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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에 머문 계절

오전 커피

작성자바다|작성시간26.06.15|조회수9 목록 댓글 3

 

햇살이 길게 발을 뻗어
거실 깊숙이 파고드는 아침.

 

파랗게 물든 식물은
바람의 손길에 살랑이며 인사하고,

 

새소리는 없지만
고요도 하나의 소리인 양
창가에 앉아 있다.

 

침대에 비스듬히 누워
발꼬락만 꼼지락거리는 시간.

 

세상은 바쁘게 돌아가는데
나는 잠시 멈춰
오전을 음미한다.

 

오전 커피는 글로 내려마신다.

 

한 모금에는 햇살을,
한 모금에는 바람을,
한 모금에는 게으름을 넣고.

 

그러다 예고도 없이
띠링.

 

문자 한 통이 도착한다.

 

인생은 가끔 문자 알림처럼 온다.

 

기다릴 때는 오지 않고,
잊고 있을 때 찾아와
하루의 결을 슬쩍 바꿔 놓는다.

 

대부분은 스쳐 가는 알림이지만
삭제할 수 없는 문자는
대개 중요한 내용이다.

 

그래서 우리는
알림을 끄며 살 수는 있어도

 

인생 자체를 무음으로 만들 수는 없다.

 

기쁜 소식도,
아픈 소식도,
그리운 사람도,
문득 찾아온 햇살도

 

각자의 벨소리를 품고
우리 곁에 도착하니까.

 

오늘도 나는
창가의 초록을 바라보며

 

커피 대신 문장을 마신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살아 있다는 소리가
너무 크지도,
너무 작지도 않게 들릴 만큼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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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바다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6.15

    바라보는 시선이 머무는 끝에서 결정되어지는,
    결국 사람 마음.

    세상은 그대로 있는데
    의미는 늘 사람 쪽에서 피어난다.



    인생 자체를 무음으로 만들 수는 없지만,
    집중은 잠시 알림을 내려놓는 일이다.

  • 작성자바다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6.15

    요란한 알림 소리에
    오전이 저물어갔다.

    햇살은 말없이 떠났고,
    사람들은 긴 통화로
    시간을 가져갔다.

    클클.

    아침에 난
    발꼬락 꼼지락거리며 글커피를 마시고 있었는데,

    지금의 난

    에고고~

    통화 기록만 잔뜩 남겼네.

    그런데 또 그렇더라.

    아무것도 안 한 것 같은 날도
    돌아보면 꽤 많은 일이 있었다는 걸.

    햇살을 봤고,
    파프리카를 봤고,
    문자를 받았고,
    생각을 했고,
    전화를 받았고.

    그러니 오전이 사라진 게 아니라

    오전은 통화의 목소리를 입고 지나간 것




    오늘의 기록 한 줄.

    요란한 알림 소리에 오전이 저물어갔다.
    햇살보다 먼저 사라진 것은 고요였다.



  • 작성자바다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6.15


    https://youtu.be/OhYd7SlkIKA?list=RDOhYd7SlkIKA
    첨부된 유튜브 동영상 동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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