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친구 생긴 것과 다르네
내가 일주일에 세 번 가는 체육관에서 운동하는 사람들을 보면 제각각으로 생겼다. 거의 모두가 백인들이지만, 피부와 머리 색깔, 체격 등이 참 다양하다. 그런데 다들 동양인보다 덩치가 매우 커서 미국에 오래 산 나도 그들을 대할 때는 위압감을 느낄 때가 잦다.
운동에 열중하는 그들을 보면 인종도 다양하고 얼굴 생김새도 다양하다.
고지식해 보이는 얼굴, 너그러워 보이는 얼굴,
느긋해 보이는 얼굴, 성미가 급해 보이는 얼굴,
선량해 보이는 얼굴, 성깔 있어 보이는 얼굴…등등.
그들 중에 만날 때마다 내가 눈인사라도 주고받는 사람은 두엇밖에 되지 않는다. 그건 한국어보다는 훨씬 불편한 영어라는 언어의 장벽 탓도 있지만, 소심하고 낯을 가리는 편인 내 성격 탓이 크다.
나이 80 정도 되어 보이는 어느 백인 할머니는 늘 먼저 나에게 다정하게 인사를 건넨다. 주로 날씨 얘기지만, 때로는 어디를 다녀왔는지 얘기할 때도 있다. 중국인과 한국인의 혼혈인 트레이너 존은 나를 보면 가끔 동네에서 일어난 일이나 가족 얘기를 들려준다. 그의 어머니가 한국인이라는데 한국어는 한마디도 못 한다. 덩치 크고 잘 웃는 어떤 백인 남자는 운동보다는 수다 떨기에 열중하는 아주머니들 흉보기에 바쁘다.
세상에 얼굴이 똑같은 사람은 없다. 얼굴에서 받는 느낌도 사람마다 다르다. 가끔 얼굴을 마주치는 어떤 백인 남자는 성깔깨나 있어 보여서 가끔 마주쳐도 내가 외면하곤 했다. 키는 나보다 조금 크지만, 나만큼이나 말랐고, 머리는 많이 벗어진 까다로운 인상이라서 쉽게 다가가기 어려웠다. 그런데 오늘 그와 바로 옆에서 운동했다. 나는 다리를 벌리는 운동을, 그는 다리를 조이는 운동을 하다가 눈이 마주쳤는데, 그가 갑자기 손을 내밀었다.
“자주 봤지만, 인사를 나눈 적이 없군요. 나, 빌(Bill)이요.”
나도 반사적으로 손을 내밀었다.
“난, 스티브요.”
일단 말을 트니 그다음은 대화가 쉽게 풀렸다.
일주일에 체육관에 몇 번 온다. 은퇴한 지 얼마나 되었다. 은퇴 전에는 무슨 일을 했다.
지금은 무슨 일을 하며 소일한다. 다리가 왜 그리 불편해 보이냐?...등등의 얘기를 주고받다가 내 바짓단을 걷어 올려 의족을 보여주고…그리고 다음에 또 보자고 인사하고 헤어졌는데 돌아서서 생각하니 그 친구 보기보다 성격이 시원시원했다.
“나이 사십이 넘으면 모든 사람은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링컨의 명언을 나는 신봉해서 사람의 얼굴은 그 사람의 삶을 드러내는 이력서 같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달리 말하면 사람은 생긴 대로 논다고 생각한다. 때로는 그게 지나쳐서 처음 보았을 때 느낀 인상으로 그 사람의 됨됨이를 단정하는 얼치기 관상쟁이 행세를 해왔다.
그런데 남들에게 나는 어떻게 보일까? 내가 선량하고, 신앙심 깊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적지 않은 듯하다. 그런데 내 성질이 얼마나 고약한지, 내가 얼마나 엉터리 신자인지 나의 아내는 잘 안다. 아내에게 나라는 사람이 어떤지 물으면 보나 마나, “같이 살아 봐.” 라고 대답할 것이다. 내 얼굴이 주는 인상과 실제 인간 됨됨이가 다르다는 얘기일 것이다.
사람의 인상과 실제 인간성이 이렇게 다를 수 있는데, 이제부터라도 사람의 첫인상으로 그 사람을 판단하는 잘못을 저지르지 말아야 하겠다.
(2017년 2월 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