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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

진관사의 바람

작성자가을 최병용|작성시간26.06.11|조회수15 목록 댓글 0

진관사의 바람

                              南善 최병용

 

연초록 잎새들이

짙은 녹음으로 물들어 가는 유월

삼각산 진관사에 발을 들인다

 

비구니 스님의 정갈한

발걸음마다

초여름 향기가 고요히 고여 있고

 

산사는 오늘도

길잃은 넋들을 불러 모아

한 그릇 서늘한 평화를 공양한다

 

육백 년 세월을 흔들어 깨운 바람이

백초월 스님의 숨결을 데려왔는가

 

보수공사 낡은 벽 조각 사이

마침내 눈을 뜬 한 장의 태극기

 

일장기 붉은 해를 덮으며 그려진

시퍼런 괘(卦)의 눈빛 앞에 서니

 

유월의 바람이 가슴을 쳐

나는 그만 오랫동안

돌처럼 굳어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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