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50년, 공간 압축의 주역, 철도가 미래다
피렌체의 식탁
- 고속철을 통한 공간 압축, 전 국토의 도시 국가화가 눈앞이다
- 제5차 철도망 구축, 이제는 국가 주도의 톱 다운 전략이 필요할 때
- 철도로 신산업 창출, 지방 예타 패러다임의 대전환
- 부품 표준화와 첨단 물류로 유라시아 철도 진출 모색하다
마강래 교수는 ‘교통 혁명을 통한 공간의 압축’을 개념으로 제시했다. 시속 100km 자동차를 타고 달리는 것과 시속 300km의 고속철은 후자가 국토 공간의 이동성을 세 배 높인다. 공간의 압축이다. 현재는 5극 3특 개념을 도입하고 권역별 활력 증진 방안을 찾으려 하지만 30년, 50년 뒤에는 대한민국 전역이 공간 압축을 통해 도시국가가 되는 것이다.
서울-부산이나 서울-목포가 1시간 20분대가 된다면, 여기에 거점 역 주변에 광역 고속철이나 BRT를 깔면 도시국가는 꿈이 아니다. 환상(環狀)의 광역 고속철은 환상을 현실화하는 주역이 될 수 있다. 17일 열린 ‘철도 포럼’은 이런 즐거운 상상을 해보는 자리였다. 아직 부산에서 파리까지 기차가 달릴 가능성은 없지만 우리 국토 안에서 공간 압축을 통한 생활 혁명은 가능하다. 요약과 전문을 옮긴다. [편집자 주]
‘K-고속철, 지방 심장을 다시 뛰게 하자’ 포럼이 17일 개최됐다 // 사진=Unsplash
국토 면적의 11.8%에 불과한 수도권에 전체 인구의 51%가 밀집한 대한민국. 지난 6월 17일, 복기왕, 권영진, 손명수 국회의원이 공동 주최하고 메디치미디어·<피렌체의식탁>이 주관하는 ‘K-고속철, 지방 심장을 다시 뛰게 하자’ 포럼이 17일 개최됐다. 이번 행사는 정부의 ‘5극 3특’ 중심 국가 균형 발전 전략을 지원하고 지방 소멸 위기를 극복할 철도망 구축 방향을 논의하고자 마련됐다.
발제를 맡은 최진석 철도경제연구소 소장은 과거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 계획 수립 당시 지자체 요구를 취합하는 ‘바텀업(Bottom-up)’ 방식에 치중했던 한계를 지적했다. 그는 국토 균형 발전을 위해서는 국가가 큰 틀에서 제안하는 ‘탑다운(Top-down)’ 방식이 결합해야 하며, 정부의 강한 의지가 담긴 ‘5극 3특’ 체제를 성공시킬 새로운 철도망 모델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국토부 김태병 철도국장은 현재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2026~2035년)의 확정을 앞두고 각 지자체에서 요구된 철도 건설 예산만 300조, 4차 망 계획 때 실집행 예산이 43조였음을 상기시켰다. 노선 설정과 재정계획에 범 정부 차원의 큰 계획을 먼저 그리는 게 필요할 듯하다.
이와 관련해 김현종 대표는 ‘5극 3특 SOC 특별법’ 같은 걸로 예산의 큰 틀 확보를 제안했다. 국토부가 건별로 기획예산처와 타당성을 협의하는 관행으로는 필요 예산확보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최진석 소장은 지방 소멸을 막고 국토가 하나의 도시처럼 기능하려면 유기적인 화학 결합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영국의 맨체스터 광역 연합이나 프랑스 리옹권처럼 교통 여건과 이동성의 개선이 동반되어야 성공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고속철도(KTX)를 국토의 ‘대동맥’으로, 각 거점 중심의 광역 철도망을 ‘실핏줄’로 삼아 전국을 순환시키는 순환 체계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토론에 참여한 마강래 중앙대학교 교수, 박병석 지방시대위원회 국토공간혁신국 국장, 김태병 철도국장 등은 철도가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사람과 산업, 일자리를 연결하는 공간 전략의 핵심이라는 점에 뜻을 모았다. 특히 마 교수가 제안했던 ‘도시 국가화’에 대한 문제의식이 이번 포럼의 라인업으로 구체화됐다.
포럼을 주최한 복기왕 의원은 “철도망을 어떻게 촘촘하게 건설하느냐에 따라 도시의 흥망성쇠가 좌우된다”라며 후반기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철도 교통 연구 모임을 활성화하고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번 포럼은 향후 수립될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 계획에 균형 발전 관점의 해법을 반영하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다.
‘K-고속철, 지방 심장을 다시 뛰게 하자’ 포럼에서 발언하는 복기왕 의원 // 사진=피렌체의식탁
* 주요 내용은 볼드로 표시했습니다.
포럼 내용 전문
서위연(티랩 교통정책 연구소)= 오늘 포럼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5극 3특 중심의 국가 균형 발전 전략과 이를 뒷받침할 철도망 구축 방향을 함께 논의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입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여 년간 KTX 개통을 계기로 전국 반나절 생활권을 실현하며 교통 혁신을 이뤄왔으나, 한편으로는 수도권 집중 심화와 지방 소멸이라는 새로운 문제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오늘 포럼의 좌장은 한국행정학회 성시경 회장님께서 수고해 주시겠으며, 발제는 철도 경제 연구소 최진석 소장님께서 맡아주셨습니다. 토론자로는 국토교통부 철도국 김태병 국장님, 지방시대위원회 국토공간 혁신국 박병석 국장님, 중앙대학교 마강래 교수님께서 참석해 주셨습니다.
복기왕(국회의원, 더불어민주당, 이하 복기왕)= 지난주 여야 의원들과 함께 우즈베키스탄 최초의 고속철도 수출 개통식에 다녀왔는데 참 감동적이었습니다. 대한민국 첫 고속철 수출의 기록을 세운 것을 시작으로 끊임없이 해외 시장을 개척해야 합니다. 민간 기업인 현대로템이 선두에 서고 코레일과 공단이 뒷받침하며, 철도 산업 전반에 이바지하는 중소기업들과 상생하는 K-철도의 세계화를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철도망을 어떻게 촘촘하게 건설하느냐에 따라 나라와 도시의 흥망성쇠가 좌우됩니다. 대도시 일부에만 고속철도망이 깔린 현재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이번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실질적인 대안들이 많이 담겨야 합니다.
빅토리아 여왕 특별객차 주간 객실의 모습 // 사진=Science Museum Group
김현종(메디치미디어, 피렌체의식탁 대표, 이하 김현종)= 골격을 짜주신 최진석 소장님께 감사드립니다. 넷플릭스 드라마 <빅토리아>를 보면 여왕이 1842년 6월 13일 영국에 처음 놓인 세계 최초의 철도 시험 구간(슬라우역~패딩턴역)을 시승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검증되지 않은 기차를 탄다고 보수파 백작이 만류하자 여왕은 그렇자 않다며 “변화와 시대에 올라타라”라고 이야기합니다.
우리나라는 1980년대부터 미국 유학파들이 요직에 진출하면서 육상 자동차 도로교통 중심으로 발전해 왔으나, 이제 기후 위기 시대와 인구 80억 시대가 다시 철도를 불러내고 있습니다. 전국이 30~40년 뒤에는 도시 국가화 된다는 마강래 교수님의 칼럼을 보고 복기왕 의원님과 상의하여 오늘 포럼의 라인업을 구성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포럼이 철도를 다시 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주제 발제: 5극 3특 광역경제권 형성 지원과 KTX 경제권 강화 방안
‘K-고속철, 지방 심장을 다시 뛰게 하자’ 포럼에서 발언하는 최진석 소장 // 사진=피렌체의식탁
최진석(철도 경제 연구소 소장, 이하 최진석)=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 연구를 수행할 당시 지자체에서 총 220개 사업을 제안받아 최종 44개 노선을 고시했습니다. 당시에 아쉬웠던 점은 상향식(Bottom-up) 위주로 사업이 선정되다 보니, 국가가 국토를 어떻게 활용하고 어느 지역을 발전시킬 것인가에 대한 하향식(Top-down) 철도망 계획은 광명~평택 간 복복선화 사업 단 하나밖에 없었다는 점입니다. 이제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바탕으로 5극 3특의 성공을 뒷받침할 철도망 구상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지방 소멸의 현실과 패러다임 변화: 국토 면적의 11.8%에 불과한 수도권에 전체 인구의 51%가 거주하고 있습니다. 과거 70~80년대에는 공장이 노동력이 많은 지방을 찾아가는 ‘Job to People’ 방식이었으나, 4차 산업혁명 이후 우수한 인재들이 밀집한 수도권으로 기업들이 공장을 지으면서 사람들이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상경하는 ‘People to Job’으로 패러다임이 바뀌었습니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전국 228개 지자체 중 75%에 달하는 172개 지역이 소멸 위험에 직면해 있습니다.
국내외 광역 연합 사례의 시사점: 영국의 맨체스터 광역연합, 일본 오사카 중심 12개 지자체 연합, 프랑스 리옹권 등은 대도시 일극 체제에 대응하기 위해 공동 발전 전략을 취해 성공했습니다. 반면 우리나라의 마창진(마산·창원·진해) 통합은 행정 구역만 합쳤을 뿐 교통망 연결 등 유기적인 화학 결합을 이루지 못해 인구가 계속 줄어들고 있습니다. 광역 연합의 핵심 성공 요인은 이동성 개선을 통한 교류 확대입니다. 프랑스 TGV 정차 도시 분석 논문을 보면, 고속철이 정차하는 대도시는 인구와 GRDP가 프랑스 평균보다 크게 성장한 반면, 정차하지 않는 지역이나 빨대 효과를 겪은 위성도시는 성장이 지체되었습니다. 평면적인 지도를 ‘시간 지도’ 개념으로 대전환해야 합니다.
철도 투자 성공 사례: 원주~강릉선(강릉선 KTX)은 최초 예타 당시 B/C가 0.11에 불과해 폐기될 뻔했으나 평창 올림픽 유치를 계기로 건설되었고, 현재 코레일 노선 중 가장 표를 구하기 어려운 황금 노선이 되어 지역 경제를 살리고 있습니다. 2004년 개통된 동대구역은 시립공원 부지를 활용한 대구시의 과감한 용도 변경과 민간 투자를 통해 세계 최대 규모의 복합 환승 센터 및 백화점으로 개발되었으며, 주변 지역 인구까지 흡수하는 거점으로 대성공을 거두었습니다.
2015년 개통된 호남고속철도 역시 여객이 급증하며 서비스·숙박·음식업 등 지역 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습니다. 신분당선과 공항철도 역시 초기 적자 우려와 달리 현재는 혼잡도가 극에 달할 만큼 철도 수요가 입증되었습니다. 대광위(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가 추진하는 K-패스 등 비용 환급 제도로 철도 저항감은 더욱 낮아졌습니다. 그러나 현재 비수도권의 광역철도는 부전~일광(동해선)과 2024년 개통된 대경선 단 2개뿐이기에 지방 광역철도 확충이 시급합니다.
5극 3특 실현을 위한 권역별 광역 철도망 구상
충청권에서 진행 중인 대전-세종-충북 광역급행철도(CTX) 외에 당진~아산~천안을 연결하여 고속철도역인 천안아산역과 연계하는 신규 광역철도를 제안합니다. 현대제철과 로템 공장이 있는 당진의 산업 단지 연결 효과가 기대됩니다.
강원권의 경우 춘천~원주 노선을 신설하여 기존 강릉선, 춘천~속초선(건설 중), 동해선(강릉~제진)과 연계한 ‘ㅁ’ 형태의 강원 핵심 4대 도시 순환선을 구축할 예정입니다.
대구·경북권은 대경선 2단계(김천~구미)를 신공항 및 서대구~의성 노선과 연계하고, 서대구~경산~영천 철도를 확충하려 합니다.
부울경권은 동해선 부전~울산 노선과 올해 부분 개통 예정인 부전~마산 노선을 연결하고, 이를 사천을 거쳐 진주역까지 연장해 남부 내륙선(고성·통영·거제)과 순환하는 망을 구축합니다.
전북권은 대광법(대도시권 광역교통 관리에 관한 특별법) 개정으로 전북도 광역철도 수립이 가능해짐에 따라 전주~익산~군산~새만금 노선을 구상합니다. 새만금 현대차그룹 데이터센터 유치 시 배후 거점 연결에 필수적입니다.
전남·광주권은 통합 특별시 출범에 맞춰 광주~목포, 순천~광양을 연결하는 광역철도 순환망을 구축합니다.
KTX 경제권 강화를 위한 제안입니다. 평택~오송 복복선화 외에도 수서~평택 구간의 선로 용량 증대(GTX-A 선로 공유 포함)가 시급합니다. 또한 2006년 호남고속철도 분기역 결정 당시 정치적 영향으로 천안아산역이 아닌 오송역으로 결정되면서 공주역 활성화 저해 및 우회로 인한 시간·비용 낭비가 발생했습니다.
이를 보완할 대안적 고속철도망 검토가 필요합니다.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은 올해 10월 공청회를 거쳐 12월 고시될 예정입니다. 우리나라는 국민 1인당 고속철도 이용 거리(540km)가 매우 길어 철도 보강 투자의 타당성이 충분합니다.
지정 토론
성시경(한국행정학회 회장, 이하 성시경)= 천안아산역을 자주 이용하는 우수 고객으로서 고속철도가 전국 생활권을 압축해 주는 편리함을 매일 체감하고 있습니다. 오늘 제안해 주신 KTX 대동맥과 권역별 광역철도 실핏줄 구상은 국가 균형 성장의 열쇠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구체적인 고견을 듣기 위해 토론을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중앙대학교 마강래 교수님께서 토론을 시작해 주시기 바랍니다.
‘K-고속철, 지방 심장을 다시 뛰게 하자’ 포럼에서 발언하는 마강래 교수, (사진 오른쪽) // 사진=피렌체의식탁
마강래 교수 (중앙대학교 도시계획 부동산학과, 이하 마강래)= 지방 소멸 극복을 위한 공간구조 개편을 주제로 토론하겠습니다.
오늘 최진석 소장님의 훌륭한 발제 내용에 깊이 공감하며 많이 배웠습니다. 저는 사실 10년 전만 해도 기차의 중요성에 대해 크게 생각하지 못했던 사람입니다. 그러나 과거 영국 런던 유학 시절, 낡고 소외되어 아시아인들에게는 매우 위험했던 킹스크로스역 주변 공간이 재개발을 통해 세계적인 디자인 대학인 센트럴 세인트 마틴, 구글 캠퍼스, 메타, 삼성 등 글로벌 혁신 기업들이 통째로 입주하는 런던 최고의 명소로 대전환하는 모습을 목격하며 엄청난 충격을 받았습니다. 일본 역시 역세권 콤팩트시티 중심으로 도시 구조를 완전히 재편하고 있습니다.
밤의 도쿄역 전경. 철도망을 통한 도심 집적성 확충의 대표적 성공 사례로 꼽힌다. // 사진=연합뉴스
속도 전쟁에서 속도가 높아질수록 국토는 압축되며, 시간적 거리가 가까워짐에 따라 공간 장벽을 무너뜨리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수도권은 강력한 광역 교통망을 무기로 속도를 개선해 공간을 무너뜨렸고, 눈덩이 효과와 네트워크 효과를 통해 거대한 ‘슈퍼 메가시티’로 군림하고 있습니다. 반면 지방은 이에 대응할 시스템이 전무하여 압도적인 격차로 소외되고 있습니다. 지방을 살리기 위한 가장 근본적인 해법은 청년들이 정착하고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선호 일자리를 만드는 것입니다.
현재 산업 구조는 AI 중심의 신성장 산업으로 급격하게 재편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지방의 산업 생태계 계획을 바탕에 먼저 깔아놓고, 이를 공간적으로 묶고 부스트할 수 있는 철도망 계획(큰 거점, 중간 거점, 작은 거점을 유기적으로 잇는 철도망)을 결합해야만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신산업 자체가 지역에서 싹틀 수 없습니다.
현재 지방의 자잘한 행정 구역은 조선 시대 태종과 고종 시기의 틀에 기반하고 있어 변화된 교통 속도를 발목 잡고 있습니다. 광주·전남 통합이나 광역 연합 거버넌스 형태로 행정 구역의 장벽을 먼저 허물어야 효율적인 교통망 기획이 가능해집니다.
마지막으로 현재의 예비타당성조사 방법론은 과거의 고꾸라지는 추세 지표를 그대로 미래로 외삽(Extrapolation)하여 수요를 예측하기 때문에 인구 감소와 경제 위기를 겪는 지방은 애초에 예비 타당성 조사를 통과할 수 없는 모순을 안고 있습니다.
이제는 ‘기존 수요가 있으니 철도를 깐다’라는 소극적 방식에서 탈피하여, ‘철도 투자를 통해 신산업 수요를 강력히 유발하겠다’는 적극적인 수요 유발형 모형으로 예타 패러다임을 대전환해야 합니다. 일본처럼 국가 철도 공단에 권한을 부여해 역세권 사업을 직접 수행하며 수요를 창출해 내는 토대가 마련되기를 바랍니다.
성시경= 행정 구역이 아닌 실질적인 ‘생활권’ 개념 중심의 철도망 설계와 마 교수님께서 제안하신 수요 유발형 예비 타당성 패러다임 전환 지적은 매우 경청할 가치가 큽니다. 국회 국토 교통 위원회 차원에서도 국가적으로 이 방법론의 전환을 심도 있게 다뤄주시길 바랍니다. 다음으로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의 박병석 국장님께서 토론해 주시기 바랍니다.
‘K-고속철, 지방 심장을 다시 뛰게 하자’ 포럼에서 발언하는 박병석 국장 // 사진=피렌체의식탁
박병석(지방시대위원회 국토공간 혁신국 국장, 이하 박병석)= 감사합니다. 교통 인프라 격차와 보충적 수단 병행을 주제로 토론하겠습니다.
현재 국토 공간의 대전환을 위한 정부의 ‘5극 3특’ 설계도 배경을 말씀드리면, 수도권의 과밀화와 중앙 집중식 하향식 정책이 임계점에 달했습니다. 수도권의 GRDP 비중은 이미 과반을 넘어 52%에 달하고 인구 역시 50%를 돌파했으며, 국내 500대 기업 본사의 77%, R&D 투자의 70%가 수도권에 쏠려 있어 국가 자원의 심각한 비효율을 초래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국가 생존 전략으로 초광역권 단위의 자립 경제 생태계를 추구하고 있으며, 지방선거가 마무리된 만큼 조만간 산업부를 중심으로 권역별 전략 산업 성장 엔진을 지정하고 범부처 5종·7종 패키지 지원을 본격화할 예정입니다. 경제권 형성 못지않게 중요한 정주 여건의 핵심은 초광역 대중교통망을 통한 60분 생활권 구축이며, 이는 핵심 국정 과제로 추진 중입니다.
실제 교통 통계를 보면 수도권 주민들의 평균 통행 거리는 15.7km에 불과하지만 충청권은 24km, 광주·전남권은 21km로 지방 주민들이 훨씬 먼 거리를 이동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수단 분담률을 보면 철도망이 촘촘한 수도권은 철도 분담률이 37.1%에 달하는 반면, 인프라가 전무한 충청권과 광주·전남권은 철도 분담률이 바닥을 치고 있습니다. 설문 조사 결과 유관 기관 전문가들도 비수도권 발전을 위해 가장 시급한 분야로 교통 인프라 확충(38%)을 꼽았습니다. 청년 세대일수록 편리한 교통망 체계를 핵심 복지로 인식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철도망 구축은 막대한 재정과 타당성 검토 등으로 인해 착공부터 준공까지 기나긴 시간이 소요된다는 치명적인 한계가 있습니다. 따라서 대규모 철도가 완공되기 전까지의 극심한 공백 기간을 메우기 위해, 주요 KTX 역세권 거점들과 배후 일자리 축들을 신속하게 연결해 주는 광역급행버스(M-버스) 노선 확충, 국고 보조 비율 상향 등 보충적·병행적 대중교통망 공급 전략을 대광위와 협력해 강력히 추진하겠습니다.
올해 하반기 각 지자체가 수립할 초권역권 발전 계획에 산업, 교통, 문화는 물론 거점 국립대 육성을 통한 교육 인프라, 지역 의료 체계 구축, 2차 공공기관 이전 계획까지 종합 패키지로 엮어 기재부 예산 확보 조율에 적극 나서겠습니다.
성시경= 공공 교통 인프라 쏠림이 지역 간의 불평등으로 이어지는 현실을 통계로 명확히 짚어주셨습니다. 균형 발전을 위한 철도 확충의 당위성이 더욱 견고해지는 것 같습니다. 추가로 저는 철도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한 가지 짚고 가고 싶습니다. 현재 고속철도 운임 요금이 약 14년 동안 동결 상태에 머물고 있습니다. 이는 시장의 적정한 수요·공급 체계를 왜곡하고 장거리 이용객을 무조건 철도로만 쏠리게 하여 과도한 투자 압박만을 부추기는 역효과를 낳고 있습니다. 철도 요금 현실화에 대한 냉정하고 전향적인 사회적 논의도 이제는 시작되어야 할 시점입니다. 마지막으로 국토교통부 철도 실무를 총괄하시는 김태병 철도국장님의 말씀을 듣도록 하겠습니다.
‘K-고속철, 지방 심장을 다시 뛰게 하자’ 포럼에서 발언하는 김태병 국장 // 사진=피렌체의식탁
김태병(국토교통부 철도국 국장)= 감사합니다. 저는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의 중대성과 예산의 현실을 주제로 토론하겠습니다.
철도망 확충이 정책 간담회의 핵심 의제로 다루어지게 되어 매우 뜻깊게 생각합니다. 대중교통 인프라가 도시의 가치를 어떻게 바꾸는지는 현장에서 명확히 증명됩니다. GTX-A 노선이 파주 운정 신도시에 있는 운정 중앙역에서 서울역까지 연결된 이후 일산 킨텍스의 가치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과거에는 킨텍스 행사 예약이 비교적 수월했으나 서울역에서 20분 만에 주파하게 되면서 이제는 예약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로 인근 상권과 경제 지도가 변했습니다.
반면 제가 업무차 창원 현대로템 공장이나 정읍의 다원시스 공장을 방문할 때 체감한 지방의 현실은 냉혹했습니다. KTX 배차가 하루에 몇 번 없다 보니 오전 회의를 마치면 오후 늦게까지 발이 묶이게 됩니다. 몇 분마다 열차가 대기하는 수도권과의 접근성 및 이동 시간의 차이가 결국 정주 여건과 일자리, 삶의 질, 나아가 국가 균형 발전의 격차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은 대단히 중요합니다. 이 국가망 계획에 반영되지 않은 사업은 단 1원의 국가 재정도 투입될 수 없으며, 추가 검토 노선으로라도 들어가지 못하면 민간 투자 사업조차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철도 구축은 국가 계획 고시 이후 사전 타당성 조사, 예비 타당성 조사, 기본설계, 실시설계, 착공, 준공 및 시험 운행까지 아무리 빨라도 최소 13년이 걸리며, 사업비 조정이나 타당성 재조사 등이 얽히면 16년에서 20년까지 소요되는 장기 프로젝트입니다.
현재 국민이 고속철도 좌석 부족으로 겪는 불편 역시, 철도 역사상 가장 극심한 병목 구간인 오송~평택 구간의 복복선화 사업을 국가 계획 단계에서 적기에 밀어붙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해당 구간은 선로 용량이 94%에 육박하여 4분마다 고속열차가 지나다니는 위험한 상황이며, 2028년 말에나 복복선화가 완공될 예정입니다. 만약 수서~평택 구간 선로 용량 확충 사업이 올해 제5차 국가망 계획에 반영된다 해도 빨라야 2039년에나 완공되는 만큼, 국가망 계획 수립은 국토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대한 사안입니다.
현재 비수도권 지자체들이 5차 계획에 요구한 신규 사업 예산은 300개 노선, 총 600조 원에 달합니다. 과거 4차 계획 당시 신규 반영 예산 총액이 43조 원 규모였던 것에 비하면 턱없이 과도한 수준입니다. 수도권의 GTX-D·E·F 노선 예산만 합쳐도 20조~27조 원에 육박하는 상황이지만, 국토교통부는 비수도권의 균형 발전에 명확히 최우선 역점을 두고 있습니다.
예산의 한계가 명확하더라도 각 지역의 1순위 핵심 거점 연결 노선과 국가 선로 용량을 확충하는 필수 노선(수서~평택, 의왕~천안, 삼동~부발 등)은 과감히 반영하여 국토 균형 발전과 지방 주도 성장의 기반을 반드시 마련하겠습니다.
질의응답
1. 철도 차량 납품 부실 및 국내외 역세권 개발 갈등 관리 방안
‘K-고속철, 지방 심장을 다시 뛰게 하자’ 포럼에서 발언하는 양정숙 전 국회의원 // 사진=피렌체의식탁
양정숙(21대 국회의원 / 변호사, 이하 양정숙)=오늘 국장님의 책임감 있는 발언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이후 전 세계는 화석 에너지에서 신재생 그린 에너지로 대전환할 것이며, EU가 이미 1~2시간 이내 단거리 비행기 운항을 전면 금지하고 철도 전환을 의무화했듯 철도의 글로벌 위상은 더욱 독보적일 것입니다. 변화와 시대에 올라타야 한다는 말씀에 적극 공감합니다. 국장님께 두 가지 당부와 질의를 드리고자 합니다.
첫째, 최근 대통령 관심 사항이기도 했던 다원시스의 철도 차량 납품 지연 사태는 단순히 한 민간 기업의 귀책을 넘어 엔지니어링 공제조합과 부품 납품 중소기업 등 국내 철도 생산 생태계 전반의 구조적 부실을 드러낸 심각한 사안입니다. 국민 혈세가 범죄나 부실로 낭비되지 않도록 국토부 차원의 철도 차량 산업 생태계 관리 감독 방안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둘째, 베트남 고속철도 수주 등 해외 역세권 개발 수출도 좋지만, 국내 창동역이나 수서역 개발 과정에서 발생한 극심한 법적 분쟁과 사업 지연 사례처럼 공공 재원의 손실과 주민 불편을 초래하는 국내 역세권 분쟁을 사전에 예방하고 갈등을 조정할 국토부의 선제적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는지 답변 부탁드립니다.
김태병= 의원님께서 짚어주신 철도 산업 생태계와 역세권 개발 갈등은 국토부 역시 가장 뼈아프게 반성하고 집중 관리 중인 핵심 사안입니다.
첫째, 차량 제작사의 일방적 역량에만 의존하던 기존의 관행을 완전히 혁신하고자 합니다. 부실 제작사 사태를 겪으며 뼈저린 반성을 거쳤고, 차량 중소 부품의 표준화 및 제작 공정 표준화, 그리고 입찰 제도의 선진화 방안을 전면 고안하고 있습니다. 이미 지난 12월 제작사 금융 숨통을 틔워줄 선급금 지급 개선 제도를 마련했습니다. 선급금 지급제도개선은 차량 납품지연 상황에서 선급금이 초기 과다지급 되는것을 막기위해 공정율을 점검하면서 적정 선급금을 지급하도록 개선되었습니다. 과거에는 초기에 납품지연상황에서 과다한 선급금이 지급되고, 차량제작에 제대로 투입되지 않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둘째, 역세권 개발 및 철도 지하화 복합 개발 과정에서의 갈등 역시 선제적으로 진화 중입니다. 현재 58조 원 규모에 달하는 경부선, 경원선 등 전국 16개 노선의 선도 지하화 종합계획을 수립 중이며, 대심도 지하화 상부 부지를 민간 복합 개발하여 관광·산업·창업 공간으로 재편하기 위해 국토연구원, 교통연구원, 그리고 국가 철도 공단과 긴밀한 거버넌스를 가동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철도공단이나 코레일이 단순 적자 메우기식 주택 분양 사업에만 골몰하여 지자체나 주민과 법적 분쟁을 양산했으나, 최근에는 공단이 직접 대규모 용역과 TF에 매우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기술적 가용성, 재무적 타당성, 도시계획 정합성을 사전에 철저히 검증하고 있어 향후 분쟁 소지를 최소화할 것입니다.
2. 5극 3특 범부처 통합 마스터플랜 및 예산 확보 특별법 제정 추진
‘K-고속철, 지방 심장을 다시 뛰게 하자’ 포럼에서 발언하는 김현종 대표 // 사진=피렌체의식탁
김현종= 박 국장님과 김 국장님께서 아주 명료하게 현실을 짚어주셔서 속이 시원합니다. 두 분 국장님께 질문드리겠습니다.
박병석 국장님, ‘5극 3특’ 설계도에 따라 하반기 산업부를 중심으로 권역별 성장 엔진이 발표된다고 하셨는데, 정주 여건의 핵심인 광역 교통망 구축 외에 지방 의료 공백 해소, 거점 국립대 육성 등 범부처 차원의 생활권 지원 사업들을 지역별로 묶어 일목요연하게 지원하는 백오피스 통합 마스터플랜을 정부가 발표한 적이 있거나 준비 중인지 궁금합니다.
김태병 국장님, 지자체들의 예산 요구는 600조 원에 달하는 반면 재정 한계는 명확합니다. 그렇다면 예산 확보를 전향적으로 유도하고 대중교통이 단절된 지방 주민들을 위해 ‘5극 3특 SOC 특별법’과 같은 전향적인 법안을 국토부 차원에서 발제하거나 준비 중이신 계획이 있습니까? 과거 문재인 정부 시절 도로 예산보다 수도권 전철망과 GTX 투자를 수도권 주민 복지 차원에서 예산을 집중했던 것처럼, 이제는 균형 발전 복지 차원에서도 비수도권 철도 예산을 파격적으로 배정할 논리가 필요해 보입니다.
박병석= 현재 정부 부처가 단독으로 모든 부처를 총망라하여 종합 생활권 계획을 한 번에 패키지로 발표한 마스터플랜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법률적 절차에 따라 올해 하반기 각 권역별 지자체가 주도하여 수립하고 지방시대위원회가 취합·조율할 ‘초권역권 발전 계획’ 및 ‘발전 전략’이 바로 그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해당 계획안에 지자체들이 요구하는 핵심 교통축뿐만 아니라 교육(거점 국립대 지원), 지역 필수 의료 체계, 문화 인프라가 전부 연계되어 담겨야만 예산처 협의를 거쳐 정부의 ‘초광역 집중 지원 사업’으로 지정될 수 있습니다. 하반기 지자체들의 종합 계획 수립 단계에서 강력히 가이드라인을 잡고 어레인지하겠습니다.
김태병= ‘5극 3특 SOC 특별법’이라는 구체적인 명칭의 특별법 제정안을 제가 직접 보고받거나 추진 중인 바는 아직 없습니다. 그러나 재원 확보의 한계를 극복하고 범정부 차원의 종합 공간 전략을 짜기 위해, 현재 국토교통부 내부적으로 철도, 도로, 공항 부서를 전부 총망라한 ‘통합 SOC TF’를 별도로 가동하고 있습니다. 지방에 철도를 무작정 중복 건설하는 비효율을 방지하기 위해, 철도가 들어갈 축과 도로가 보완할 축을 정밀하게 교환하며 국가 균형 발전을 유도하는 전략적 마스터플랜을 내부 검토 중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이번 5차 망 계획은 비수도권의 교통 복지 확충에 확고한 무게중심을 두고 국가 자원을 배분할 것임을 다시 한번 약속드립니다.
3. 철도 차량 모델 표준화 건의 및 고속철도 좌석 공급 안정화 대책
‘K-고속철, 지방 심장을 다시 뛰게 하자’ 포럼에서 발언하는 서정기 상무 // 사진=피렌체의식탁
서정기(현대로템 상무, 이하 서정기)= 철도 차량을 직접 제작하는 민간 업계 입장에서 김태병 국장님께서 언급하신 부품 표준화 정책에 전적으로 공감하며, 한발 더 나아가 궁극적인 ‘철도 차량 모델의 표준화’를 정부 차원에서 강력히 추진해 주실 것을 건의드립니다. 현재 국내 전동차는 계약 이후 납품까지 통상 30개월, 고속 차량은 48개월이라는 막대한 시간이 소요됩니다.
문제는 현행 철도안전법상 기존 운행 차량과 사양이 아주 미세하게만 변경되어도 전동차는 12개월, 고속 차량은 최대 18개월에 달하는 혹독한 철도 안전 시험 기간을 전면 다시 거쳐야 한다는 점입니다. 만약 정부가 차량 모델 자체를 표준 사양으로 고정해 준다면 이 불필요한 시험 검증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어 기간 단축 및 제작 비용 절감, 나아가 해외 수출 경쟁력 강화에도 엄청난 이점이 있습니다. 전향적인 검토를 부탁드립니다.
김태병= 건의하신 차량 사양 및 공정 표준화는 매우 가려운 곳을 짚어주신 지적이며, 현재 국토부 역시 전문 용역과 TF를 동시에 가동하여 법제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국민 여러분께서 가장 고통받고 계시는 고속철도 좌석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차량 공급 타임라인을 공유해 드리겠습니다.
국토부는 이미 대규모 발주를 완료하여 오는 2027년 3월부터 매월 1~2편성(편성당 10량, 약 500석 규모)씩 고속열차를 순차적으로 현장에 투입할 예정이며, 2028년까지 총 31편성의 신규 고속차량 배치를 완료하겠습니다. 여기에 남부 내륙 철도 개통에 맞춰 추가로 준비 중인 20편성을 합산하면 총 51편성의 최신 고속열차가 전 국토에 추가 공급됩니다.
당장 올 9월에는 ‘고속철도 운영 체계 통합’ 가동을 앞두고 있습니다. 이미 지난 5월 15일 KTX·SRT 중련 운행 확대로 매주 2,000석의 좌석을 증편한 바 있으며, 올 9월 고속철도 효율화가 최종 완료되면 하루 10,000석 이상의 고속철도 좌석 공급이 획기적으로 늘어나 수요 갈증이 상당 부분 해소될 것입니다. 최근 GTX-A 노선의 안전 불안감에 대해서도 코레일, 철도공단, 국토부 전문가 협의체를 풀가동해 사전 예방 감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환기구 위치 변경 등 민자 노선 갈등도 주민 소통 TF를 통해 원만히 조정하고 있습니다.
4. 국내 철도 물류 효율화 및 유라시아 대륙 철도 진출 마스터플랜
최진석= 국장님께서 설명해 주신 거시적인 국가 간 물류망 외에 국내 철도 물류 분담률을 높이기 위한 미시적 방안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 신안산선 민간 사업자의 경우 출퇴근 시간 외에 낮에 열차가 많이 비는 철도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안산 인근 항구와 연계하여 낮에 서울 도심으로 신속한 물류를 배송하는 ‘도시 물류 기능’을 노선 계획에 반영하고 있습니다. 외국에서도 도시 물류를 철도로 해결하는 우수 사례가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김태병= 소장님 지적대로 현재 국내 물류는 철도의 상하차 번거로움 때문에 도로 분담률이 압도적이지만, 이번 5차 망 계획에서는 철도 물류의 고질적인 단절 구간을 해소하는 혁신안을 고안 중입니다. 단적으로 서해선 포승 구간에서 경부선 평택 구간으로 진입할 때, 연결선이 없다 보니 화차 머리(기관차)를 비효율적으로 돌려서 우회해야 했던 선로 분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직접 연결선’ 마련 방안을 긴밀히 반영 중입니다. 이 미세한 연결선 하나가 대한민국 철도 물류 체계에 엄청난 경제성 변화를 가져 올 것입니다.
또한 화물 컨테이너가 단순히 쌓여 있는 의왕 ICD(의왕 내륙컨테이너기지)를 첨단화하기 위해, 중국 연운항처럼 AI 자율주행 차량과 자동 하역 로봇 시스템이 유기적으로 통제되는 ‘첨단 자동화 물류 터미널 마스터플랜’ 수립을 코레일 측에 강력히 요청해 둔 상태입니다.
이러한 국내 물류 첨단화는 궁극적으로 대한민국 철도가 유라시아 대륙으로 진출하기 위한 사전 포석입니다. 저는 지난주 타지키스탄에서 개최된 OSJD(국제철도협력기구) 회의에 수석대표로 참석했습니다. 전 세계 30개 회원국 중 21개국 장관급이 모인 자리에서 공식 발언권을 얻어, 중국 연운항에서 출발해 중앙아시아(우즈베키스탄·카자흐스탄 등)를 관통하여 유럽까지 이어지는 OSJD 제2번 국제 화물 회랑(Corridor 2)에 대한민국 정부를 공식 회원국으로 참여시켜 달라고 강력히 요청했습니다. 다행히 핵심 거점국인 조지아 대표가 대한민국의 가입을 적극 지지하는 발언을 해주는 등 큰 외교적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과거 코로나 시절, 중국과 카자흐스탄 국경의 궤간 변경 과정에서 화차 배정을 받지 못해 우리 기업들의 수출 물류가 국경에서 6개월에서 1년씩 마비되어 중소기업들이 부도 위기에 처했던 비극적인 사건이 있었습니다. 대한민국이 OSJD 국제 회랑 회원국으로 공식 가입하게 되면 일정한 화차 배정 포션을 국제법적으로 보장받게 됩니다. 현재는 남북 관계의 한계로 인해 부산항에서 중국 연운항까지 해상으로 이동한 뒤 철도 복합 운송을 하고 있으나, 먼 미래에 대륙 철도가 전면 개통되는 그날을 대비해 지금부터 국제 철도 네트워크 영토와 첨단 신호 체계 기반을 철저하게 닦아놓겠습니다.
‘K-고속철, 지방 심장을 다시 뛰게 하자’ 포럼에서 발언하는 성시경 회장 // 사진=피렌체의식탁
성시경= 국장님의 거시적인 글로벌 대륙 철도 비전과 꼼꼼한 국내 좌석 공급 대책을 들으니, 오늘 포럼의 주제인 ‘K-고속철이 지방의 심장을 다시 뛰게 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듭니다. 오늘 제안된 지방 수요 유발형 예타 패러다임, 생활권 중심의 권역별 광역철도 실핏줄 망 구상, 철도 요금 현실화 및 차량 표준화 논의 등은 대한민국 국토 공간을 재편할 보배 같은 아이디어들입니다.
이러한 다각도의 전문가 고견들이 오는 10월 공청회와 12월 고시를 앞둔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 및 정부 정책에 적극 반영되어 진정한 국가 균형 성장의 기틀이 마련되기를 소망합니다. 바쁘신 시간 끝까지 자리를 지켜주신 청중 여러분과 열띤 토론을 벌여주신 전문가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이것으로 정책 포럼을 모두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해설 : 김남혁 편집자
전문 정리 및 편집 : 김남혁 편집자, 남궁주철 편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