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삶의 이야기

질병에 종교의 광맥이 묻혀 있다

작성자공학섭|작성시간26.06.23|조회수12 목록 댓글 0

질병에 종교의 광맥이 묻혀 있다

 

몸이 아프거나 마음이 약해 있을 때면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가까운 아내에게 어리광을 부리고 싶고, 남편이나 아내가 곁에 없으면 자식에게라도 하소연하고 싶어진다. 시골에 홀로 계신 어머니께 전화를 드리면 기다렸다는 듯이 어디가 아프시다는 말씀을 먼저 하신다.

그렇게 말씀하신다고 병이 낫는 것도 아니고, 먼 곳에 사는 자식이 당장 달려올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사람은 아프면 자신의 고통을 누군가와 나누고 싶어 한다. 위로받고 싶고, 이해받고 싶은 것이다. 나 역시 나이가 들고 보니 몸이 불편할 때면 자식들이 생각난다. 그래서 자식들이 가까이 사는 곳으로 이사를 하게 되었다. 인간은 본래 의지할 대상을 찾는 존재인지도 모른다.

인간이 종교에 가까이 다가가는 가장 빠른 길 가운데 하나도 아픔이다. 몸이 건강하고 모든 일이 순조로울 때는 자신의 힘으로 살아가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병이 찾아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유 없이 기운이 빠질 때도 있고, 병원 검사 결과를 기다리며 혹시 큰 병은 아닐까 두려움에 사로잡힐 때도 있다. 그럴 때 사람은 자신의 한계를 절감한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자신보다 크신 분을 찾게 된다.

나는 큰 병을 앓아 본 적은 없지만, 진단을 앞두고 무서운 상상을 해 본 적은 있다. 그때마다 더욱 하나님께 가까이 나아가게 되고 저절로 무릎이 꿇어진다. 평소에는 무심히 지나쳤던 기도의 시간이 간절해진다. 또한 비로소 병상에서 신음하는 사람들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헤아리게 된다.

그래서 나는 모든 질병 속에는 종교의 광맥이 흐르고 있다고 생각한다. 광부가 어두운 갱도를 깊이 파고 들어가야 비로소 광맥을 발견하듯이, 사람도 질병이라는 어두운 터널을 지나면서 자신의 영혼 깊은 곳에 숨겨져 있던 신앙을 발견하게 된다. 평소에는 보이지 않던 은혜가 보이고, 당연하게 여기던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 병은 육신을 약하게 만들지만, 때로는 영혼을 더욱 단단하게 만든다.

물론 누구도 아프기를 원하지 않는다. 건강은 큰 축복이다. 그러나 어쩌다 병이 찾아왔다면 염려에만 매여 있을 것이 아니라 기도에 매여야 한다. 두려움에 사로잡힐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 더욱 단단히 붙들려야 한다. 느슨해졌던 신앙을 바로 세우는 기회로 삼고, 돌아보지 못했던 이웃을 돌아보아야 한다. 특히 병으로 몸부림치는 사람들을 향한 연민과 공감을 배우는 시간이 되어야 한다.

통증이 느껴질 때마다 그것을 살아 있음의 증거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고통은 반갑지 않은 손님이지만, 때로는 우리를 깨우는 스승이 되기도 한다. 병이 나으면 건강의 소중함을 새롭게 알게 되고, 이전보다 더 아름답고 성스럽게 살아야겠다고 다짐하게 된다.

옛말에 아프면 큰다고 했다. 아이는 몸이 자라고, 어른은 영혼이 자란다. 이미 다 자란 사람에게 찾아오는 병은 육체를 성장시키지는 못하지만, 마음을 깊게 하고 영혼을 넓게 만든다. 병이 우리를 무너뜨리는 것만이 아니라 더 성숙한 사람으로 빚어 가는 과정이라면, 질병 또한 하나님께서 우리 인생의 깊은 곳에 숨겨 놓으신 은총의 광맥인지 모른다.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