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석현상>
해수면은 보통 하루에 두 번 꼴로 주기적인 상승, 하강 운동을 한다. 이 현상을 조석현상이라 부른다. 해수면이 상승하며 바닷물이 육지로 밀려 올려 오는 것을 만조(밀물)해수면이 하강하며 반대로 해수가 밀려 나가는 것을 간조(썰물)이라 한다.
조석의 차이는 오래 전부터 관찰되어 오던 현상이었다. 기원전 325년경 고대 그리스의 탐험가였던 피테아스는 대서양에서 조석의 간만을 경험했는데, 그가 살던 그리스의 지중해에서는 볼 수 없었던 광경이었다. 지중해는 육지로 둘러싸여 해수의 운동이 활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반면 대서양은 조석의 간만의 차가 비교적 커서 쉽게 눈에 띄었다. 피테아스는 이 현상을 주의 깊게 관찰했다. 그래서 하루에 2번 해수가 오르내리는 사실과 만조 때와 간조 때의 해수면 높이가 일정치 않음을 알아냈다. 즉 매달 2회씩 간만의 차가 특히 심할 때(사리)와 특히 약할 때(조금)가 있다는 사실 또한 발견했다. 그리고 피테아스는 사리와 조금이 달의 위상변화와 관련 있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사리는 삭과 망일 때, 조금은 반달일 때 일어나고 있었다. 그래서 피테아스는 달이 조석 현상을 일으킨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 생각은 2000년 동안 빛을 받지 못했다. 달과 조석의 관계를 2000년 간이나 밝히지 못한 대는 매일 2회씩 조석 현상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달의 가까운 쪽은 달의 인력으로 바닷물이 모이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지만, 달 반대쪽이 솟아오르는 이유는 알 수 가 없었던 것이다. 결국 이 논란은 뉴턴의 만류인력의 법칙이 발견된 이후에야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
조석 현상을 일으키는 힘을 기조력이라 부르는데, 기조력은 지구에 미치는 달과 태양의 인력의 크기가 각 지점에서 다르기 때문에 나타나는 힘이다. 기조력은 달의 인력과 지구의 운동에 의한 원심력의 합으로 결정된다. 지구와 달은 각각 질량 중심을 기준으로 서로 공전하고 있다. 지구 역시 질량 중심을 기준으로 회전하게 되는데, 이 회전원심력과 달의 인력의 합력이 기조력이 된다. 달이 지구에 미치는 기조력의 크기는 그 달의 질량에 비례하고 달과 지구 사이의 세제곱에 반비례한다.
달과 같은 원리로 태양에 의한 기조력도 설명될 수 있다. 다만 태양은 질량이 크지만 거리가 멀기 때문에 달의 기조력에 46%에 불과하다. 사리와 조금은 달과 태양의 기조력의 합력으로 생기게 된다. 삭이나 보름에는 달과 태양이 일직선상에 놓이게 되어 기조력이 합쳐져서 만조와 간조의 차가 커지면 사리가 된다. 또 상현이나 하현일 때는 지구와 태양, 달이 직각 삼각형을 이루고 있어 기조력이 상쇄된다. 이렇게 되면 조금이 일어나게 된다.
지구상의 기조력은 지구의 자전으로 인해 시간에 따라 변하므로 각 지점에서는 하루에 두 번의 만조와 간조가 일어나고, 극지방의 경우 한번의 만조와 간조가 일어난다. 만조에서 다음 만조까지의 시간을 조석 주기라고 하는데, 이 주기는 12시간 25분 정도이다. 그래서 하루에 두 번 만조가 있게 되는데는 24시간 50분이 걸려 조석 시간은 매일 50분씩 늦어진다. 그 이유는 지구가 한번 자전하는 동안에 달이 지구 주위를 공전하기 때문이다.
<조석현상의 영향>
조석현상은 자전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하루 길이가 24시간으로 된 것도 조석현상에 의한 것이다. 하루 중에 밀물인 곳과 썰물인 곳이 생기면서 얕은 바다의 밑바닥 등과 마찰이 생기게 되는데 지구의 자전에너지가 이 마찰열로 방출되고 만다. 지구의 자전 에너지에서 마찰열로 전환되는 에너지는 그리 큰 량은 아니지만, 오랜 시간동안 누적되어 자전 속도에도 눈에 띄는 영향을 나타내게 된다. 자전속도의 감소로 지구의 각운동량은 감소하게 되고 지구에서 상실된 각운동량은 달이 가지게 된다. 지구의 각운동량이 줄어든 만큼 달의 공전 각운동량이 커지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달은 지구에서 멀어지게 되는데, 커진 각운동량만큼 선속도가 커지기 때문이다. 결국 조석현상으로 인해 지구의 자전속도는 줄어들고 달의 공전 반경은 커지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지구의 자전이 느려지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 지구의 자전 각속도가 달의 공전 각속도와 같아지는 때까지가 된다. 지구의 자전주기와 달의 공전주기가 같아질 때가 그 한계가 된다. 그렇게 되면 지구는 항상 같은 면만 달을 향하게 된다. 그때가 되면, 더 이상 조석현상은 일어나지 않고, 항상 만조인 곳과 항상 간조인 곳만이 있게 된다. 또한 달은 더 이상 떠오르지 않고 달이 항상 떠있는 지역이 생기게 된다. 이 상태가 되면 더 이상의 자전 에너지를 잃어버리지 않게 된다. 지금 달의 공전반경이 2배가되는 때가 바로 그때인데, 그렇게 되면 하루는 지금의 50일 이상이 되고 일년은 7일이 된다. 조석현상은 태양의 기조력에 의해 생기는 것뿐일 것이다.
달에서는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 입장을 바꿔보자. 달이 받는 지구의 기조력은 달의 기조력의 32.5배나 된다. 그래서 달의 자전 에너지들 잃어버리고 항상 같은 면만을 지구로 향하게 되었다.(동주기자전현상이라 한다.) 그래서 지구에서는 항상 달의 한쪽면 만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현상은 달과 지구 뿐만이 아닌 다른 행성과 그 위성들 사이, 태양과 행성들 사이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목성의 위성 이오의 경우도 달처럼 항상 같은 면만을 목성으로 향하고 있고, 수성과 금성의 경우도 이 경우에 상당히 근접해 있다. 지금의 금성은 완전히 같은 면만 태양을 향하는 것은 아니지만, 태양의 기조력에 의해 자전 속도가 느려져서 아주 느리게 자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