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분이 부족한 상황에서 알뜰히 달아낸 열매 하나를 따주었다.
다른 식구들에게도 열매 맺을 기회를 나눠주고 싶어서였다.
"충분히 애썼어."
작은 위로의 말을 건네며 가위를 들었다.
인간의 욕심인가 싶기도 했다.
하지만 가지 사이에서 맺힌 열매들이 저마다 애쓰며 자라는 모습을 보고는 결국 툭, 잘라주었다.
가슴이 아팠다.
그 열매는 나의 기쁨이었고,
벗이었고,
아침마다 인사를 나누던 사이였으니까.
화초를 키우는 데는 영 소질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쩌다 더부살이로 만나게 된 파프리카는 쑥쑥 자라며 내게 희망을 주었다.
그래서 오늘 쿠팡에 화분과 흙을 주문했다.
다음에는 실내에서 키울 수 있는 나무와 화초도 몇 개 들일 생각이다.
벌써부터 꽃과 잎들이 서로 인사를 나누는 모습이 눈앞에 선하다.
나는 뭐든 궁시렁궁시렁 쓰다 보면 긴 글이 된다.
오늘도 글쓰기 연습은 잘하고 있다.
하루 한 편.
그 약속만은 꼭 지키면서.
"파프리카 이웃"
베란다 한쪽.
흙을 담은 화분에서 파프리카가 제법 의젓하게 서 있다.
몇 개의 열매를 달고서 햇빛을 받으며 하루를 시작한다.
그 옆에는 작은 옹기 하나.
그리고 그 위에 올라앉은 껌딱지.
마치 담장 너머를 기웃거리는 이웃처럼
줄기를 늘어뜨린 채 파프리카 쪽으로 몸을 기울이고 있다.
파프리카는 묵묵한 성격이다.
열매를 맺느라 바쁘고,
바람이 불어도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
반면 이웃은 수다쟁이다.
새잎 하나 내밀고,
줄기 하나 뻗고,
조금 자랐다 싶으면 또 파프리카 쪽으로 슬금슬금 다가간다.
그러다 어느 날 지나가며 말한다.
"너는 왜 맨날 거기 붙어 있니?"
그러면 이웃은 대답 대신
또 한 뼘 자란 줄기를 늘어뜨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