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30여전에 결성된 등산모임에서 탈퇴했다. 인원은 많지 않으나 모임의 기간은 꽤나 길다. 매월 한번가는 모임으로 구성원들의 나이도 모두 60대 이상이다.
과거에는 해외 원정도 다녔는데 이제는 근교 둘래길 위주로 다닌다. 어느 단체든 남자들 끼리의 행사뒤에는 어김없이 술자리가 이어진다. 여기서도 예외는 아니다. 나이가 들어가도 술의 양은 전혀 줄어들지 않는다는게 이 모임의 특징이다. 세월이 변하고 신체의 변화가 있으면 음주도 거기에 맞춰서 줄여야 한다. 과거처럼 술을 권하는 분위기는 많이 바뀌었지만 우리네 술문화는 시대를 못 따라가는것 같다. 자연적으로 술자리가 길어지고 대화의 질도 떨어지게 된다.
무엇보다 내가 여기서 나온 이유는 따로있다. 내가 근교 둘래길을 많이 알고 있어서 좋은길을 선정하여 회원들을 안내했다. 그런데 최근 몇개월 근황을 보니 참석자의 수가 반토막 이하로 내려 가거나 비슷한 수준에 머물고 있었다. 산행코스를 정하고 안내하는 수고를 하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참석율이 저조하니 힘이 빠진다. 나역시 시간이 남아 돌아서 이러는게 아니다.
회원들의 마음가짐이 가도 그만 안가도 그만 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듯 해서 내가 빠지기로 했다. 옛말에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난다고 했다. 요즘은 우스게 소리로 고약한 중은 떠날때 불지르고 간다는 이야기도 있다.
정기적인 산행일자가 정해져 있다. 살다보면 불가항력적인 일은 얼마던지 발생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런일은 결코 많지가 않다. 사소한 일들은 얼마던지 조율이 가능하다. 매월 3주째 일요일이 산행일인데 이 시간은 반드시 비워둬야 한다.
빠지는 사람들의 사유를 정확히 파악하기는 힘든다. 하지만 회원들 간의 보이지 않은 약속은 지겨져야 한다. 그래야 조직이 원만하게 돌아간다. 이런일이 반복되니 이제는 나의 인내에 한계가 왔다. 나역시 매월 3째주 일요일에 아무일이 없어서 꼬박꼬박 참석하는건 아니다.
회원 각자가 조직에 대한 애정과 약속을 지키기 위해 최소한의 노력은 해야한다. 사소한 일에 불참을 남발하면 그 모임은 모래성과 같다. 한번 허물어진 성은 복구하는데 적잖은 시간이 필요하다. 일방적인 희생은 한계가 있게 마련이다. 즐겁지 않은 모임에 억지로 참석하는 것은 시간 낭비와 마음의 불편함도 적지않다.
젊을때야 함께 어울려 산행을 다녔지만, 직장을 퇴직한 지금에는 원치 않은모임에 억지로 참여할 필요는 없다. 즐거워야 할 모임에 내키지 않은 발걸음은 가지 않는게 좋다. 산행 중간에 술판을 벌이는 이 모임에 발을 빼는 것은 탁월한 선택이라 봐야겠다.
나이가 들어가면 모임을 하나씩 줄여가는게 맞다. 최소한의 모임을 가지며 선택과 집중을 할 시간이다. 느지막히 배운 파크골프가 나에게 새로운 활력을 주지 않을까 한다. 이제부터는 혼자 노는법도 터득을 해야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