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안실업* 그 남자 외 2편
고영숙
창밖마당 비파 열매 옅은 노랑 물이드니
물까치 떼 그를 깨워 마수걸이 까작까작
수척한
풍경이 되어
거실 안방 점거하나
하나둘 동백회원** 산새 따라 다 떠나고
육신이 허물어져 실낱같은 살 떨림
구름을
떠밀고 가듯
보행 차 굴리는 하루
고독한 눈짓 던져 코끝에서 발끝까지
깡마른 엉덩이에 기저귀 채울 때면
목마른
저녁 햇발이
땅거미에 울먹인다
*거안실업 : 거실안방 실업자.
** 동백회 : 동네백수 모임.
고로쇠 물오를 때
선두 산 꽃샘추위 친정 오빠 봄의 노래
황토 방 군불 지퍼 남매간들 정부 빌 때
야산 옆
고로쇠나무
어머니 젖줄 같아
아침마다 주전자에 걸음모아 받은 수액
구름 바람 숲의 소리 옹기가득 출렁이고
몸속의
쌓인 설렘이여
흘러가는 노래여
가죽나무 까치처럼 한 세월 우짖으며
눈빛 맑은 목소리들 귀에 쟁쟁 사무친데
떠나고
못 오는 형제들
굽이굽이 그리는 봄
등을 보다
그대의 누운 등이 휘어져 뒤척인다
들썩인 호흡마다 손가락이 떨리고
열두 쌍 갈비뼈들이
곤두서는 몸속 결기
짊어진 몇 겹의 짐 침상위에 부려놓고
긴 시간 사막 걷는 외로운 낙타되어
침묵의 풍경 안에서
창 하나에 귀 밝힌다
불빛에 출렁이며 모서리 짚고 일어서는가
몸에 새긴 기억들이 모공 세워 지탱하고
솟구친 노역의 힘줄
마침내 주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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