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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 들에 노을 들어 노을 본다/ 장석남

작성자저녁별|작성시간19.07.03|조회수116 목록 댓글 1

해남 들에 노을 들어 노을 본다


                          장석남

이 세상에 나서 처음으로

해남 들 가운데를 지나다가

들판 끝에 노을이 들어

어찌할 수 없이

서서 노을 본다

노을 속의 새 본다

새는

내게로 오던 새도 아닌데

내게로 왔고

노을은

나를 떠메러 온 노을도 아닌데

나를 떠메고 그러고도 한참을 더 저문다

우리가 지금 이승을 이승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은

저 노을 탓이다

이제는 이승을 이승이라고 부르지 말자고

중얼거리며

조금씩 조금씩 저문다

해남 들에 노을이 들어 문득

여러날 몫의 저녁을 한꺼번에 맞는다

모두 모여서 가지런히

잦아드는 저것으로

할 수 있는 일이란

가슴속까지 잡아당겨보는 일이다

어쩌다가 이곳까지 내밀어진 생의 파란 발목들을

덮어보는 일이다

그렇게 한번 덮어보는 것뿐이다

내게 온 노을도 아닌데

해남 들에 뜬 노을

저 수천만 평의 무게로 내게로 와서

내 뒤의 긴그림자까지 떠메고

잠긴다

(잠긴다는 것은 자고로 저런 것이다)

잠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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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카레이서 | 작성시간 19.09.01 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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