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자를 찾아내시는 분
어릴 적 숨바꼭질을 할 때면 가장 좋은 은신처를 찾기 위해 온 동네를 돌아다니곤 했다. 담장 뒤에 숨기도 하고, 창고 구석에 웅크리기도 했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깨달았다. 사람은 어린 시절보다 어른이 된 뒤에 더 깊이 숨는다는 것을.
사람들은 말한다. 성공하면 자신감이 생긴다고. 인정받으면 당당해진다고. 그래서 더 높은 자리로 올라가려 하고, 더 많은 박수를 받으려 애쓴다. 그러나 세상이 주는 자신감은 모래 위에 지은 집과 같다. 성공이 무너지면 함께 흔들리고, 칭찬이 사라지면 금세 작아진다.
성경 속 아담도 그랬다. 죄를 지은 후 그는 하나님을 향해 달려가지 않았다. 나뭇잎으로 몸을 가리고 숲속으로 숨었다. 두려움과 부끄러움이 그를 숨게 했다. 어쩌면 우리도 다르지 않다. 실수했을 때, 실패했을 때, 기대에 미치지 못했을 때 사람들의 눈길을 피해 마음속 숲으로 숨어든다.
그때 하나님은 에덴동산을 거니시며 물으셨다. "아담아 네가 어디 있느냐." 이 질문은 아담의 위치를 몰라서 던진 질문이 아니었다. 숨은 자를 향한 하나님의 애타는 부르심이었다. 숨어 있는 사람을 찾아내시는 하나님의 사랑이었다.
성경은 숨은 사람을 찾아 나서는 하나님의 이야기로 가득하다. 광야에 은신해 있던 모세를 찾아내셨고, 형들 사이에서 주목받지 못하던 다윗을 찾아내셨다. 군중들 가운데 있던 세리 삭개오를 불러내셨고, 실패와 좌절 속에 숨어 있던 베드로를 다시 일으켜 세우셨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 매달리셨다. 그 십자가는 하나님께서 끝까지 우리를 포기하지 않으신다는 선언이다. "나는 네 이름을 안다. 나는 여전히 너를 사랑한다."라고 말씀하시는 하나님의 음성이다. 십자가 아래에서는 숨을 이유가 없다. 죄보다 큰 용서가 있고, 상처보다 깊은 사랑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하나님 앞에서는 움츠러들 필요가 없다. 세상은 사람을 높고 낮음으로 나누지만, 하나님은 그렇지 않다. 사람은 학력과 재산과 지위로 평가하지만, 하나님은 존재 자체를 귀하게 여기신다. 하나님의 눈에는 모든 사람이 소중하다.
때로는 내가 너무 작게 느껴질 때가 있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며 자신을 초라하게 여길 때도 있다. 그러나 그 순간에도 하나님은 말씀하신다. "너는 소중한 존재다." 세상은 몰라줘도 하나님은 알고 계시고, 사람들이 지나쳐도 하나님은 주목하고 계신다.
오늘도 혹시 마음 한구석에 숨어 있는가. 상처 때문에, 부끄러움 때문에, 실패 때문에 움츠러들어 있는가. 그렇다면 하나님의 부르심에 귀를 기울여 보자. "네가 어디 있느냐." 그 음성은 숨은 자를 찾아 품에 안으시는 사랑의 음성이다. 하나님은 지금도 숨어 있는 사람을 찾아내신다. 그리고 말없이 손을 내미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