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전항 동전차갱에서
김태수
50년 만에 찾아가 본 흥전항 동전차갱은
흉부엑스레이 사진 같은 모습이다
에치빔이 제 몸을 갈비뼈처럼 굽혀 만든
갱도에 들어서니 내 몸도 그냥 휘어진다
천장과 벽의 절장목은 땀에 젖어있고
갱내수 흐르는 소리가 환자의 신음 같다
중학생이던 나를 전기기관차에 태우고
막장으로 향하던 아버지의 마음은 어땠을까
산소 공급이 중단된 공휴일의 그 막장에서
나는 갱목마다 이팝꽃처럼 피어있던
하얀 물곰팡이를 가슴 가득 담아 왔었지
닫혀있던 동전차갱의 문을 다시 연 것은
화력발전소의 석탄재를 넣기 위해서란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문득 떠오르는 의문
아버지는 내가 막장에서 일하기를 원했을까
갱도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이
눈물처럼 따뜻하게 내 빰을 어루만져준다
동전차갱 밖으로 나오자 햇살이 따갑다
아버지가 운전했던 전기기관차는 저쪽
녹슨 철로 위에서 풀을 덮고 잠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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