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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이야기

또 다시 만남을 기약하면서...

작성자정해수|작성시간23.02.23|조회수106 목록 댓글 0

남부지방이라 하지만 영취산 산봉우리엔 아직도 잔설(殘雪)이 희끗희끗 남아있는 1월 하순, 해마다 이 맘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홍매(紅梅). 붉디붉은 꽃망울이 연분홍 꽃으로 팡 터지면서 겨우내 움츠렸던 우리들에게 봄이 머지않음을 알려주는 전령 에르메스(Hermes).

 

그렇게 통도사의 홍매는 긴 어둠의 계절을 훌훌 털어내고 온 세상을 환하게 열어 주었으니, 언제나 찾아왔던 그 손님이었지만 올해 만나는 그것이 유독 반가운 까닭은 또 무엇일까? 그래, 내 나이 깊어가면서 함께 사위어가는 희망이 어느 날 문득 그 끝에 이르는 거나 아닐까 두려운 것이리라. 

 

하지만 어느 책에도 나와 있더만, 희망을 갖고 좋은 때가 올 거라는 기대의 끈을 놓지 않는 사람들이 비관적인 인생관을 가진 사람들보단 훨씬 행복한 삶을 산다고 했다지 않은가. 위약효과(placebo effect)란 말이 있듯, 그 아름다운 홍매를 내년, 그리고 운이 좋아 그 후로도 오랫동안 만날 수 있길 기대한다면 꿈은 이루어질 수 있으리라 믿어 본다. 오정애 선생의 시 '호롱불'에 나오는 그 호롱불이 곧 우리들이 다시 만나야 할 홍매의 의미가 아닐까 한다. 

 

파인 김동환 선생의 시에 김규환 선생이 곡을 붙인 가곡 '남촌'을 소프라노 김연옥님의 음성으로 들으며, 저 멀리 사위어 가는 홍매가 전해 줄 따뜻한 남녘의 바람을 기다려 본다.        

 

...(전략) 아버지 장날에 석유 기름 한 병 사 들고 오신 날

              무명천 심지 만들어 하얀 등잔 뚜껑 걸으시고

             꿈 많았던 시절 희망의 빛으로 솟구치며

             방안 전체를 밝혀 주던 호롱불 심지 불꽃이었다(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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