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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잃기 / 김정환

작성자엄경제|작성시간22.12.07|조회수48 목록 댓글 0

길잃기 / 김정환

목숨을 걸고 살아오지 못한 것이 부끄러워

길은 저렇게 아스팔트 길이다

삶이라는 것이 오로지 목숨을 거는 일일 텐데

그렇지 못하다면

가슴의 구멍처럼 확 뚫린

확 뚫려 그 속을 길 잃는 바람이 쌩쌩 지나가는

저 아스팔트 길밖에 무에 또 남을 것이 있겠는가

마지막 이빨 악물지 못한 것이 부끄러워

길은 저렇게 확 트인 아스팔트 길이다

이제 텅 비고 깜깜한 아스팔트 길에 남아

쏜살같이 내 앞을 지나가는 저 속도를 보아라

보아라 혼자 가도 여럿이 가도

우리를 마구 덮치는 이 막강한 힘을 어쩌란 말인가

이렇게 이렇게 살아남은 것이 못내 부끄러워

길은 저렇게 아스팔트 길이다

쫙 깔렸다

여보게 여보게 왜 말이 없는가

왜 말이 없는가 몸조심이나 잘하게 마누라쟁이는 잘 사는가

누군가가 공중전화 박스에 그냥 두고 간

아직도 부르고 외치는 소리.

목숨을 걸고 살아오지 못한 것이 부끄러워

길은 저렇게 저렇게 아스팔트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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