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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추 꽃 사랑

작성자은혜수|작성시간26.06.22|조회수4 목록 댓글 0


자식 위해 남편 위해
하루를 쪼개가며 살아내 온
아내의 등을 두드리면서​
수고했다며..

이젠
쉬어도 된다며...​

지나온 시간들이
아쉽고 허탈할 때도 있었지만
보람 있지 않았냐며
애써 위로를 건네고 있는
할아버지는​

“당신 좋아하는
비비추 꽃이야 받아”.​

건네준 비비추 꽃을 보며
환하게 웃고 있는 아내를
내려다 보고 있는 남편은
생각에 잠겨봅니다​

태어나
꽃을 피우던 화려한 시절은 가고
까맣게 타버린 숯덩이가 된
아내와 자신을 ,,,,

“당신..
소원이 뭐야?“​

"다 늙어 소원은 무슨...
행여나 몸이 말을 안 들어
영감 두고 나 혼자 요양병원 들어가지
않게 해달라는 소원밖엔...“​

“걱정하지 마..
임자 혼잔 절대 안 보낼 테니까“​

지친 발걸음을
일으켜 세워주는 남편이 있었기에
오늘도 함께
풍경 좋은 산을 등지고
집으로 오고 있는 노부부의 얼굴엔
해님을 닮은
미소가 그려져 있었습니다
​고달픈 두 다리로
온 동네를 쓸어 다니며​

자식 키우랴..
남편 뒷바라지하랴..​

성한 곳 하나 없는 몸이 돼버린
아내에게
보답이라도 하려는 듯​

할아버지는 아침부터
해님을 등에 지고
무언가를 열심히 만들고 있었는데요​

평생 과일을 싣고
이 동네 저 동네
헤매다녔던 고물 트럭에
얼기설기 집을 지어 보이더니​

“임자…. 어때?
나랑 드라이브 한번 가보자구“​

“당신 ...
옛날 생각만 하지 말고
이제 나이도 생각하세요“​

건강은
아내를 위해서
사용하라고 있는 거라는 듯
트럭에 몸을 싣는 할아버지는​

해가 떠오르면
달리고​

해가 지면
그곳에 몸을 맡기는​

집시 부부가 되어​

발길 닿는 곳..
마음 닿는 곳이...
집이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남겨진 인생에
둘만의 시간들로
하루 또 하루를 보태어 가던
노부부에겐

이만큼 달달하고 행복한 날들은
다시 없을 것 같다며
떨어지는 행복들을 줍기에 바빴는데요​

바람이
불면 부는 대로...​

물결이
치면 치는 대로....​

가을날
바람 냄새나는 거리를 달려가던
영원할 것만 같았던 그 행복도
그리 오래지 않아
덜컥​

병원에 입원하고만 할머니가
잔뜩 겁이 들어 하는 모습에​

“할아버지!
가족관계는 어떻게 되세요?“

“자식은 아들딸 둘인데
마누라는 하나야..“​

위로라는 척
싱거운 농담을
간호사에게 건네고 있습니다​

얼마 후​
자식 놓고
꿈과 행복을 함께 키우던
집도...​

못다 이룬
행복을 찾아 함께 타고 다니던
차도...
정리를 한 할아버지는
남은 생에 마지막 보금자리라며
입원한 할머니의 곁으로
들어오고 말았습니다​

“여기를 빨리 나가야 할 텐데...“

“난 좋기만 하구먼 당신 내 밥 차린다고
고생하는 것 안 보고 말이야“​

“병원이 뭐가좋슈...
우리 두 사람 건강이 더
나빠지질 않았으면 좋으련만“​

“내가 임자보다 하루만 더 살 거야”​

“나보다 하루 더 살아 뭣하게요?”​

“임자 떠나는 거 보고
내가 따라갈 거니까“​

되돌릴 수 없는 시간이 가져다준
병든 몸을 바라보다
지친 눈물 한 가닥을
지는 노을 끝자락에 실어보내며
간절히 바래봅니다​

더 이상 나빠지지 않기를....​

남편의 건강은
아내를 위해 사용하라고
있는 거라고 말하던 할아버지가
누워만 있는 할머니의 손발이
되어주다​

그만
지병으로 먼저 앓아눕고 말았고
허락 없이 오고가는 낮과 밤이
또 다른 계절을 데리고 오던 날

할아버지는
산소마스크에 의지한 채
하루 또 하루를 버티며
간호사를 통해
할머니의 안부를 물으며
힘을 내어보고 있었습니다​

“할머니께서
오늘 아침도 다 드셨어요“​

간호사의 말에
고맙다는 듯
희미한 두 눈을 깜박거리며
아내가 잘 있다는 소리에
버텨갈 수 있는 희망을 얻었다는 듯
입가에 미소를 띄우던​

다음날​

허기진 대지를 적시고 있는
봄비에 취한 듯
단잠을 주무시고 있는
할아버지의 귓가에
링거줄을 교체하는 간호사들의
이야기가 들여오고 있었는데요​

“308호 할머니
오늘 새벽에 돌아가셨대“​

“쉿...
할아버지 깨실라”​

두 간호사가
걸어나간 발길이
병동에서 멀어질 즈음
이 세상은 바람 같아서
기억나는 건
사랑했던 그 기억 하나뿐이라며
할아버지도
세상을 떠나가고 있었습니다​

산소마스크는 벗겨진 채.....



한해가 지나
햇살드리운 어느 봄날​

같은 날
함께 세상을 떠난
노부부의 무덤가에는
그리움이 화석처럼 피어난
비비추 꽃
한 송이가 피어있었습니다​

"비비추 꽃말/ 
하늘이 내린 인연"​

펴냄 / 노자규의 골목 이야기중  비비추 꽃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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