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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구해인 시인 <김삿갓 방랑기><월정사 그리고 돌의 기도><천관사 편백나무 숲을 바라보며>

작성자김양희|작성시간26.06.23|조회수7 목록 댓글 0

김삿갓 방랑기 외 2편

 

김구해인

 

 

오직 달항아리와 나뿐인 세상에

무늬도 언어도 색깔도 없어라
존재를 무장해제할
이 고요

이 맑음


이것에 이끌리며 그동안 치러온

내밀한 전쟁들 피 흘리고 쓰러지다
잘 벼린 칼날 붙잡고

일어서던
싯푸른 날들


평생 머리에 삿갓 쓰고 감출 것은

삼손의 머리카락 아름다운 신의 목소리

흰 벽에 둥실 떠오른
달항아리
그리고 나

 

 

월정사 그리고 돌의 기도



돌들은 무의미한 채 한없이 무한하고

평소 탐구할 가치도 없는 세속의 말

오래 전 어느 짐승의 폭력으로 굳어졌나


향기도 색도 잃고 바스라진 환상들

어디에나 있었기에 모두에게 외면 당해온

스스로 불타오르다 소진된 트라우마


바라보니 하나같이 눈 코 입 윤곽이 없고

땅에 박힌 돌울음 저항 의지 투철하니

두 손을 가슴에 모아 운명의 돌 찾아본다


물소리는 점점 나를 황망하게 무너뜨리고

나타난 작은 돌 우리는 이미 하나

누구를 누가 얼마나 기다렸나 묻지 않으리

 

 

천관사 편백나무 숲을 바라보며

 

 

가장 깊은
비밀을 품고 서 있다

미래의 부처로 태어날 씨앗들

시작도 종말도 없이
손에 손 잡은

시간들


누가 누구를

무엇이 무엇을
이름 부르자 문득 홀로 밤이어서

대낮은 장갑을 끼고

짙푸른 그늘
닦고 닦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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