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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경제분과

사회적경제와 지역혁신_김경희교수 글.

작성자2012FM|작성시간13.05.28|조회수116 목록 댓글 0

사회적 경제를 통한 지역혁신의 가능성과 한계
: 마을기업과 협동조합을 중심으로

김 경 희(한성대 교수)


1. 서론

 

  정부의 관점에서 지역의 문제는 오랜 동안 지역경제 활성화와 지역소득증대를 중심으로 한 지역개발의 문제로 다루어져왔다. 지역간 격차와 불균형의 문제 역시 이러한 경제적 성과의 측면을 기준으로 평가되고 개선의 노력을 기울여왔다. 결과적으로 지역의 경제성과 개선에 초점을 맞춘 정부 주도의 하향식 지역개발정책은 지역주민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내는 데에 한계를 드러내었고 마을기업은 그 대안으로 주목을 받게 되었다. 지역이 당면하고 있는 경제적 문제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주민의 자발적 참여에 의한 마을 기업이 지역내 고용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게 되었다. 그러나 정부의 협소하고 단기적인 관점과 기대와는 무관하게 마을기업은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자활공동체 등과 같이 ‘사회적 경제’(Social Economy) 영역을 이루는 조직 혹은 주체들 중의 하나이다. 역사적 맥락을 고려할 때 이러한 조직들은 명칭은 조금씩 다르지만 유사한 원칙들을 가지고 경제활동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에 사회적 경제라는 하나의 부문으로 이해한다. 현재 이들 각 조직은 관장하는 정부 부처가 다르고(예로 사회적 기업은 고용노동부, 마을기업은 안전행정부, 농어촌공동체회사는 농림축산식품부, 그리고 최근 기본법이 통과된 협동조합은 기획재정부에서 관장) 각기 개별적으로 운영되는 듯한 혼란을 주는 것은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사회적 경제’가 갖는 함의에 대한 이해나 공론화가 부족한 상태에서 정부 주도적으로 이러한 사회적 실험, 지역적 실험이 이루어지고 있는 현황을 반영해준다. 정부로서는 사회적 기업이든, 마을기업이나 협동조합이든 다른 것은 차치하고 우선적으로 일자리 창출이라는 가시적 성과를 얻는 수단으로서 적극 지원과 육성의 의지를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의 기대가 어떠할지라도 사회적 경제 영역이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 하에서 갖는 역사적 함의와 가치는 더 발굴되고 제시될 수 있어야 한다. 마을기업이나 협동조합 등 사회적경제 조직이 갖고 있는 호혜성, 민주적 참여, 협동과 연대 등의 원칙과 문화는 이를 바탕으로 해서 결과적으로 얻어지는 경제적 성과보다 사실 더 뛰어난 가치를 지니고 있다. 시장에서 사거나 국가로부터 받는 것에 익숙한 우리가 스스로의 문제를 자치적으로 자율적으로 해결하는 것을 훈련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사회적 경제의 영역은 시장과 국가를 쉽게 의지해서 편하게 사는 우리들에게 사실 대단히 이질적인 요소일 수 있으며,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새롭고 혁신적인 요소로 주목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이 글에서는 사회적 경제의 조직들 중에서 마을기업과 협동조합을 중심으로 지역혁신의 가능성을 제시해보고자 하며, 현재 지역차원에서 정부사업으로 진행되고 있는 마을기업과 협동조합 활성화와 지원에 있어 그 문제점과 개선방안은 무엇인지 살펴보고자 한다.

 

2. 사회적 경제와 지역혁신

 

(1) 사회적 경제의 역사적 맥락

 

  본래 이러한 ‘사회적 경제’(social economy)는 근대 자본주의 시장 경제가 발전하면서 시장의 폐해를 시정하는 대안적인 경제활동으로서 등장한 개념이다. 다시 말해 자본가 개인의 이윤만을 보장하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에 대한 대안으로, 구성원들의 집합적인 이익추구를 가능하게 하는 조직들을 하나의 부문으로 묶어 활성화하자는 것이었다. 자본의 가치보다는 사람의 가치를, 경쟁보다는 협동과 연대를, 개인을 우선시하기 보다는 사회적 목적, 공동체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것이 이러한 사회적 경제를 관통하는 원칙으로 강조되었다. 자본주의가 등장하면서 인류역사상 생산성이 혁신적으로 향상된 것이 사실이지만 기업활동이 자본소유자 개인의 이윤추구와 부의 축적 수단으로 전용되고 대다수의 근로층은 분배의 불공평과 빈곤을 겪게 되면서 시장의 폐해가 노출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본주의 체제내로 흡수되기 쉽지 않았던 장인들이나 자본주의 체제내에서 불공평과 빈곤으로 어려움을 겪게 된 근로자들을 중심으로 자본 대신 사람을 우선으로, 시장경쟁 대신 연대와 협력의 원리를 중심으로 또 다른 대안경제를 꿈꾸게 되었고 실제 역사적으로 협동조합운동 등 이러한 사회적 경제의 맹아를 엿볼 수 있었다.

  그러나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발전 속도에 미치지 못하는 작은 실험들로서 전진을 멈추고, 대신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현명하게 관리하는 국가의 경제와 복지 개입이 대폭 확대되고, 사회주의권이 형성되면서 민간 중심의 자율적인 협동경제는 위축되는 경로를 밟아왔다. 완전고용과 복지의 확대로 실업과 빈곤의 문제 등은 이전에 비해 훨씬 감내할만한 수준이 되었고 시장과 국가복지를 보다 의지하게 되는 상황을 낳게 된다. 이와 같이 사회적 경제는 복지국가의 발전 이후 다소 쇠퇴하다가 1970년대 이후 전세계적인 경제위기와 재정위기로인한 복지국가의 후퇴, 사회주의권의 몰락, 신자유주의적 처방의 실패 등을 배경으로 실업과 빈곤 문제 등 증폭된 사회문제들을 해결하는 유용한 수단으로 국가와 시장을 대신하여 부각되기 시작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실업과 빈곤문제, 고용과 복지, 지역개발의 다양한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유용한 수단으로 소개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사회적 경제 조직들은 정부의 복지정책차원의 도움이나 민간의 자선적 도움을 호소하기보다는 자율적으로 빈곤, 실업 등 자신의 문제 혹은 공동의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그 과정에서 자율과 자치, 신뢰와 협력, 연대와 협동 등을 통해 지역공동체 회복과 실질적 민주주의의 성장 등을 도모하고자 한다. 한편 전세계적으로 재정위기에 직면한 많은 정부에서는 신자유주의의 처방의 실패 이후 이러한 민간 차원의 자율적인 해결책으로서 사회적 경제를 독려하고 지원하는 형편이다. 이런 차원에서 우리나라에서도 2007년도에 사회적 기업 육성법의 제정, 2010년도부터는 안전행정부의 마을기업 육성사업이 시작되었고 2011년 말 협동조합기본법이 제정되어 사회적 경제를 위한 제도적 환경은 어느 정도 마련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중앙정부 차원의 이러한 제도적 기틀이 마련되었을 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도 관련 조례를 앞다투어 제정하는 등 제도적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2) 마을기업과 등장과 발전

 

  마을기업이란 마을 주민이 주도적으로 지역의 각종 자원을 활용한 수익사업을 통해 지역공동체를 활성화하고 지역주민에게 소득 및 일자리를 제공하여 지역발전에 기여하는 마을단위의 기업을 말한다(안전행정부, 2013년도 마을기업 육성 시행지침). 다시 말해 마을기업은 마을 주민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하여 지역의 각종 자원을 활용하여 안정적 소득과 일자리를 창출하는 마을단위의 기업을 말한다. 주식회사의 형태이든 협동조합의 형태이든 마을공동체로 구성된 법인이다.

  마을기업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우리나라 최초의 마을기업이 자생적으로 등장한 전남 순천시 사례를 들어보자. 현재 장천동 주민자치위원회의 경우 자연세제 판매사업인 ‘녹색실버가게’를 마을기업으로 운영하고 있다. 장천동 주민자치위원회에서는 본래 그 지역현안인 음식물쓰레기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쓰레기수거방식에 대한 해결방안을 주민들이 직접 찾는 과정에서 관내 각 가정과 식당, 공공시설 등에 EM(effective microorganism: 유용미생물군)보급을 확산하여 문제를 해결하기로 하였다. 먼저 그 활성액 생산을 위해 30여명의 주민들이 전주대에서 EM에 대한 지식과 제조기술을 습득하였고 활성액 생산에 필요한 쌀뜨물을 시청주변 식당가에서 지속적으로 확보하는 방안을 강구하였다. 그리고 활성액 용기는 지역노인들이 패트병을 수거, 세척, 재활용하는 노인사업화 등 다양한 시도를 추진하였다. 또한 수익구조 확보를 위해 홍보와 교육을 위해 무상제공했던 EM활성화액을 관내식당가와 가정에 판매하는 한편 이 사업을 통해 가정용 세제 줄이기, 음식물쓰레기 절감 운동에도 기여하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평가받고 있다.

  본래 커뮤니티 비즈니스(community business)라 불리는 마을기업은 그 기원이 되는 영국의 사회적 기업에서부터 시작하여 일본, 미국 등에서 지역경제 활성화와 도시문제 해결에 대한 방안으로 이미 상당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 커뮤니티 비즈니스가 법적 기반을 갖추고 가장 활발한 일본에서는 지역문제의 해결에 국한된 형태로 발전하였고, 미국에서는 도시의 공동화와 황폐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성장하여 왔다. 반면 아프리카 등 제3세계에서는 커뮤니티 비즈니스가 빈곤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작되기도 하였다.

  한편 우리나라에서 마을기업은 지역간 경제격차의 확대 등 해소하기 위해 중앙정부 주도형으로 추진해온 하향식 지역경제 활성화 정책이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지역주민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내지 못하면서 그간의 하향식 지역경제 활성화 정책이 아닌 지역의 경제적, 사회적 문제를 지역주민의 자발적 참여에 의해 해결할 수 있도록 마을기업이라는 수단을 활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정부의 마을기업육성사업은 2010년 안전행정부가 post-희망근로 대책으로 ‘지역커뮤니티 비즈니스 사업을 2010년 9월부터 추진하기로 하고 사업명을 ‘자립형 지역공동체 사업’으로 변경하면서 시작되었으며, 2011년 마을기업육성사업으로 발전하여 운영되어 왔다. 그러나 전남 순천시와 전북 완주군 등 몇몇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중앙정부가 본격적으로 마을기업을 추진하기 이전부터 지방자치단체의 수준에서 추진해왔다.

  지방자치단체의 심사를 거쳐 안전행정부에 의해 마을기업으로 지정된 경우에는 2년에 걸쳐 최대 8천만원의 사업보조금이 지급되며 올해에도 200억원이 마을기업 육성사업에 투자될 전망이다. 올해부터는 시도별 중간지원조직의 지원과 재능나눔을 통한 경영컨설팅 지원도 있을 예정이다. 이러한 마을기업의 추진 성과로서 정부는 2012년 12월말 현재 전국적으로 787개의 마을기업이 있으며, 이로 인한 매출액은 492억원, 이로 인해 창출된 일자리는 6,533개에 이른다고 보고하고 있다. 서울시의 경우 작년 자료를 참조하면 25개 자치구에 86개의 마을기업이 운영되고 있다(서울시정개발연구원, 2012). 얼마 전 보도자료에 따르면 2013년도의 경우 정부에서는 1200여개의 마을기업이 만들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러한 마을기업은 다양한 양태로 나타나고 있지만, 마을기업을 정부주도로 지원하고 육성하는 이러한 정책배경에는 지역차원의 고용창출과 소득증대에 대한 정부의 기대가 깔려있다. 장기적으로는 지역경제 활성화, 지역개발과 지역공동체 형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회적 파급효과를 기대할 수 있겠지만 현재로서 정부의 주된 관심은 마을기업을 통한 일자리 창출과 소득증대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사회적기업육성법이라는 지원법규를 가지고 있는 사회적 기업과는 달리 마을기업은 지원법규는 없는 실정이다. 또한 고용노동부의 인증을 받기 위해서 사회적 기업은 일정 정도 취약계층에게 일자리 창출을 하거나 사회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등 일정한 요건과 법적 조직형태를 갖추어야 한다. 그러나 마을기업은 그러한 요건이 간소한 편이다. 한편 예비 사회적기업도 사회적 기업의 요건을 모두 충족할 수는 없어도 지방자치단체에서 인증 사회적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예비 사회적 기업의 경우 사회적 기업보다는 요건이 간소하지만 마을기업은 이러한 예비 사회적 기업보다도 요건이 간소한 편이다. 한편 사회적기업은 사회적 목적이라는 측면을 강조하지만 마을기업은 지역주민들의 일자리 창출과 소득증대 등 지역적 가치에 초점을 두고 있다. 또한 이윤의 재투자의 경우도 사회적 기업이 잔여재산의 2/3를 사회적으로 재투자해야 할 것을 규정하고 있지만 마을기업의 경우 지역성이 강조된 좁은 범위의 재투자를 권고하지만 이를 강제화하지는 않는다.

 

(3) 협동조합의 등장과 발전

 

  2011년 말에 협동조합기본법이 제정되고 2012년 말부터 시행됨으로써 우리나라에서 사회적 경제 영역이 보다 확대되었다고 할 수 있다. 협동조합은 공동소유와 민주적인 운영을 통해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필요와 욕구를 이루려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결성한 기업을 말한다. 물론 사회적 기업이나 마을기업 중에는 생협이나 공동육아 협동조합 등 이미 협동조합의 방식으로 설립되고 운영되고 있는 조직들이 상당하다. 그러나 이러한 기본법의 제정으로 그간 생협법, 신협법 등 8개의 개별법으로 운영되어 협동조합의 설립 영역이 상당히 제한적이어서 법적 지위를 부여받지 못한 임의단체나 자율적 결사체들 예를 들면 노동자협동조합, 자주관리기업, 자활공동체들의 경우 협동조합으로 전환하여 법적 지위를 부여받을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이전보다 훨씬 다양한 분야에서 협동조합 설립이 가능해지게 되었다. 협동조합기본법을 제정하기 위한 연대활동에 참여한 많은 단체들이 실제로 협동조합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신용조합과 공제조합, 돌봄, 유치원, 공동육아, 청소, 생산협동조합조직들 역시 협동조합으로 전환할 것이 예상되고 있다.

  이러한 협동조합기본법과 사회적기업육성법을 비교해본다면 사회적 기업육성법은 법인격의 인정이 아니라 특정한 정부의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지원을 펼치는 정책이기 때문에 많은 사회적 기업이 설립되는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협동조합기본법의 경우 구성원의 필요를 충족하기 위한 자치조직의 활동을 법적으로 인정하는 법이라는 측면에서 국가의 개입이 최소화되고 유인이 그다지 큰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의 협동조합은 국제협동조합연맹(ICA)에서 제시한 7가지 원칙을 담고 있는데, 자발적이고 개방적인 조합원 제도, 조합원에 의한 민주적 관리, 조합원의 경제적 참여, 자율과 독립, 교육 훈련 및 정보의 제공, 협동조합간 협동, 지역사회에 대한 기여 등이 주요 내용이다. 일반 협동조합의 경우에는 분야에 제한이 없지만 사회적 협동조합의 경우 지역사회 재생, 지역경제활성화, 지역주민들의 권익과 복리 증진, 취약계층에게 복지, 의료, 환경 분야의 사회서비스 제공 혹은 일자리 제공하는 사업, 기타 공익증진에 이바지하는 사업 중 하나를 주 사업으로 해야 한다.

  세계적 금융위기가 지속되면서 대안적인 기업모델로 협동조합이 주목받고 있다. 국제노동기구(ILO)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2007년 금융위기와 뒤이은 경제위기는 대다수 기업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전세계의협동조합 방식 기업들은 위기에 탄력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금융협동조합은 여전히 재무상태가 건전하고 소비자협동조합은 매출이 늘어난 것으로 보고되었고, 노동자들은 새로운 경제현실에 부응하기위해 협동조합형태의 기업을 선택하여 노동자협동조합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예를 들어보자. 캐나다의 데잘댕 신협의 경우 조합원의 상호금융 역할 뿐 아니라 지역활성화를 위해 지역의 개발은행의 역할과 지역내 협동조합 등 다양한 사회적 경제조직의 설립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조합원 5600만명, 직원수 44,654명, 자산규모 1,900달러, 지역신협442개 규모로 발전하였다. 데잘댕 신협의 경우 일반은행들이 수익성이 낮다는 이유로 지점을 폐쇄해온 소규모 농촌지역에서 지속적으로 사업을 영위하는 등 지역공동체의 유지 발전에 기여했다. 이러한 캐나다 데잘댕 신협의 사례는 지역주민이 소유하고 지역공동체와 밀접한 연계를 맺고 있는 은혱이 지역의 경제발전에 얼마나 강력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가를 보여준다. 한편 2008년도 유럽 협동조합 연맹은 ‘협동조합의 시대가 도래’하였음을 천명한 바 있다. 이미 유럽에는 1억 6천만명의 조합원과 약 27만개의 협동조합들이 있고 약 540만 개의 일자를 만들어내고 있는 등 이미 규모면서 무시할 수 없는 경제주체이고, 특히 공동체적 소유, 민주적 운영, 자립과 지속가능성 등 금융자본주의 시장경제와는 다른 가치와 운영원리로 새로운 영역을 만들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협동조합경제의 역사적 경험이 있다. 한국의 신협운동은 초기에는 협동조합운동의 원칙과 정체성을 가장 잘 구현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었다. 70년대까지 신협의 대출금리는 3% 이내였고 당시의 고리채 없애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고 한다. 조합원교육도큰 비중으로 강조하여 당시 신규 조합원들은 반드시 신협연합회 교육 받아야 조합원 자격 얻을 수 있을 정도였다고 한다. 그러나 80년대부터 자본주의의 효율성과 경쟁의 가치를 신협이 받아들이면서 조합원들의 상호부조기능보다는 돈벌이에 뛰어들면서 부당산 PF시장에 뛰어들었고 급기야 97년 IMF 사태때 무려 500여개가 문을 닫게 되었고 금감위의 관리감독체계아래 들어가게 되었다. 현재에는 농협, 신협 등의 경우 이름은 협동조합이지만 협동조합의 정체성을 많이 잃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먹을거리의 안정성이라는 면에서 한살림이 조합원들의 신뢰를 바탕으로 경쟁력을 어느 정도 갖추고 있다거나 한겨레두레공제조합의 상포계의 경우 바가지와 덤터기를 쓰기 쉬운 장례식산업을 투명하게 직거래 공동구매시스템으로 운영하고 결과적으로 수백만원의 장례비용을 절약하게 만드는 등 협동조합의 가능성을 제시하기도 한다.

 

(4) 사회적 경제의 활성화 통한 지역혁신?

 

  마을기업, 협동조합, 사회적 기업 등 다양한 사회적 경제 실험은 지역 혁신의 다양한 원천이다. 쓸모없다고 여겨지는 사람들(취약계층), 버려진 자원들과 지역들을 오히려 자원으로 활용하고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여 사회적으로 유용한 목적을 위해 활용한다. 이것은 획기적인 것이다. 자원을 발굴하고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면에서 획기적일 뿐 아니라 지금까지 해결하기 어려웠던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유용한 수단이라는 점에서도 획기적이다. 오랫동안 사회적으로 배제되어 있었던 장애인, 여성, 노인 등 취약계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함으로써 이들을 노동시장에 통합시켰다는 점이 혁신적이고, 사회적으로 필요하지만 정부에서도 시장에서도 충분히 공급하지 못했던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대안적인 공급자로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도 가히 획기적인 것이다. 따라서 사회적 경제조직들을 활성화하는 것은 지역혁신의 관점에서 지역의 특성과 지역에 버려진 자원들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새로운 부가가치를 부여하여 사회적 목적을 위해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게 할 것이다. 또한 오래된 지역의 현안, 문제들을 창의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민간의 주도성을 회복하고 민간부문의 역량과 기반을 강화하는 데에도 혁신적일 것이다.

  그 지역의 경제문제를 포함하여 다양한 문제를 지역주민들이 주도하여 자율적으로 해결하자는 것이 사회적 경제를 통한 지역개발모델이다. 마을기업이나 협동조합에 대한 정부의 기대는 그간 정부도 시장도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사회적 경제가 해결해주리라는 기대이다. 특히 지속적인 경제위기 상황에서의 실업과 빈곤의 문제를 동시에 해결해주길 기대하는 것이다. 고용창출과 관련하여 대기업에 압력을 가해도 고용 없는 저성장 시대에 크게 기대할 수 있는 것이 없다. 빈곤문제와 관련해서 정부의 복지재정을 무한정 늘릴 수도 없다. 이제 시장과 정부가 풀 수 없는 문제를 지역차원에서 사회적 경제를 통해 자치적으로 해결하려는 것이다. 이것이 혁신이다. 그동안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새로운 방식과 접근으로 풀어내려고 시도하는 것이다.

  앞에서 간략하게 국내외 마을기업과 협동조합의 역사적 경험과 성과를 제시한 것은 이러한 사회적 경제 조직들이 지역혁신의 요소로 작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시사해준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이러한 사회적 경제조직들의 기본 원칙 곧 스스로의 문제를 자치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함께 참여하고 협력하고 연대하는 기반위에서 혁신이 싹트는 것이다. 사회적 기업이나 마을기업, 협동조합의 사업영역이나 아이템들을 살펴보면 혁신적인 아이디어들이 많다. 과거에는 버려져있거나 가치가 없다고 사회적으로 평가되던 사람, 지역 혹은 사물들을 자원으로 활용해 여기에서 새로운 부가가치와 의미를 만들어낸다. 헌 물건을 터부시하던 우리나라에서 기증받은 물건을 수선, 재가공하여 자원봉사자들을 통해 판매하여 재활용과 나눔의 가치를 확산한 것(아름다운 가게), 아파트의 표준화되고 전문화된 관리에서 소외된 지역주민들이 민관이 합작으로 노후화된 다세대 주택의 관리 및 개보수하는 사업을 통해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취약계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살기좋은 마을공동체를 만들어 보고자 하는 사업(두꺼비하우징), 안전한 먹거리가 필요한 도시 소비자와 판로확보가 어려운 생산자의 필요를 함께 해결해보고자 하는 협동조합(한살림, 두레생협 등), 문화소외지역들을 중심으로 문화예술공연을 실행하여 지역의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키고 문화예술인들에게 일자리도 제공하는 사업, 마을 공동체를 개발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각종 사업들을 연계하여 추진하는 마을기업(충남 홍성군 홍등마을) 등 많은 사례를 통해 혁신성을 엿볼 수 있다. 사업 아이디어가 기존에 발굴되지 못한 사업 가치와 영역일 뿐 아니라 시민의 참여를 중심으로 일하는 방식에서도 획기적이다. 마을기업이나 협동조합 등을 통해 단지 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거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에 그친다면 이들은 여전히 고용정책이나 복지정책의 수동적인 수혜자일 뿐이다. 그러나 이들이 직접 일하는 현장에서부터 자신들의 경험과 제안을 적극 표명할 기회를 갖고 주도하고 참여하는 방식을 훈련한다면 장기적으로 이들은 자율성과 민주성을 익히고 자활, 자립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울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생태계 안에서 이들은 참여를 통해 새롭게 민주주의를 배울 수 있을 것이며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과 일을 조정하고 중재하는 과정을 통해 연대, 협력을 바탕으로 일하는 방식을 습득하는 훈련의 장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사회적 경제의 활성화는 이러한 지역 민주주의 발전을 위한 건강한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될 것이며 민간부문의 역량과 자생력의 기반을 크게 강화하고 연대와 협력을 통한 사회자본 창출을 통해 민관의 협력적 거버넌스, 지역의 공동체 형성(community building)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이 혁신의 원천은 개인적인 사회적 기업가 정신에 있다고 할 수도 있지만 사회적 경제의 역사적 경험이 오래된 유럽의 경우 민주적 참여와 의사결정 절차를 통한 내부 유인구조나 조직 차원을 넘어선 정부와 민간 차원의 협력 네트워크 등 과정적 측면을 강조하고 있다. 사회적 기업이나 사회적 기업가들에 의해 창출되는 사회 자본과 가치는 유럽의 사회적 경제의 역사의 특징상 참여적인 접근 위에 기초되어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중요한 점은 혁신이 시장이나 국가에 의해 주도되는 것이 아니라 수동적인 수혜자들에 머물렀던 시민들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는 점이며, 그러한 혁신은 이들의 참여와 협동, 연대의 과정에서 발휘된다는 점에서 그 가치를 새롭게 조명해야 한다는 점이다. 표준화되고 관료적으로 전달되는 서비스의 수혜자나 일반 소비자로서가 아니라 자신들의 필요를 따라 문제를 발굴해내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절차들을 조직화하며, 직접 사업을 통해 시행착오를 반복하면서 혁신적으로 자신들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뿐만 아니라 지역경제 활성화를 넘어서 지역혁신을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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