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냥갑 속에서
너무 오래 불붙기를 기다리다
늙어버린 성냥개비들,
유황 바른 머리를
화약지에 확 그어
일순간의 맞불 한 번
그 환희로
화형도 겁 없이 환하게 환하게
몸 사루고 싶었음을
성냥 / 김남조
햇빛이 불씨를 묻어놓고
바람은 부채질하고
이웃은 모여서 손뼉 쳐주고
걱정 없이 신나는 가을날의 불구경
오래도록 불타는 단풍나무의 불
단풍나무 / 정두리
애인을 구합니다
까다롭거나 사람을 많이 가리는
성격은 아니므로
그저,
예쁘고
상냥하고
날씬하고
세련되고
섹시하고
지적이고
유머가 넘치고
미소가 아름답고
문학을 좋아하고
노래를 잘 부르고
춤을 멋지게 추고
음식을 맛있게 만들고
보석보다는 꽃을 더 좋아하고
신보다는 사람을 더 사랑하고
안주보다는 술을 더 잘 먹으며
무슨 말을 하던지 깔깔깔 잘 웃어주고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를 하늘처럼 생각하는 여자,
그런 여자를
찾는다고 말하면
따뜻한 눈빛과 잔잔한 미소 지으며
꼭 찾아봐 주겠노라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여 줄 그런 여자를 구합니다
설마,
욕심이 과한 건 아니겠지요?
일주일쯤 함께 술을 마시며
지구에서 10억 광년쯤 떨어진 B612 행성에
작은 살림방 하나 마련하는 것에 대한
진지한 의논을 주고받을까 하노니
애인을 구합니다 / 양광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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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혼의 낙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