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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숙 시인<거안실업* 그 남자><고로쇠 물오를 때><등을 보다>

작성자김양희|작성시간26.06.23|조회수7 목록 댓글 0

거안실업* 그 남자 외 2편

 

고영숙

 


창밖마당 비파 열매 옅은 노랑 물이드니

물까치 떼 그를 깨워 마수걸이 까작까작
수척한
풍경이 되어

거실 안방 점거하나


하나둘 동백회원** 산새 따라 다 떠나고

육신이 허물어져 실낱같은 살 떨림

구름을

떠밀고 가듯

보행 차 굴리는 하루


고독한 눈짓 던져 코끝에서 발끝까지

깡마른 엉덩이에 기저귀 채울 때면

목마른
저녁 햇발이

땅거미에 울먹인다


*거안실업 : 거실안방 실업자.
** 동백회 : 동네백수 모임.

 


고로쇠 물오를 때

 

 

선두 산 꽃샘추위 친정 오빠 봄의 노래

황토 방 군불 지퍼 남매간들 정부 빌 때
야산 옆
고로쇠나무
어머니 젖줄 같아


아침마다 주전자에 걸음모아 받은 수액

구름 바람 숲의 소리 옹기가득 출렁이고

몸속의
쌓인 설렘이여
흘러가는 노래여


가죽나무 까치처럼 한 세월 우짖으며

눈빛 맑은 목소리들 귀에 쟁쟁 사무친데
떠나고
못 오는 형제들
굽이굽이 그리는 봄

 


등을 보다

 


그대의 누운 등이 휘어져 뒤척인다

들썩인 호흡마다 손가락이 떨리고

열두 쌍 갈비뼈들이

곤두서는 몸속 결기


짊어진 몇 겹의 짐 침상위에 부려놓고

긴 시간 사막 걷는 외로운 낙타되어

침묵의 풍경 안에서

창 하나에 귀 밝힌다


불빛에 출렁이며 모서리 짚고 일어서는가

몸에 새긴 기억들이 모공 세워 지탱하고

솟구친 노역의 힘줄

마침내 주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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