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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이야기

공일(空日)인가, 홀리데이(Holy Day)인가

작성자공학섭|작성시간26.06.23|조회수12 목록 댓글 0

공일(空日)인가, 홀리데이(Holy Day)인가

 

내가 어릴 적에는 일요일을 공일(空日)이라고 불렀다. 토요일은 반공일이라고 했다. 학교도 쉬고 일도 쉬는 날이니 비어 있는 날이라는 뜻이었을 것이다. 그 시절 아이들에게 공일은 공부에서 해방되는 즐거운 날이었지만, 한편으로는 특별한 의미 없이 흘려보내는 날이기도 했다.

그런데 서양 문화 속에는 휴일을 가리키는 말로 홀리데이(Holiday)’라는 표현이 있다. 본래 이 말은 거룩한 날(Holy Day)’에서 유래했다. 단순히 쉬는 날이 아니라 하나님께 구별하여 드리는 날이라는 뜻이 담겨 있다. 같은 휴일이라도 그 안에 담긴 의미는 사뭇 다르다.

구약시대의 성도들은 금요일 해 질 때부터 토요일 해 질 때까지를 안식일로 지켰다. 안식일이 되면 육체의 노동을 멈추고 창조주 하나님을 기억하며 예배했다. 하나님께서 엿새 동안 천지를 창조하시고 일곱째 날에 쉬셨기 때문이다. 하나님은 그날을 복되게 하시고 거룩하게 구별하셨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 달려 죽으시고 부활하신 이후, 초대교회 성도들은 주님의 부활을 기념하며 주간의 첫날인 일요일에 모여 예배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기독교인들은 일요일을 '주일'이라 부른다. 주일은 단순히 한 주의 마지막 휴일이 아니라 부활하신 주님을 기억하는 날이며, 새 창조의 시작을 기뻐하는 날이다.

주일은 분명 쉼의 날이다. 바쁜 일상을 잠시 멈추고 몸과 마음을 쉬게 하는 날이다. 그러나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주일은 창조주 하나님을 기억하고, 구속주 예수 그리스도를 예배하며, 삶의 방향을 다시 하나님께 맞추는 날이다. 육체의 휴식과 영혼의 안식이 함께 이루어지는 날인 셈이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에게 일요일은 그저 쉬는 날에 불과하다. 늦잠을 자고, 여행을 가고, 취미생활을 즐기며 하루를 보낸다. 물론 그것도 필요하다. 그러나 하나님 없이 보내는 주일은 어쩌면 공일(空日)이 될 수 있다. 몸은 쉬었지만 영혼은 비어 있고, 하루는 지났지만 마음에는 남는 것이 없는 날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하나님 없는 인생은 겉으로는 풍성해 보여도 결국 공허함에 이르기 쉽다. 반대로 하나님을 기억하며 사는 인생은 평범한 하루도 거룩한 의미를 품게 된다.

그래서 일요일은 단순한 휴일이 아니라 주일이어야 한다. 공일(空日)이 아니라 홀리데이(Holy Day)여야 한다. 하나님께 예배하고 쉼을 누리는 날, 몸과 영혼이 함께 새로워지는 날이어야 한다. 그럴 때 일요일은 비어 있는 날이 아니라 가장 충만한 날이 되고, 우리의 인생 또한 더욱 거룩하고 아름답게 빚어져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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