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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에 머문 계절

마음의 키

작성자바다|작성시간26.06.09|조회수10 목록 댓글 1

마음의 키

 

초록 노트를 꺼내 놓고

 

한 줄도 적지 못했다

 

손글씨는 없고
빈 페이지 한 장

 

그런데도

 

가만히 앉아
오솔길 하나를 걸었다

 

새소리 곁에 머물고
바람소리에 귀 기울이며

 

꽃들의 유혹 앞에서
몇 번이고 걸음을 늦추었다

 

기억하지 않은 문장

 

스쳐갈 문장이어도

 

행복한 순간의 숨이 되어
내 안을 지나갔다

 

남겨지지 않았다고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조용히 자라난 것은

 

문장이 아니라

 

마음이었다

 

같은 하늘 아래
같은 바람을 맞으면서도

 

저마다 다른 세상을 사는 사람들

 

그 틈에서

 

나는 오늘도

 

남들이 보지 못한 작은 빛 하나를
주머니에 넣고 돌아왔다

 

무명이라 불러도 좋다

 

들꽃이 이름을 알리려
피는 것은 아니니까

 

가만히 웃어 본다

 

재야의 고수라며
혼자 거짓말도 해보고

 

그 거짓말마저 즐거운 저녁

 

어쩌면

 

시를 쓴다는 것은

 

세상이 키워 주지 못한 만큼

 

마음의 키를

 

조금씩 키워 가는 일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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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바다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6.09

    직업을 묻는 말에
    잠시 망설였다

    명함은 없지만

    구름을 바라보고
    바람을 듣고
    문장을 줍는 일을 한다

    그래서 오늘도
    공사다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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