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을 끓이며
윤명수
산다는 것은 내가 나에게서 자꾸 멀어지는 일이다
오늘은 불금타는 금요일
생이 더 멀어지기 전에 노을 지는 한강 변에서
거하게 치맥이나 한 번 해볼까?
갑자기 귓속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소리
소크라데스가 너 자신을 알라고 일갈한다
그렇지 애당초부터 가당치도 않은 일이었지
중화요릿집에 가서 짜장면이나 시켜 먹자
짜장면 한 그릇에 만원이라고
그 돈이면 라면이 열 봉지인데
아무래도 집에 가서 라면이나 끓여야겠다
라면 봉지가 가슴을 활짝 열어 재낀다
헐거운 저녁 한 끼
십 리나 되는 라면 발을 건져 올리며 묻는다
너는 어쩌다 라면이 되었니?
그런 너는 어쩌다 라면 먹는 신세가 되었니?
먹는 자와 먹히는 것이
서로가 서럽다고 서로가 한심하다고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