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관사의 바람
南善 최병용
연초록 잎새들이
짙은 녹음으로 물들어 가는 유월
삼각산 진관사에 발을 들인다
비구니 스님의 정갈한
발걸음마다
초여름 향기가 고요히 고여 있고
산사는 오늘도
길잃은 넋들을 불러 모아
한 그릇 서늘한 평화를 공양한다
육백 년 세월을 흔들어 깨운 바람이
백초월 스님의 숨결을 데려왔는가
보수공사 낡은 벽 조각 사이
마침내 눈을 뜬 한 장의 태극기
일장기 붉은 해를 덮으며 그려진
시퍼런 괘(卦)의 눈빛 앞에 서니
유월의 바람이 가슴을 쳐
나는 그만 오랫동안
돌처럼 굳어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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