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랑대의 애국(愛國)이 운명(殞命)
-태릉골프장의 골프외교기능도 함께 멈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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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랑대와 육사교가
화랑대가 사라질 운명(運命)이다. 국익을 증진해온 애국기능도 운명(殞命)한다.
정부가 2025년9월부터 2026년4월에 걸쳐 육·해·공사관학교를 통합하며 육사를 폐교시키는 길로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국군사관대학교를 신설해 3군 사관학교를 각 단과대학으로 통합하며, 육사는 지방으로 보내고 그 터전인 화랑대에 아파트를 짓겠다는 것이다.
이는 현임 이재명 대통령이 2026년 2월20일 3군 사관학교 통합임관식에서도 직접 밝힌 바 있어 그의 의지와 책임이 따르는 것이라 실현성이 높다.
군간 합동작전을 통합작전이라고 한 무개념은 접어두고, 그만큼 선무당 사람 잡는 일이 목하(目下) 이뤄지고 있고, 그 서슬에 화랑대의 운명이 아슬아슬해지고 있는 것이다.
「화랑대(花郞臺)」라는 이름은 서울 노원구에 위치한 육군사관학교의 별칭(別稱)이며, 1960~1980년대에는 육군사관학교 일대를 통칭하여 「화랑대」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았기에 주변의 마을과 기관에서도 함께 사용해 왔다.
서울지하철 6호선 ‘화랑대역’, 경춘선의 옛 간이역인 ‘옛 화랑대역’, 간이역이 있던 철도 역사(驛舍)를 관광명소로 만든 ‘화랑대철도공원’, 성북구와 노원구를 지나는 주요도로 ‘화랑로’, 화랑로와 동일로 인근의 ‘화랑대사거리’, 이전의 ‘화랑대 우체국’, ‘화랑대 군인아파트’, ‘화랑대 정류장’, 공릉동과 묵동 일대를 아우렀던 ‘화랑대 지역’ 등의 명칭이 널리 사용되고, 군 관련 해서 ‘화랑대초소’, ‘화랑대후문’ 등도 있다.
이제 육사가 지방으로 떠나게 된다면 화랑대라는 이름을 써온 이 지역 기관과 명소들이 화랑대와 함께 그 의미를 잃고 역사 속으로 사라질 판이다.
그 많은 화랑대의 지명 중에 [花郞臺]라는 휘호가 분명하게 새겨진 위풍당당한 건물이 있다. 육사 안 화랑연병장의 사열대를 말한다. 건물의 크기가 커서 위풍당당한 게 아니라 오랜 세월 진충보국했던 역사를 가지기 때문이다.
생도시절인 1960년대의 기억으로, 이 사열대는 평소엔 매주 생도들이 사열과 분열로 이루어진 특기식을 행하고, 전교생이 무장구보 출발 전의 하기식을 할 때 학교장을 비롯한 학교본부 상관들이 오르던 곳이다.
그 보다는 매년 기별(期別) 졸업 및 임관식을 거행할 때 대한민국 국가원수인 대통령과 고위각료, 군 고위지휘관들이 함께 올랐었다.
대한민국이 필요해서 초청한 세계 각국 국가원수 및 고위관료들이 귀빈으로 올라 생도들의 사열을 받음으로써 경건한 환대를 받아왔던 곳이다
그 외국귀빈에 대한 생도들의 사열이 바로 나라의 국익을 위한 외교활동이었다는 점을 새삼 깨달은 것은, 임관 후 중도 전역해 복무하던 곳에서 제3국으로 우회한 국제무대에서의 남북 간 치열한 외교전 대결을 지켜보면서이다.
많은 외국 정상들이 육사를 방문한 것은 특히 1960~1970년대 박정희 대통령 정부의 활발한 외교와 한국군 현대화 과정에서다. 육사가 화랑대에 자리 잡은 이후 1980년대까지 100여 회가 넘는 것으로 알려진다.
필자의 생도시절 전후로 대표적인 국빈 방문으로는
1964년 서독 하인리히 뤼브케 (Heinrich Lübke) 대통령
1965년 에티오피아 하일레 셀라시에(Haile Selassie I)황제
1968년 가봉 오마르 봉고(Omar Bongo)대통령 등이 있었는데
이들 중에는 1회에 그치지 않고 재방문한 것으로도 기억된다.
1970년대까지 이어지는 같은 기간에 1966년 필리핀 페르디난드 마르코스대통령을 비롯해, 태국왕실 대표단, 대만 장개석 정부대표단 총통특사, 말레이시아 총리급 정부대표단, 인도네시아 수하르토 대통령, 자이르 모부투 세세 세코 대통령, 태국 마하 와치랄롱꼰 왕세자, 요르단 하산 왕세자, 브루나이 왕실인사 등의 방문이 있었다.
1980년대 이후도 스페인 후안 카를로스 1세 국왕, 싱가포르 리콴유 총리, 브루나이 하사날 볼키아 국왕, 캄보디아 노로돔 시아누크 국왕, 요르단 압둘라 왕세자(이후 국왕등극)등의 방문이 이어졌던 것으로 기록된다.
이 기간들에 세네갈 레오폴 세다르 상고르 대통령, 탄자니아 쥘리어스 니에레레 대통령, 캄보디아 노로돔 시아누크 국가원수, 모로코 하산 2세 국왕특사 등도 방문한 것으로 기록되면서 필자의 기억 저편에 떠오르기도 한다.
이 같은 외국 수반들의 육사방문은 당시까지만 해도 한반도에서 남과 북 중에 어디가 대외적 정통성을 가지는가를 공인 받아야하는 총력외교전의 시대에서 전개된 초청외교활동이고, 여기에 육사생도와 화랑대가 큰 힘을 보탠 것이다.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의 제국(諸國)은 이른바 비동맹권 제3세력으로서 유엔을 비롯한 국제외교무대에서 강력한 집단적 발언권을 행사하고 있었다. 가봉의 오마르 대통령, 말레이시아 및 인도네시아 정부대표단 등이 그런 대상일 것이다.
중동 나라들은 경제개발 5개년 계획추진 등 성장발전에 피치를 가하던 한국에 절대적으로 긴요한 석유자원을 공급할 수 있던 자원후원세력이었다.
한편으로 서독 뤼프게 대통령은 박정희 대통령이 무일푼에서 대한민국 경제발전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대규모 차관을 제공해 주어 한국의 경제성장에 크나큰 토대를 마련해준 주인공이다.
에티오피아 셀라시아 황제는 북의 6.25남침으로 궤멸될 대한민국을 구원하기 위해 최정예 황실군대를 보내준 은인이다.
화랑대 연병장에서 사열을 받고 생도들과 기념촬영을 했던 이들에 대한 사은(謝恩)의 행사였지만, 이를 계기로 두 나라는 한층 더 영원한 한국 지원세력이 되어주었을 것이다. 그런 역할을 화랑대가 해내었던 것이다.
외국국가원수 화랑대 초청방문을 이토록 장황하게 찾아내 밝히는 것은 그만큼 그 행사를 위해 선후배 생도들이 기울였던 노력들이 고단했었지만, 한편으로 자부심 가득해지기를 새삼 떠올리게 하고 싶어서이다.
동 시대 육사출신들이라면 화랑대 사열 이전에 그 국가원수들의 입국을 환영하기 위해 한파와 더위도 아랑곳 않고 김포공항 가도에서의 도열에 나섰던 기억들도 떠오를 것이다.
그 행사에의 동원과 참여가 화랑대와 함께 한 국익증진의 의미 있는 헌신이었다고 생각하면 결코 힘들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한편으로 육사가 위치한 화랑대의 옆 태릉골프장 또한 화랑연병장 외국국가원수 사열 못지않게 국익증진에 기여했다.
골프외교(Golf Diplomacy)를 말한다. 국가정상이나 고위지도자들이 공식 회담장 밖에서 함께 골프를 치며 친분을 쌓고, 이를 통해 외교적 신뢰와 협력 관계를 증진함으로써 공식외교를 보완하는 비공식소통 외교활동방식이다.
비즈니스골프가 그렇듯이 양자 간의 사이를 친근하게 만들어 상호간 심각한 난제도 부드럽게 풀어나가는 계기를 만든다는 건 불문가지다.
아이젠하워, 트럼프, 바이든 등 미국의 대통령들이 외국국가 원수를 초청해 캠프데이비드 별장에서 한담하거나 더해서 찾아가는 곳이 골프장이다. 한국의 박정희, 전두환 및 노태우 대통령 시절에도 골프외교는 최대한 활용됐었다.
태릉골프장이 그런 역할을 해왔다. 대통령이 위치하는 수도 서울에 위치하며 육군사관학교 울타리에 붙어 군사적 경호도 밀착돼 있다. 대통령이나 정부각료, 군 고위지휘관이 여가를 즐기기도 손쉽지만, 외국국빈들의 초청외교에도 가장 안성맞춤이기 때문이다.
한편 태릉 골프장의 각 코스는 화랑대의 진산(鎭山) 불암산을 내내 마주한다. 불암산은 북한의 6.25 남침에 맞서 교육 중이던 육사 1.2기 생도들이 포천지구에 투입됐다 희생되며 패퇴해 생도대 뒷동산 92고지에서 사력을 다해 저지하다가 이어진 철수명령에 따르지 않고 은신해 적후 유격전을 벌였던 산이다. 지금은 후배 생도들이 산악달리기와 호연지기의 수련장이다.
그 불암산을 마주하는 태릉골프장 애용 장교들은 라운딩을 하면서도 애국과 충정을 가슴에 되새기게 된다.
화랑대와 태릉 골프장이 사라질지 모른다는 사념(思念)에는 두 장소가 대한민국에게 헌정해온 국익증진과 진충보국의 애국심 등 국가안전보장의 가치와 덕목의 상실이 함께 한다.
과거든 현재든 지속가능한 국가성장 동력을 구하는데 필수적인 외교와 수출에 목을 매야 하는 대한민국의 국가지도자라면, 천혜라고 할 수 있을 화랑대와 태릉 골프장의 존재는 결코 포기할 수 없어야 할 것이다.
화랑대와 태릉골프장, 그리고 불암산에 대한 사념으로 생도들과 함께 체력과 호연지기를 연마하기 위해 불암산을 치닫던 태릉선수촌 옛날 국가대표들과도 회한을 함께하고 싶어진다. §§
2026년 6월21일
一鼓 김명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