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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이야기

어느 시골 우체부의 친절

작성자공학섭|작성시간26.06.10|조회수17 목록 댓글 0

어느 시골 우체부의 친절

 

한 장의 편지가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꾸고, 한 사람의 작은 친절이 한 시대의 인재를 만들 수 있다. 우리는 흔히 세상을 움직이는 것은 거대한 힘이나 특별한 능력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세상을 바꾸는 것은 아주 작은 관심과 따뜻한 마음일 때가 많다.

전남 해남의 가난한 농촌 마을에서 한 소년이 태어났다. 그는 머슴의 아들이었고, 태어날 때부터 몸이 약했다. 홍역을 심하게 앓아 어머니는 아이가 제대로 성장할 수 있을지 걱정했다. 집안 형편은 넉넉하지 못했다. 초등학교를 졸업한 뒤에도 중학교에 진학할 수 없었다. 아버지를 따라 산에 올라 나무를 하고 풀을 베며 생계를 도와야 했다.

그러나 소년의 마음속에는 공부하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너무 높고 두꺼운 벽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소년은 교회에 나가 기도하기 시작했다. 며칠 동안 하나님께 학교에 갈 수 있게 해 달라고 간절히 기도했다. 그리고 마침내 한 장의 편지를 썼다. “하나님, 저는 공부를 하고 싶습니다. 굶어도 좋고 머슴을 살아도 좋습니다. 제게 공부할 길을 열어주세요. 그 길만 열린다면 제 생애를 바치겠습니다.”

봉투 앞면에 하나님 전상서라고 적었다. 그 편지를 수거한 집배원은 주소도 없고 받는 이는 하나님이었다. 규정대로라면 반송하거나 폐기할 수도 있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 우체부는 달랐다. 오히려 그 안에 담긴 간절함을 읽어냈다. 고민 끝에 "하나님께 보내는 편지라면 교회로 가야 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했고, 해남읍의 한 교회 목사에게 전달했다. 그 편지를 읽은 목사는 감동이 되었다. 그리고 소년을 교회가 운영하는 보육원에서 생활하게 하고 중학교에 진학할 수 있도록 도왔다. 소년은 누구보다 열심히 공부했고 마침내 대학에 진학했다.

그는 의사가 되어 가난한 사람들을 돕고 싶었고, 더 나아가 신학을 공부하며 하나님 나라를 위해 헌신하고 싶었다. 이후 스위스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귀국하여 한신대학교 교수와 총장을 역임했다. 그 소년이 바로 오영석 전 한신대학교 총장이다. 사람들은 종종 오영석 총장의 성공과 노력에 감탄한다. 물론 그의 간절함과 성실함은 충분히 존경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그 이야기 속에는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또 한 사람이 있다. 바로 시골 우체부이다. 하찮고 우스워 보일 수 있는 편지를 함부로 취급하지 않았다. 그 작은 친절이 한 소년의 인생을 열어주었다.

우리가 무심코 건네는 말 한마디가 누군가에게는 살아갈 힘이 될 수 있다. 우리가 베푸는 작은 관심이 누군가의 미래를 바꾸는 출발점이 될 수도 있다. 우리에게는 별것 아닌 친절이지만, 누군가에게는 평생 잊지 못할 은혜가 될 수 있다. 세상은 거창한 영웅들만으로 변화되지 않는다. 이름 없는 우체부들, 묵묵히 사랑을 전하는 사람들, 누군가의 간절함을 가볍게 여기지 않는 사람들에 의해 조금씩 따뜻해진다. 오늘 하루 우리도 누군가의 작은 희망을 연결해 주는 따뜻한 우체부로 살아가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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