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폭염 대책, 국민의 목숨을 살려라
김용균
- 고온다습한 찜통더위와 열대야, 올여름 덮친다
- 신체, 경제, 사회적 약자 위한 정부의 10대 대책
- 폭염특보 발령시 독거노인 56만 명 매일 상태 점검
- 폭염특보는 '건강을 위해 지금 즉시 조치를 취하라'는 경보
소년공 출신 대통령은 '국민의 목숨을 살리는 정부'가 되겠다고 연일 강조한다. 폭염 온열로 인한 사망사고를 대폭 예방하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잘하는 것이다. 반대면 못하는 것이다.
특히 7월 1일 새로 출발하는 지방정부가 주목된다. 잘하면 '출발부터 잘한다', '행정 공백이 없다'는 평을 받을 것이다. 민간과 정부의 각급 사업장, 공사장 책임자도 마찬가지다. 이미 지난 5월 15일, ‘온열질환 응급실 감시체계’ 운영 첫날 80대 남성 1명의 온열질환 추정 사망이 신고되었다.
이번 칼럼은 행안부의 현직 자연 재난 실장인 김용균 실장이 적었다. 관계자들이 폭염을 앞두고 점검하고 대비할 부분이 잘 정리돼 있다. 사업장 같은 곳에서는 이번 글에 적힌 체크리스트를 붙여놓고 매일 살펴보면 좋겠다. [편집자 주]
작년 2025년 여름은 평균기온 25.7℃를 기록하며 기상 관측 이래 역대 1위 무더위였다 // 사진=연합뉴스
폭염 대응, 여름철 힘없는 국민을 살려라
예전 폭염은 그저 '유별나게 무더운 날씨'나 ‘일시적인 불편함’이었습니다. 기후위기가 일상화된 오늘의 폭염은 더 강력합니다. 이 더위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 그리고 민생 경제를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재난’입니다.
폭염과 온열질환으로 인한 피해 유형은 이렇습니다. 노인, 유아 등의 인명 피해, 취약계층의 건강 악화, 야외 근로자들의 안전 문제, 농·축·수산물 고사 및 폐사로 인한 재산 피해, 전력 수요 급증에 따른 국가 인프라의 과부하까지 다양한 문제가 있습니다.
작년 2025년 여름은 평균기온 25.7℃를 기록하며 기상 관측 이래 역대 1위 무더위였습니다. 연간 폭염일수는 평년 대비 18.7일 더 길어졌습니다.
지난해 정부는 역대 최장기간인 46일 동안 범정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를 운영했습니다. 총력 대응한 결과 온열질환 사망자 수는 전년 대비 약 14.6% 감소했습니다. 올해도 다시 준비할 때가 되었습니다. 단 한 명의 인명 피해도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와 정책, 실행과 대비의 구멍을 찾고 메울 것입니다.
이번 6~8월은 평년('91~'20년)보다 높을 것입니다. 이는 북인도양과 북태평양 온도가 높기 때문입니다. 그에 따라 한국 동쪽 고기압성 순환이 강하게 발달합니다. 이 경로를 따라 고온다습한 열대 온난 기류가 쏟아질 것입니다.
강수량 전망도 만만치 않습니다. 6월과 7월은 평년보다 강수량이 많을 것으로, 8월은 평년과 비슷할 것으로 보입니다. 기온만 높은 '건조한 폭염'이 아니라, 고온다습한 찜통더위'가 오래 계속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습도가 높다면 체감온도도 높아집니다. 아울러 북태평양고기압 가장자리 기류 수렴 때문에 국지성 집중호우와 폭염이 번갈아 나타날 것입니다.
이럴 때는 열대야 현상도 심합니다. 열대야는 한낮의 열기가 밤사이 충분히 식지 못해서 생깁니다. 떨어지지 않는 기온은 고령층, 취약 주거지 거주민들의 회복력을 크게 떨어트립니다. 올해는 엘니뇨 현상으로 밤에도 더운 날이 많을 것입니다.
김광용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이 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서울상황센터에서 '여름철 자연재난 사전대비 점검 TF' 1차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경보 단계를 나누고, 기상특보 구역을 세분화하고
정부는 올여름 폭염에 대응하기 위해 정밀 예보 시스템 구축, 재정 조기 투입, 취약 대상 맞춤 안전 관리, 생활밀착형 대피 인프라 확충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첫째, 기상특보체계 개편입니다. 위험 정보를 더 직관적으로 볼 수 있게 만들고 있습니다. 가장 먼저 기상청과 협력해 폭염 경고 체계를 고도화했습니다. 기존의 '주의보-경보' 2단계 특보 체계에서 최상위 단계인 '폭염 중대 경보' 단계를 신설, 3단계로 개편했습니다. 폭염중대경보는 일 최고 체감 온도 35℃ 이상이 2일 이상 관측된 지역 중 일 최고 체감 기온 38℃ 이상, 일 최고 기온 39℃ 이상 예상 시 발령합니다. (6.1.부터 시행) 38℃를 웃도는 극단적 폭염이 찾아올 때,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현장에 즉시 적용해 국민을 보호하기 위함입니다.
또 밤 최저기온이 25℃(대도시·해안 26℃, 제주 27℃) 이상 계속될 때 발령되는 '열대야 주의보'를 신설했습니다. 열대야 주의보’가 발령되면 밤 시간대 건강 취약계층 보호를 위해 심야 시간까지 상황 관리 체계를 돌릴 수 있습니다. 야간 무더위 쉼터도 더 빠르게 가동합니다.
둘째, 신속한 재정 지원 및 ‘예보 현장 작동성’을 강화합니다. 정부는 ‘폭염 대책 기간’ 한 달 전, 지난 4월 15일 전국 17개 시도에 ‘폭염 대책 비용’ 300억 원을 나눠줬습니다. 지난해 150억 원 대비 2배로 증가한 규모입니다. 이 돈은 무더위 쉼터의 냉방기 긴급 수리, 노후 정비, 그늘막이나 스마트 쉼터 등 폭염 저감 시설 정비와 보강에 쓰였습니다.
또한 기상 특보 구역을 전국 183개에서 235개로 세분화했습니다. 같은 시군 안에도 지형이나 바다 인접 여부에 따라 온도 차가 큽니다. 그에 따른 왜곡을 방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지역 밀착 정밀 예보를 통해 국민과 공무원이 더 신속, 정확히 대응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전북 순창군에서 여름철 폭염으로 인한 건강 피해 예방을 위해 건강 취약계층 방문 건강관리 서비스를 시행하는 모습 // 사진=연합뉴스
폭염특보 발령시 독거노인 56만 명 매일 상태 점검
셋째, 취약 대상별 3대 분야, 10개 유형 맞춤형 안전관리입니다. 올해 폭염 안전관리 최우선 대상은 ‘취약계층’입니다. 정부는 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 농림축산식품부 등 관계 부처와 협업하여 폭염 취약 대상을 구체화했습니다. 신체적·경제적·사회적 3대 분야에 따라 10개 유형으로 구체화해 소외되는 이 없을 촘촘한 맞춤 그물망을 짰습니다.
먼저 신체적 취약 대상(취약 노인, 장애인, 기저질환자)입니다. 신체적 어려움이 있는 분들을 위한 대책입니다. 현재 생활지원사 3만 7,000여 명(26년 1월 기준)은 독거노인 등 어르신 56만 6,000여 명을 주 2~3회 찾아가고 있습니다. 특보 발령 시 ‘매일 방문’으로 주기를 단축합니다.
다음은 경제적 취약 대상(수급자, 고독사 위험자, 노숙인·쪽방 주민)입니다. 전국에 거주하는 4천여 명의 쪽방 주민(서울 2천여 명, 부산 900여 명 등, 25년 12월 기준)을 위한 대책입니다. 정부는 쪽방 상담소를 무더위 쉼터로 지정하고, 야간 긴급 잠자리 대피소를 무더위 쉼터와 연계합니다. 미사용·저사용 에너지바우처(연료 사용 지원권) 대상 세대(12만 가구 추정, 26년 5월 기준)는 우체부와 복지사가 직접 가정을 방문해 맞춤형 사용을 독려하고 지원합니다.
마지막으로 사회적 취약 대상(농업인, 사업장·이동 근로자, 야외활동자) 관련 대책입니다. 기온이 급등하는 정오부터 오후 5시까지 농작업 중지를 안내하고 안전을 살피기 위해 '온열질환 예방 요원 7백여 명(26년 5월 기준)'을 현장에 배치합니다. 드론 순찰대도 가동합니다. 건설·조선업 등 옥외 작업장에는 온습도계와 보냉 장구(쿨키트)를 지원하며, 체감온도 33℃ 이상 시 2시간마다 20분 이상 휴식하는 의무 규정을 지키는지 점검합니다.
넷째, 생활밀착형 무더위 쉼터 다각화, 저감 시설 인프라 다각화입니다. 기존 경로당 위주의 무더위 쉼터는 어르신들의 전용 공간이라는 성격이 강했습니다. 현장에는 청년 1인 가구나 일반 국민이 심리적·물리적으로 이용하기 불편하다는 목소리가 높았습니다. 이에 정부는 금융기관(농협, 새마을금고, 신협, 시중은행 등 10개사), 철도기관(한국철도공사 등 8개사), 대형 유통사(이마트) 등 19개 민간 기업·기관과 협력해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전국 1만 2,000여 개소(26년 4월 기준)에 달하는 생활밀착형 쉼터를 확보했습니다. 은행 창구나 지하철 역사 대합실이 일상 안전 구역이 됩니다. 국민 누구나 시원히, 편하게 쉴 수 있는 곳입니다.
전국에 설치된 고정식·스마트 그늘막 3만 7,000여 개소(26년 5월 기준), 안개 분사 시스템(쿨링포그) 등 도로변 저감 시설에 대해서도 안전·위생 가이드라인을 강화합니다. 보행자 통행에 불편을 끼치거나 수질 불량이 없도록 점검하고 있습니다.
대구 중구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에서 아이들이 안개형 냉각수(쿨링포그)를 맞으며 잠시나마 더위를 식히고 있히는 모습 // 사진=연합뉴스
국민들이 지켜야 할 폭염 안전관리
훌륭한 대책을 세워도 현장에서 돌아가지 않으면 소용없습니다. 국민의 삶 속에 스며들지 못한 공고문은 한낱 종이에 불과합니다. 정부 정책은 재난관리 완성의 반이라 생각합니다. 나머지는 국민 여러분의 자발적 참여와 지방정부의 실천력, 그리고 공동체의 따뜻한 상호 돌봄에서 나옵니다. 각 활동을 어찌하면 좋을지 공유해 드립니다.
개인 차원, 물·그늘·휴식 실천
먼저 개인 차원에서 할 일입니다. 폭염 상황에서 내 몸을 지키는 수칙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기본적인 행동 요령은 '그늘, 물, 휴식'입니다.
가장 먼저 할 일은 햇볕을 피하고 시원하게 지내는 겁니다. 야외 활동이나 불가피한 이동 시에는 양산을 쓰거나 넓은 모자를 착용해, 햇볕을 직접 받지 않도록 하는 게 좋습니다.
시원한 물 마시는 습관도 중요합니다. 목이 마르지 않더라도 규칙적으로 물이나 이온 음료를 섭취해야 합니다. 당분이 많이 함유된 음료나 카페인은 수분을 배출하게 하니 피하는 게 좋습니다.
더운 시간대는 휴식해야 합니다. 한낮에는 야외 활동을 자제하고 실내나 무더위 쉼터에서 휴식을 취해야 합니다. 특히 온열질환 증상(두통, 메스꺼움, 어지러움)이 느껴지면 즉시 야외 활동을 멈추고 시원한 곳으로 이동해 몸을 식혀야 합니다.
이웃 돌봄의 안부 전화: 공동체가 만드는 방어선
폭염은 고독한 재난입니다. 열악한 주거 환경에서 홀로 계신 어르신이나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 분들은 위험을 알아차려도, 다른 곳으로 대피하거나 냉방장치를 가동하기 어렵습니다. 비상 상황이 생기더라도 외부에 도와달라 말 못 하고 고립되곤 합니다.
정부가 인력과 디지털 장비(ICT)를 통해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이웃과 가족의 적극적인 관심이 있어야 효과가 있습니다.
"오늘 날씨가 무척 더운데 에어컨이나 선풍기는 켜 두셨나요?", "식사는 거르지 않고 물은 자주 드시고 계시나요?" 등, 안부 전화 한 통이면 됩니다. 문 앞을 지나며 두드린 노크로 생명을 구할 수도 있습니다.
특히 지역 사정을 잘 아는 '지역 자율 방재단', '이·통장'님의 세심한 관찰은 정부 행정이 미처 닿지 않는 구석까지 안전망을 뻗치는 원동력입니다. 소외된 이웃을 함께 돌볼 때, 폭염 피해는 줄어듭니다.
사업장과 현장에 드리는 권고
건설 현장, 물류 창고, 배달서비스 등 일선 노동 현장의 사업주와 관리자분께 당부드립니다. 폭염 특보를 흔한 날씨 정보라고 생각하시면 안 됩니다. 특보는 "건강을 위해 즉시 조치를 취하라"는 긴급 신호입니다.
폭염 중대 경보가 발령되면 사업주는 긴급 조치 작업 등을 제외한 모든 옥외 작업을 멈추는 과감함이 필요합니다. 또한, 온열질환에 취약한 농업인들께서는 가장 뜨거운 낮 시간대 논밭과 비닐하우스 작업을 멈춰주시고, 꼭 시원한 곳에서 휴식하셔야 합니다.
더불어 학교, 학원, 아동 및 청소년 시설에서도 폭염 특보 시에는 야외 체육활동이나 체험학습을 과감히 취소하거나 실내‧단축 수업으로 바꿔야 합니다. 그렇게라도 아동·청소년들의 온열질환을 막아야 합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1일 서울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을 방문해 여름철 집중호우 및 폭염 대비 현황을 점검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지방정부의 현장 밀착 행정
재난 대응의 성패는 일선 현장을 책임지는 지방정부와 얼마나 긴밀하게 호흡하는지에 따라 갈립니다. 지방정부와 힘을 모아 관내 폭염 취약 지역과 무더위 쉼터를 수시로 살필 것입니다. 다음 행동 요령이 잘 작동하도록 함께 발맞추겠습니다.
첫째, 빠르게 정보를 공유할 것입니다. 폭염 특보 시 한 명의 주민도 예보를 놓치지 않도록 정보를 공유해주십시오. 재난 문자, 승강기 모니터, 마을 방송, 은행 ATM기 화면 등을 동원해 행동 요령을 지속적으로 전파할 것입니다.
둘째, ‘창의적인 쉼터 우수사례’ 벤치마킹 및 사례 확산이 필요합니다. 서울의 '동행 목욕탕(야간 쉼터 및 샤워 지원)', 전주의 무료 식수 지원과 기부가 어우러진 '함께라면 쉼터', 대구의 '찾아가는 여름 쉼터 버스', 연중 10℃를 유지하는 실내빙상장을 대피소로 개방한 '빙상경기장 쉼터' 등 우수사례가 많습니다. 지역의 특색과 일상의 동선에 맞춘 우수 모델을 적극 도입해, 주민들이 체감할 수 있게 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민생 현장이 안전한지, 장치들이 잘 작동되는지 확인하겠습니다. 형식적으로 등록된 무더위 쉼터 주소 좌표는 정확한지, 위·경도 좌표의 오류는 없는지, 쉼터의 에어컨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현장에 나가 직접 눈으로 살펴볼 것입니다.
촘촘한 대비와 실천으로 안전한 여름을
기후 위기 시대, 폭염은 피할 수 없습니다. 단 우리가 어떻게 예방하고, 대처하며, 서로 돌보느냐에 따라 피해 규모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올여름 정부는 더 촘촘한 예보 서비스로, 더 세심한 취약계층 보호 대책으로 국민을 지키겠습니다.
이 안전판을 완성하는 건 국민 여러분과 관계자 여러분의 몫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세심한 행동 수칙을 실천하는 것, 우리 공동체의 따뜻한 이웃 살피는 행위입니다.
‘나의 물 마시기 수칙, 우리 일터의 휴식 시간 보장, 이웃 어르신을 향한 안부 전화 한 통.’
단순하고 강력한 실천이 한데 모여 정책과 시너지 효과를 내길 기대합니다. 함께 실천한다면, 얼마나 뜨거운 폭염이 오든 안전하고 평온한 일상을 지킬 수 있습니다.
필자 김용균은 서울대 토목공학과를 졸업하고 지방고시 2회 토목직으로 공직에 입문해 30년 가까이 주로 재난관리 업무를 맡아왔다. 행안부 재난관리실 재난대응정책관, 자연재난실 재난관리정책국장, 행안부 안전예방정책실장을 거쳐 지금은 자연재난실장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