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춘곡]
<핵심정리>
▶작품 해제
이 작품은, 작자가 전북 태인에 돌아와 자연에 뭍혀 살 때 지은 것으로, 속세를 떠나 자연에
몰입하여 봄을 완상하면서 인생을 즐기는, 매우 낙천적인 내용의 노래이다. 이 작품은
자연을 기리는 송가(頌歌)이면서 자연을 소재로 하여 안빈낙도(安貧樂道)의 주제를 부각시키고
있다. 즉, 은일지사의 한정(閑情)이 '벽계수', '녹양방초', '세우' 등의 자연적 배경과 조화를
이루었으며, '물아일체(物我一體)'의 경지와 취락(醉樂)을 즐기는 작자 의 유유자적한 생활이
효과적으로 그려져 있다.
▶ 구성
제1 단락 : 서사(序詞)- 은일지사(隱逸之士)의 기상
제2 단락 : 봄의 경치
제3 단락 : 상춘취락(賞春醉樂)
제4 단락 : 결사 - 안빈낙도(安貧樂道)
▶ 작자 : 정극인(丁克仁)
▶ 주제 : 봄의 완상(玩賞)과 안빈낙도(安貧樂道)
▶ 소재 : 춘경(春景)
▶ 의의
① 조선시대 사대부 가사의 첫 작품
② 산림처사로서의 생활을 다루는 은일 가사의 첫 작품으로 사림파 문학의 계기를 마련한 작품
[본문 감상]
<구성>序詞
紅塵(홍진)에 뭇친 분네 이내 生涯(생애) 엇더고, 녯 사 風流(풍류) 미가 미가. 天地間(천지간) 男子(남자) 몸이 날만 이 하건마, 山林(산림)에 뭇쳐 이셔 至樂(지락)을 것가. 數間茅屋(수간 모옥)을 碧溪水(벽계수) 앏픠 두고, 松竹(송죽) 鬱鬱裏(울울리)예 風月主人(풍월 주인) 되여셔라.
<전문 풀이>
속세에 묻혀 사는 분들이여, 이 나의 살아가는 보습이 어떠한가? 옛 사람의 운치 있는 생활을 따를까 못 따를까? 세상에 남자로 태어나서 나만한 사람이 많건마는 (그들은 처찌하여 나처럼) 산림에 묻혀 (자연과 벗하여 사는) 지극한 즐거움을 누릴 줄 모르는 것일까? 두어 간 초가집을 맑은 시냇물 앞에 지어 놓고 송죽이 우거진 숲 속에 자연의 주인이 되었도다.
▶글 전체의 서사로서 자연의 주인이 되어 자연에 묻혀 사는 모습을 묘사한 대목이다. 속세를 벗어나 자연에 묻혀 고고하게 살아가려는 내면적 의지와 이에 대한 자부심이 엿보인다. 소나무와 대나무가 우거진 속에 背山臨水(배산임수)에 초가 삼간을 짓고, 자연에 몰입하여 悠悠自適(유유자적)하며 살아가려는 보습을 통하여 지은이의 도선적(道仙的)인 풍모를 엿볼 수 있다.
<구성>본사Ⅰ -춘흥(春興)
<전문 풀이>
엇그제 겨을 지나 새봄이 도라오니, 桃花杏花(도화 행화) 夕陽裏(석양리)예 퓌여 잇고, 錄楊芳草(녹양 방초) 細雨中(세우 중)에 프르도다. 칼로 아 낸가, 붓으로 그려 낸가, 造化神功(조화 신공)이 物物(물물)마다 헌다. 수풀에 우 새 春氣(춘기) 내 계워 소마다 嬌態(교태)로다. 物我一體(물아 일체)어니, 興(흥)이 다소냐. 柴扉(시비)예 거러 보고, 亭子(정자)애 안자 보니, 逍遙吟詠(소요 음영)야, 山日(산일)이 寂寂(적적), 閒中眞味(한중 진미) 알 니 업시 호재로다
엊그제 겨울이 가고, 이제 봄이 돌아오니, 복숭아꽃, 살구꽃은 저녁 놀 속에 피어 있고,
버드나무와 풀은 바랑비 속에 푸르도다.
칼로 마름질해 냈는가, 붓으로 그려 냈는가?
조물주의 신비로운 창조의 솜씨가 사물마다에 야단스레 나타나 있구나.[春景]
수풀에서 우는 새는 봄의 흥겨움을 이기지 못하여 소리마다 아양부리는 모습이로구나.
자연과 내가 하나이니 흥이야 다르겠는가? 사립문을 나와 걸어도 보고, 정자에 앉아 보기도 하고,
(또) 천천히 거닐며 시를 읊기도 하며 산 속에서 지내는 나날이 고요하고 적적하기는 하지만,
(이렇게) 한가로운 가운데 참된 즐거움을 노리는 맛을 아는 사람이 없으니 나혼자뿐이로구나![春興]
■본사2 -상춘 취락(賞春醉樂) - 춘경(春景)을 즐기는 풍류)
<전문 풀이>
A. 이바 니웃드라, 山水 구경 가쟈스라. 踏靑(답청)으란 오 고, 浴沂(욕기)란 來日새. 아에 採山(채산)고, 나조 釣水(조수)새.
B. 괴여 닉은 술을 葛巾(갈건)으로 밧타 노코, 곳나모 가지 것거, 수노코 먹으리라. 和風(화풍)이 건 부러 綠水(녹수) 건너오니, 淸香(청향)은 잔에 지고, 落紅(낙홍)은 옷새 진다.
C.樽中(준중)이 뷔엿거 날려 알외여라. 小童(소동) 아려 酒家(주가)에 술을 믈어, 얼운은 막대 집고, 아 술을 메고, 微吟緩步(미음 완보)야 시냇의 호자 안자, 明沙(명사) 조 믈에 잔 시어 부어 들고, 淸流 굽어보니, 오니 桃花(도화)ㅣ로다. 武陵(무릉)이 갓갑도다. 져 이 긘 거인고.
D.松間 細路에 杜鵑花(두견화) 부치 들고, 峰頭(봉두)에 급피 올나 구름 소긔 안자 보니, 千村萬落(천촌 만락)이 곳곳이 버려 잇. 煙霞日輝(연하 일휘) 錦繡(금수) 재폇 . 엇그제 검은 들이 봄빗도 有餘(유여)샤.
A. 여보게 이웃 사람들아, 산수 구경을 가자꾸나.
푸른 풀을 밟으며 들을 산책하는 일은 오늘 하고,
냇물에서 목욕하는 일은 내일 하세.
아침에는 산나물을 캐고 저녁에는 낚시질을 하세.[산수 구경 권유]
B. 이제 막 익어서 된 술을 갈건으로 걸러 놓고,
꽃나무 가지를 꺾어 그것으로 잔 수를 세어 가며 먹으리라.
부드러운 봄바람이 잠깐 불어 푸른 물이 건너오니
맑은 향기는 술잔에 스며들고, 붉은 꽃잎은 옷에 떨어진다.[飮酒]
C. 술동이가 비었거든 나에게 알리어라.
아이를 시켜 술집에 술이 있는가를 물어 받아다,
어른은 지팡이를 짚고, 아이는 술동이를 메고,
나직이 시를 읊조리며 천천히 걸어 시냇가에 혼자 앉아,
깨끗한 모래 사장 맑은 물에 술잔을 씻어 술을 가득 부어 들고, 맑은 시냇물을 굽어 보니,
떠오는 것이 복숭아가지로다. 무릉 도원이 가깝도다. 저 들이 바로 그 선경인가?[飮酒]
D. 소나무 숲 사이 좁은 길에 진달래꽃을 부여 잡고,
산봉우리에 급히 올라 구름 속에 앉아 내려다보니,
수많은 촌락이 여기저기에 벌여 있네.
안개와 놀과 빛나는 햇살로 채색된 자연의 아름다움은 마치 수놓은 비단을 펼쳐 좋은 듯하구나.
엊그제까지 검던 들이 봄빛으로 넘치는구나. [仙景]
■結詞- 安貧 樂道
<전문 풀이>
功名(공명)도 날 우고, 富貴(부귀)도 날 우니, 淸風明月(청풍 명월) 外(외)예 엇던 벗이 잇올고. 簞瓢陋巷(단표 누항)에 흣튼 혜음 아니 . 아모타, 百年行樂(백년 행락)이 이만 엇지리.
공명도 나를 꺼리고 부귀도 나를 꺼리니(내가 부귀 공명을 싫어하니), 아름다운 자연 외에 어떤 것이 있겠는가? 소박하고 청진한 시골 생활에도 부귀와 공명과 같은 번거로운 생각을 아니 하네. 아무튼 한평생 자연을 벗하여 욕심 내지 않고 즐겁게 지내는 일이 이만하면 족하지 더 무엇을 바라겠는가?
▶ 결사로서 지은이의 안빈낙도하는 삶의 자세와 낙천적인 인생관이 잘 나타난 부분이다. 부귀·공명 따위의 세속적인 삶에 대한 미련이 없이 자연을 벗하여 즐겁게 살아가는 모습에서 도선적 풍류와 은일지사로서의 삶의 자세를 엿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