 어머니는 기사 작위를 받았을 때 좋게 들릴 것이란 이유로 험프리라는 이름을 선호했다"는 내용도 있다.
이듬해 그는 BBC 텔레비전으로 옮겨 새로운 예술 프로그램 '모니터' 제작진에 합류했다. 그는 켄 러셀, 존 슐레진저, 데이비드 존스, 피터 뉴잉턴과 함께 많은 스튜디오 프로그램과 다큐멘터리를 연출했으며, 1962년 멘토 휴 휠던의 뒤를 이어 편집장으로 승진했다.
버튼은 1964년 4월 개국한 BBC2 개국 준비를 주도했으며, 이듬해 BBC 최초의 음악 및 예술 책임자(1965~67)로 임명됐다. 1965년에는 음악 프로그램 창의성으로 BAFTA 올해의 최고 상(당시 SFTA)을 수상했으며; 출연작으로는 '골든 링', '엘가'(프로듀서), '마스터 클래스', '워크숍'이 있다.
그 뒤 8년간 상업 텔레비전에서 일했으며, 런던 위켄드 텔레비전의 창립 멤버 중 한 명이었으며, 드라마, 예술, 음악 부서장을 역임한 후 경영직에서 사임하고 수상 경력에 빛나는 예술 시리즈 '아쿠아리우스'(1970~75)를 기획, 편집, 진행했다. 이 시리즈는 '더 사우스 뱅크 쇼'의 전신이기도 하다. 그의 연출 경력으로는 '위대한 곤돌라 경주'와 '알프레드 브렌델, 녹음의 해부'가 있다.
버튼은 BBC에 복귀, 음악 및 예술 부서장으로 두 번째 임기를 맡아 '올해의 젊은 음악가'와 '아레나' 같은 장기 프로그램을 만들었으나, 1981년 50세에 경영직을 사임하고 연출에 집중했다. 그는 1988년까지 BBC에 남아 공연 프로그램 편집자와 프로움 및 로열 오페라 하우스, 잉글리시 내셔널 오페라, 글린드본, 스코티시 오페라(번스타인의 캔디드)에서의 오페라 중계 감독을 맡았다. 옴니버스에서 그는 1985년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레퀴엠 세계 초연을 연출했고,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제작기'를 만들었다.
프리랜서 활동은 1970년에 시작했으며, CBS TV를 위해 에미상 수상 200주년 기념 '베토벤의 생일'을 제작 및 연출했다. 이후 A&E에서 방영됐고, VHS 및 DVD 출시에서는 프로그램 제목이 '베토벤의 번스타인, 빈에서의 축제'로 바뀌었다.
지휘자이자 작곡가 번스타인과 20년의 인연을 이어갔으며, 170편이 넘는 다큐멘터리를 감독하고 콘서트를 촬영했으며, 여기에는 말러, 베토벤, 슈만, 브람스 등 여러 작곡가들의 교향곡 사이클과 번스타인 자신의 작품들도 포함된다. 이 영화들은 거의 모두 뮌헨의 유니텔 회사를 위해 제작됐다. 그는 또 카라얀, 솔티, 클라이버, 아바도 등 다른 위대한 지휘자들과, 포고렐릭, 브렌델, 지메르만 같은 피아니스트들과도 작업했다.
1983년 할리우드 볼의 객원 감독으로, 1988년 탱글우드의 70번째 번스타인 생일 파티 감독을 맡았다. 그는 1988년부터 1991년까지 바비칸 미술관의 예술 고문으로 재직하며, 스칸디나비아 예술의 수상 경력에 빛나는 축제인 '북부의 질주(Tender is the North)'를 책임졌다. 1990년 번스타인이 사망한 후, 버튼은 뉴욕에서 3년간 전기 '레너드 번스타인, 한 생애'(1994)를 집필했다.
2000년의 예후디 메뉴힌과 2002년 OUP 출판의 '윌리엄 월튼 – 낭만적인 외로움'(모린 머레이와 공동 저술)로 이어졌다. 뉴욕에서 돌아온 후 10년 동안 그는 미국과 유럽을 오가며 클래식 음악(클래식 FM과 라디오 3), 오페라, 발레, 다큐멘터리, 음악 경연대회의 감독 및 프로그램 진행자로 활동했다. 그는 70번째 생일을 맞아 로열 앨버트 홀에서 베르디의 레퀴엠을 지휘하며 전립선 연구 자선단체를 위해 7만 5000파운드를 모금했다. 2001년 이후 올드버러로 이주하여 2010년부터 올드버러 뮤직 클럽 회장을 맡고 있으며, 지역 영화관에서 15시즌 동안 마티네 뮤지칼레를 진행했다. 2011년에는 80번째 생일을 기념해 슈베르트 주말 행사를 열었다.
1957년 버튼은 그레텔 데이비스와 결혼했으나, 이후 이혼했다. 1970년에는 스웨덴 라디오 및 텔레비전 진행자 크리스티나 한세고르드와 결혼했다. 여섯 자녀를 남겼는데 크리스 하키(1949년생), 텔레비전 프로듀서이자 교사인 클레어 디블(1959년생), 배우 겸 연출가이자 연극 교사인 매튜 버튼(1962년생), 예술가이자 미술치료사 헬레나 버튼(1968년생), 텔레비전 및 영화 작곡가이자 프로듀서 루카스 버튼(1971년생), 그리고 텔레비전 및 라디오 진행자인 클레멘시 버튼힐(어머니는 질리언 하우저, 1981년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