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세계 한인 과학기술인대회 개최··과학과 미래를 잇다
세계 한인 과학기술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연구 성과를 공유하고, 과학기술의 비전을 함께 모색하는 교류의 장이 마련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하고,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와 19개 재외과학기술자협회가 주관한 ‘2025 세계 한인 과학기술인대회’가 7월 8일부터 10일까지 ‘광복 80주년, 새로운 미래를 여는 융복합 과학기술’을 주제로 열렸다.
광복 80주년, 독립정신과 과학기술의 미래 다짐
먼저 오명 대회장의 개회선언에 이어 이태식 과총 회장이 개회사를 전했다. 이 회장은 “올해 광복 80주년을 맞아, 그 역사적 의미와 과학기술인들의 사명을 되새기는 뜻깊은 자리를 마련했다. 독립운동가들의 숭고한 희생과 헌신으로 되찾은 대한민국은 그 정신을 계승해 자유롭고 창의적인 연구와 혁신을 통해 국가의 위상을 높여왔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지금 기술, 사회, 인류적 가치가 유기적으로 얽힌 시대를 살고 있다. 기후위기, 탄소중립, 기술패권 경쟁 등 글로벌 현안은 한 분야의 지식만으로는 풀 수 없다. 과학기술에 더해 철학, 윤리, 문화까지 아우르는 융복합적 사고와 실천이 요구된다. 과총은 전 세계 한인 과학기술인들과 지속적인 협력을 통해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글로벌 위상을 높이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어 독립운동가 후손 과학기술인 대표로 지청룡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물리학과 교수와 손석호 한양대 생명과학 박사가 개회 인사를 전했다. 지 교수는 “선조들의 독립정신은 대한민국의 가장 강력한 정신적 유산이자 원동력이며, 과학기술을 통해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토대가 되었다. 이번 대회가 그 어느 때보다 자유로운 소통과 지식의 교류로 가득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손 박사는 “선조들의 독립정신을 계승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하며 열정을 가지고 연구에 임하겠다”고 다짐을 밝혔다. 이날 두 연사는 유상임 과기정통부 장관, 이태식 회장, 오명 대회장 등과 함께 광복 정신을 잇고 미래로 나아가는 과학기술인의 서명을 담은 영상 퍼포먼스에 참여했다.
계속해서 유상임 과기정통부 장관이 이재명 대통령의 축사를 대독했다. 이 대통령은 “올해는 광복 80주년을 맞아 독립운동가 후손 과학기술인들이 함께해 더욱 뜻깊다. 나라와 국민을 위해 희생하신 선조들이 있었기에 오늘의 대한민국이 가능했고, 과학기술인 여러분의 열정과 노력이 대한민국을 세계가 주목하는 과학기술 강국으로 이끌었다”며 감사와 존경의 뜻을 전했다. 또한 “대한민국이 위기를 넘어 새로운 성장의 문을 여는 열쇠는 과학기술에 있다. 과감한 투자와 초격차 기술력만이 세계를 주도할 수 있으며, 첨단기술 주권을 확보하고 미래 산업을 선도해야 과학기술 기반의 대도약이 가능하다. 정부도 과학기술과 과학기술인이 국가의 미래를 여는 주역으로 역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아낌없이 지원하겠다”며, “대한민국의 미래와 과학기술 혁신을 이끌어갈 우수 인재의 확보와 양성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황철성 교수 ‘최고과학기술인상’ 영예··반도체 연구 30년 결실
또한 ‘대한민국 최고과학기술인상’ 시상도 함께 진행됐다. 이 상은 1968년 제정된 ‘대한민국과학기술상’을 2003년부터 발전적으로 개편해 시상해 온 것으로, 우리나라를 대표할 만한 탁월한 업적을 이룬 과학기술인을 발굴·격려하며 명예와 자긍심을 높이고 연구에 전념할 수 있는 풍토를 조성해왔다. 올해 수상자는 서울대학교 황철성 석좌교수로, 기존 메모리 반도체의 한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소자와 물질을 발견·연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 유상임 과기정통부 장관이 ‘대한민국 최고과학기술인상’을 수상한 황철성 교수에게 축하 인사를 전하고 있다 |
황 교수는 “반도체는 우리나라에 중요한 분야인 만큼, 이 상은 개인이 아니라 반도체 분야에 주신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기에 책임감도 크게 느껴진다”고 소감을 밝히며, 30여 년간 반도체 연구를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은 희생과 봉사의 정신을 가르쳐준 지도교수님의 영향이 컸다”고 감사를 전했다. 이어 같은 분야 연구자인 아내와 플래시 메모리를 활용한 AI 연구를 하고 있는 아들에게도 감사의 뜻을 전하며, “과학기술에는 국경이 없지만, 과학자에겐 국적이 있다는 말을 마음에 새기고, 사회와 국가를 위해 헌신하며 자신의 연구 분야에 대한 신념과 믿음을 가지고 나아가길 바란다”고 차세대 과학기술인들에게 조언을 건넸다.
이수인 교수, “신뢰할 수 있는 AI는 설명에서 시작”
개회식 후에는 이수인 워싱턴대학교 컴퓨터공학과 교수가 ‘설명가능한 인공지능: 현주소와 중요성, 그리고 향후 전망’을 주제로 기조강연을 펼쳤다. ‘설명가능한 AI의 개척자’로 불리는 이 교수는 컴퓨터 구조 및 AI 반도체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로, 삼성호암상 공학상 최초 여성 수상자이기도 하다. 이 교수는 전통적인 개념의 설명가능한 AI(Explainable AI, XAI)를 소개하고, 이것이 헬스 케어 문제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으며 ‘신뢰할 수 있는 AI 시스템’ 구축에 있어서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설명했다.
이 교수는 “XAI의 목표는 AI가 왜 특정한 결과를 도출했는지 사람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는 데 있다. 예를 들어, 치매 발병을 예측하는 AI 모델이 어떤 사람에게 치매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면, 그 근거가 무엇인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자신이 개발한 XAI 방법론 중 하나인 ‘샤플리 가산 설명(SHAP)’을 소개했다. XAI는 환자의 나이, 병력, 유전자 정보 등 다양한 특성을 바탕으로 예측을 수행하며, SHAP는 이러한 각 특성이 예측 결과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를 정량적으로 계산해 설명할 수 있는 기법이다.
그녀는 “SHAP를 활용하면 치매뿐 아니라 만성 신장질환, 생존 예측, 수술 소요 시간 예측 등 다양한 의료 예측 문제에서 환자별로 어떤 특성이 중요한 역할을 했는지를 설명할 수 있다. SHAP는 높은 정확도를 제공하지만 계산량이 많아 전산적 부담이 크다는 한계가 있다. 이에 많은 연구자들이 보다 효율적인 계산 방법을 연구 중이며, 저희 연구실에서도 계산 부담을 줄이는 다양한 방법을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중 하나가 XAI를 기반으로 한 수술 중 저산소증 예측 시스템인 ‘프레시언스’로, 마취과 의사들과 협업해 개발했다. 이 시스템은 수술 중 5분 이내에 저산소증 발생 가능성을 미리 예측해 의료진이 대응할 수 있도록 돕는 모델”이라고 소개했다.
AI의 실수를 검증한 XAI 사례도 소개했다. 이 교수는 “코로나 팬데믹 당시 많은 AI가 흉부 X-ray 이미지를 기반으로 코로나 감염 여부를 예측했지만, 정확도가 크게 떨어졌다. 그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XAI로 AI가 X-ray의 어느 부분을 중점적으로 봤는지 분석한 결과, AI가 폐 상태와는 무관한 X-ray에 적힌 글자나 심장 박동기 등 의료기기 정보를 근거로 예측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연구는 세계적으로 큰 주목을 받았으며, 의료 AI의 검증과 설명 가능성이 왜 중요한지를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됐다”고 강조했다.
독립운동가 후손 과학기술인과의 만남
특별히 광복 80주년을 기념해 마련된 이번 대회에서는 독립운동가 후손인 과학기술인들이 참여해 토크콘서트 형식으로 관객과 만났다. 선조들의 숭고한 희생과 헌신을 생생하게 전하며, 과학기술 분야에서 미래 세대가 맡아야 할 역할과 비전, 그리고 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뜻깊은 시간이었다. 이들은 과학기술인의 정체성과 경험을 바탕으로 과학기술의 사회적 의미와 책임을 조명하며, 미래 세대에게 전하는 메시지도 함께 담아냈다.
| '독립운동가 후손 과학기술인과의 만남' 토크콘서트 모습 |
이 자리에는 동아일보 창간 멤버이자 많은 독립운동의 발자취를 남긴 한기악 선생의 5대손 한민구 서울대 명예교수를 비롯해, 임시정부와 광복군 사령부에서 활약한 지응진 선생의 증손자 지청룡 교수, 이석이 의병부대에서 의병으로 활동한 손수용 선생의 증손자 손석호 박사, 도산 안창호의 상하이 시절 비서였던 독립유공자 김복형 선생의 손자 김광릉 기술사, 해외에서 독립자금을 지원한 신을노 선생의 외손자 글렌 윈켈 의과학자, 대한민국 임시정부 재무총장을 지낸 최재형 선생의 후손 최일리야 인천대 전자공학과 학생, 옥천에서 3·1운동을 주도해 1990년 건국훈장 애국장을 받은 허상기 선생의 증손자 강동현 미국 아르곤연구소 책임연구원 등 7명의 독립운동가 후손 과학기술인들이 함께했다.
한민구 명예교수는 “한기악 할아버지께서는 독립운동에서 언론의 역할뿐 아니라 과학기술 보급에도 깊은 관심을 가지셨다. 국가가 발전하려면 산업이 성장해야 한다는 말씀을 자주 하셨고, 이는 우리 집안의 가르침으로 이어져 왔다”며 “선조들께서 독립운동을 펼치신 지 80년이 넘었는데도 이렇게 기억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밝혔다. 이어 “절망적인 시대에도 선조들은 독립을 꿈꾸며 긍정의 마음을 잃지 않았다. 그 정신처럼 미래 세대도 과학기술의 무한한 잠재력을 통해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번 대회는 개회식과 대한민국 최고과학기술인상 시상, 기조·특별강연, 독립운동가 후손 과학기술인과의 만남, 사이언스 토크콘서트, 14개 분과 세미나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진행됐다. 또한 한민족청년과학도포럼(YGF), 차세대과학기술리더포럼(YPF), K-사이언스 전시부스, 2025 강남 테헤란밸리 과학축제 등 다양한 연계행사가 함께 열려 국내외 과학기술인 간 교류와 소통의 장을 넓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