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진 자리
박후기
사과나무에겐
꽃 핀 자리가 똥구멍이다
꽃 필 무렵
사과나무는 온몸이 항문이다
꽃잎을 버림으로써 몸을 여는
항문의 개화기를 지나면
똥덩어리 같은 사과 한알
비로소 가지 끝에 매달린다
흉부에 꽂힌 가느다란 꼭지,
식도 뚫은 튜브 통해 양분 받으며
여름내 있는 힘 다해
괄약근을 조인다
늘어진 살가죽
몸 안으로 잡아당기느라
얼굴 점점 붉어지고,
사과에겐
꽃 진 자리가 똥구멍이다
꽃 진 자리에 유난히
주름이 많은 것은
전생(全生)이 한꺼번에 쏟아질까봐
항문에 힘주기 때문이다
사과밭 노인 병상,
어머니 관장하신다
박후기
경기평택 출생. 2003년 《작가세계》 등단.
시집 『종이는 나무의 유전자를 갖고 있다』,『내 귀는 거짓말을 사랑한다』.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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