흩어진다
조현석
끝도 안 보이는 길을 따라
처음에는 빠르게, 하지만 지금은
주마간산(走馬看山) 식으로
무심히 지나치는
무거운 풍경이 펼쳐진 땅의 시간을
벗어난다, 딱딱한 구름 위 걷듯
걸어가고 걷고, 또 걸어갈수록
그대와 함께 한 첫 밤은 점점 멀어진다
밤은 깊을 대로 깊어지고
키 작은 가로등 조는 듯… 불빛 희미한데
이미 수없이 지나쳤기에
떠오르는, 형체도 그림자도 없는
그대에게 가는 길
갈수록 비좁아진다, 여긴 바람 센 골목
그 길 끝은 한바탕 전쟁 치러진
군데군데 부서져 내리고 허물어진
건물들과 담벼락들, 아이고… 폐허인 듯
그 너머로 숭숭 구멍 난
얼굴 내민 나뭇잎… 구멍 사이로
멀리, 힘없이, 손 흔들고 서 있는 나
가고 싶지 않아도…, 갈 수밖에 없었던
질질 끌리듯, 힘들어하며 갔던
길… 걸어도 그저 헛발만 내딛고
제대로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
친친 미련에 묶인 채 끌려가는
길, 갈래갈래 흩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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