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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춘문예 시조

푸른, 고서를 읽다 / 박경희 / 2018 국제신문 신춘문예 당선 시조

작성자수천/윤명수&짝꿍|작성시간18.01.04|조회수66 목록 댓글 0

푸른, 고서를 읽다   /   박경희


 

소나무 그리움은 기린처럼 목이 길다

쓰린 몸 향기롭게 그늘도 감아올려

하늘에 얼굴을 묻고 늦가을 헤아린다

 

화첩의 여백으로 허공 깊이 살피면서

삼릉*에 얹혀사는 풀잎들 가슴 속에

바스락, 속지인 듯이 흰 구름 들앉히고

 

더러는 메마른 몸 바람에게 내어준 뒤

조릿대 쑥부쟁이 그 앞섶 쓰다듬어

잘 익은 풍경 하나를 남산에다 잇댄다

 

한 세월 갈고닦은 갑골문의 필법같이

어디선가 날아온 한 마리 딱따구리

오늘도 화엄의 세상 푸르게 음각하는

 

*신라시대 아달라왕, 신덕왕, 경명왕의 무덤.

 

   (심사평)


  한국정형시의 눈부신 미래를 견인할 최고의 등용문인 신춘문예에 쏠리는 뜨거운 기대와

열망을 담보하듯, 수백 편의 적지 않은 역작 중에서도 당선의 영예를 안은 푸른, 고서를

읽다는 단연 선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늦가을 경주 남산, 삼릉의 소나무에서 화엄의

세상 푸르게 음각고서를 읽어내는 비범한 상상력의 천부적 재기를 오히려 깊은 숙

고로 다스려낸 결 고운 서정의 녹록지 않는 깊이와 밀도가 믿음을 더해주었다. 특히 700

년을 지켜온 시조장르 특유의 절제된 기본미학에 완벽하리만치 충실하려고 애쓴 가락

부림의 묘미가 근래 기성 시인들조차 간과하기 쉬운 소중한 미덕으로 큰 호평을 받았다.

또한 당선작과 함께 보내온 4편의 동봉작 역시 흠결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고른 수준의

안정감과 완성도를 갖추고 있어서 역량 있는 새 시인의 탄생을 선자 일심으로 확신하였다.

이외 당선작과 함께 결심에 오른 작품으로는 조선 말기 천재화가 오원 장승업의 그림을

통해 그의 거침없이 호방했던 예술혼과 생애를 활달하고 패기넘치는 남성적 톤으로 조명

해낸 군마도’, 홍시에 연관된 유년의 기억으로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따뜻하게 형상화

홍시유감’, 도시고층 건물의 유리창을 밧줄에 매달려 닦는 한 가장의 비애를 절체절

명의 빙벽이미지로 육화한 담쟁이를 읽다이다. 나름의 개성이 뚜렷이 부각되는 수작들

이었지만, 각각 숲은 보지 못하고 나무에만 집착하거나, 숲만 보려다가 자칫 나무를 잃어

버리는 아쉬움이 지적되었고 대표작을 받쳐줄 동봉작의 힘도 미흡했음을 밝힌다. 올해

국제신문 신춘문예는 지역과 나이를 넘어 응모작 전반에 걸쳐 무게감이 느껴지는 고른

수준에 올라 있었고, 특히 해외응모작들의 쇄도로 가히 국제신문과 시조의 위상이 범세

계적으로 높아지고 있음에 참으로 고무되었다. 당선자에게 아낌없는 축하와 박수를 보

낸다. (이우걸·박권숙 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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