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터미널
김상규
기억을 잃어버린 금붕어의 눈빛같이
건초를 씹다 지친 알파카의 입술같이
떠나자, 남부터미널로 무표정한 그곳으로
가볍게 흩날리는 매표소를 뒤로 하고
어항에 둘러앉은 대합실 속 사람들
'칠레행, 칠레행 버스는 당도하지 않습니다'
누구나 알고 있다면 아무도 모른다는 것
슬프면 왜 우는가, 기쁘면 왜 웃는가
오늘의 스낵코너에선 왜 표를 안 파는가
멍하니 홀로 앉아 사육실이 돼보는 곳
쾌활한 기분 따위는 어울리지 않는 곳
가보자, 남부터미널로 머그샷 속 얼굴처럼
-《거울 속 히치하이킹》 객 동인지, 4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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