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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家산책

[스크랩] [기타]다시 읽는 베토벤의 편지와 유서

작성자영천(이장)|작성시간15.11.17|조회수61 목록 댓글 2

https://youtu.be/GMc7RhA4t4c

(바이올린 협주곡/ 안네 소피 무터) 

 

 

         데드마스크

  

  칼 아멘다에게

 

  진정한 친구 아멘다여!

 

  자네의 편지는 고통과 기쁨이 엇갈린 심정으로 받아 보았네. 자네의 진실한 마음, 나에 대한 애착을 무엇에다 비길까? 자네의 진실성은 참으로 아름다운 것이고, 나는 자네를 많은 사람들 중에서 구별하고 그들보다 위에 놓고 있다네. 자네는 빈의 친구가 아니라 나의 고향 땅에서 솟아나온 친구들 중에 하나야. 얼마나 자네 곁에 있고 싶은지 모르겠네. 왜냐하면 자네의 베토벤은 불행한 생활의 와중에 자연과 그 창조자와 싸우며 가끔 창조자를 저주하고 있기 때문이네. 창조자는 자신의 창조물들을 하찮은 사건에 시달리게 만들어 때때로 그 가장 아름다운 꽃봉오리들을 꺾거나 부러뜨리게 한다네.

 

  나의 가장 귀중한 감각인 청각이 크게 나빠졌다네. 자네와 같이 있을 때도 그 증상을 느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네. 그러나 이제는 점차 악화되어 가고 있어서 치료가 가능한지 아닌지가 문제네. 내장이 나빠서 영향을 미친다고들 말하고 있는데 내장에 관해서는 거의 건강이 회복되었네. 청각도 좋아지기를 바라고 있지만 사실 그러한 병들은 대개의 경우 불치이기가 일쑤여서 반신반의하고 있네. 서글픈 나의 운명! 나는 내가 사랑하는 모든 것들과 멀리하고 치사하고 이기적인 사람들 틈바구니에 끼어서 살고 있네. 그들 중에서 린크노프스키 씨가 가장 좋은 사람이네. 그는 작년에 나에게 6백 플로린의 일자리를 구해주었고 나의 작품이 잘 팔리기 때문에 돈 걱정은 없이 살고 있네. 다섯 차례 작곡을 해서 후한 값으로 팔 수 있었네. 최근에도 상당히 많은 작곡을 했다네. 자네가 피아노를 주문했다는 말을 듣고 연장통에 (자네의 비용을 절약하기 위하여) 여러 가지 물건을 넣어서 보낼까 하네.

 

  최근에 어린 시절의 친구 하나가 찾아와서 즐거운 이야기와 사심 없는 우정을 나누었다네. 나는 그 친구에게 자네 이야기를 하고 조국을 떠난 이후 자네만이 나의 마음이 선택한 친구라고 말했다네. 그 친구는 별로 탐탁지 않아 했지만 사실 그 사람은 우정을 나누기에는 너무 우유부단한 사람이지. 나는 그를 내 마음 내킬 때만 연주하는 음악가로 취급하고 있는데 그들은 나의 내적, 외적인 행위나 진정한 감정의 이끌림을 목격할 수는 없는 사람들이네. 나는 나에게 필요한 것에 따라서만 그들을 평가하네.

 

  청각이 완전히 회복된다면 얼마나 기쁠까! 그렇게 되면 곧 자네에게 달려가겠지만 현재의 상태로서는 모든 것을 참아야만 한다네. 나의 일생 중 가장 아름다운 몇 해가 나의 재능과 힘이 약속한 것을 이루어내지 못하고 지나감을 생각하면 견딜 수 없네. 모든 장애를 딛고 일어설 결심은 서 있지만 어찌할 수 없는 슬픈 체념이네.

 

  그것이 어떻게 가능할까? 아멘다, 만일 나의 불구가 반년 이내에 고칠 수 없음이 판명된다면 자네에게 호소하는 수밖에 없네. 모든 일을 제쳐놓고 나에게로 와주어야만 하겠네.

 

  현재로서는 작곡을 하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연주하는 데는 조금도 지장이 없지만 자네가 나의 반려가 되어야만 하네. 나는 행운이 나를 버리지는 않으리라고 굳게 믿고 있네. 무엇인들 노력하지 못할까? 자네가 나를 거절하지는 않으리라 믿네. 친구가 괴로움과 고통을 이겨낼 수 있도록 도와주게. 나는 피아노 주법을 상당히 개선했는데 자네의 연주 여행이 행운을 가져다주기를 비네. 그 이후에는 우리가 함께 있을 수 있을 거야.

 

  지금까지 자네가 보낸 편지는 모두 받았네. 내가 답장을 자주 하지는 않았지만 나의 가슴은 예전과 마찬가지로 자네에 대한 우정으로 가득 차 있네. 나의 귀가 멀어간다는 사실을 ‘결코 그 누구에게도’ 완벽한 비밀로 해주기를 부탁하네. 자주 편지를 보내주게. 그리운 친구, 자네의 편지가 아무리 짧더라도 나를 위로해주고 나에게 도움이 되고 또 다른 편지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해준다네. 자네에게 보낸 사중주를 아무에게도 빌려주지 말게. 그것을 크게 고쳤기 때문인데 자네가 다음에 받아보면 알겠지만 이젠 어떻게 해야 사중주곡을 제대로 작곡하는지를 알게 되었네. 이젠 안녕을 해야 되겠네. 정다운 친구여, 내가 자네를 위해 여기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있거든 서슴지 말고 알려주게.

 

                                                                                                                                      1801년 6월 1일 빈에서

                                                                                                                                        

                                                                                                                                          자네의 진실한 친구

                                                                                                                                               L. V. 베토벤

  1802년 10월 6일 하일리겐슈타트에서

 

  형제들에게

 

  나의 형제, 칼과 요한 베토벤은 내가 죽은 뒤에 이 글을 읽고 그대로 집행해다오!

 

  내가 심술궂은 고집불통이고 사람을 싫어하는 성격이라고 생각하거나 말하는 사람들은 나에게 얼마나 부당한 일을 저지르고 있는가. 그들은 나의 외모가 감추고 있는 진정한 나를 모른다. 어릴 때부터 나의 감정과 마음은 선의의 부드러운 감정에 이끌렸고 위대한 공적을 성취하기를 열망했었다. 그러나 이제 6년간이나 절망적인 상태에서 무지한 의사들에게 의해서 더욱 악화되고 해를 거듭할수록 호전되리라는 희망은 배반당하여 영원한 병고(치료하는 데만도 수년이 걸리거나 혹은 불가능할지도 모르는)와 직면하고 보니 열렬하고 활기찬 성격을 갖고 태어났고 사회의 여러 가지 즐거움에도 민감했던 내가 이제는 고립되어 홀로 살 수밖에 없었다. 때때로 이 모든 것을 잊어버리려고 애를 쓸 때면 마비된 청각이 주는 이중의 서글픈 경험 때문에 나는 얼마나 가혹하게 거부되었던가! 그러나 ‘더 크게 말하시오, 소리치시오, 나는 귀가 멀었으니까……’라고 말할 수가 없었다. 한때는 완전하게 소유했던 감각, 나와 같은 직업을 가진 사람들 중에서도 드물 만큼 완벽한 감각, 다른 어떤 사람들보다도 완벽해야만 할 ‘한 감각’의 불구를 어찌 인정할 수 있단 말이냐!

 

  아! 정말 그럴 수 없다. 그러니 내가 기꺼이 너희들과 함께 있고 싶어 할 때에도 슬그머니 물러나오는 것을 이해해 다오. 나의 불행은 이중으로 고통스럽다. 왜냐하면 그것은 내 말이 오해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으로 이끌기 때문이다. 나에게는 친구들과 어울리는 즐거움도, 세련된 교제도, 서로간의 사상의 교환도 있을 수 없고, 단지 크든 작든 사회와 맺지 않을 수 없는 필요성만이 있을 뿐이다. 나는 유배된 사람처럼 살아야만 하고 사람들에게 가까이 접근하면 무서운 공포감, 나의 상태를 사람들이 알아차리게 되지나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나를 엄습한다. 될 수 있는 대로 청력을 아끼라는 총명한 의사의 지시에 따라서 시골에서 보낸 지난 반년 동안 현재와 같은 버릇이 몸에 배게 되었고 사람들과 접촉하고 싶어서 그 버릇을 무시하려 하면 얼마나 지독한 모멸감을 맛보아야 하는가! 내 옆에 서있는 사람이 먼 곳에서 들려오는 플루트 소리를 듣는데 나에게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고 다른 사람은 목동의 노래를 듣는데 내게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을 때 나는 절망에 사로잡히고 거기에서 한 발짝만 더 나아가면 나는 스스로 생명을 끊을 것만 같았다.

 

  그때마다 나를 구해준 것은 오직 예술뿐이었다. 내가 창작하도록 부름 받은 모든 것을 해낼 때까지는 이 세상을 떠날 수가 없을 것 같았기 때문에 나는 이 비참한 생존?참으로 비참한, 흥분하기 쉬운 육신은 갑작스러운 변화에 의해서 최상의 상태에서 최악의 상태로 전락될 수 있는데?을 견디어 왔으며 인내만이 나의 길잡이라고 말하기에 그렇게 하였다. 숙명의 실을 끊어버리기 위하여 저 냉혹한 운명의 여신이 만족할 때까지 나의 결심이 요지부동하게 견뎌내기를 바라고 있을 뿐이다. 좋아질 수도 나빠질 수도 혹은 더 나빠질 수도 있을 것이지만 나는 각오가 되어 있다.

 

  이미 28살에 철인(哲人)이 되어야만 했지만 다른 누구보다도 예술가에게는 그것은 견디기 힘든 일이다. 성자여, 저의 가장 깊은 영혼을 들여다보시고 헤아려 주시어 선을 행하려는 인간의 사랑과 욕망이 바로 거기에 깃들어 있음을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오 인간들이여, 언젠가 이 글을 읽는 날이 오거든 그대들이 나에게 부당한 짓을 했음을 상기하고 한 불행한 자가 그 자신을 위로하도록 내버려두고 자연의 모든 장애에도 불구하고 가치 있는 예술가와 인간의 대열에 참가하기 위해서 자기의 힘이 자라는 한 모든 것을 창조했던 그와 같은 인간을 찾아내라. 나의 형제 칼과 요한은 내가 죽으면 곧?그때까지 슈미트 박사가 생존하고 있을 경우? 적어도 세상 사람들이 나를 오해하지 않도록 그에게 나의 병을 기술하도록 나의 이름으로 부탁하고 이 유언서를 나의 병력에 추가해주기 바란다. 동시에 너희 두 사람이 비록 적지만 나의 유산상속자가 되어 공정히 분배하고 서로 참고 돕도록 하여라. 그리고 너희들이 나에게 입힌 상처는 이미 옛날에 다 잊었다.

 

  칼, 최근 네가 나에게 보여준 애정에 특별한 고마움을 느낀다. 너희들의 생애가 나보다는 더 즐겁고 걱정이 없기를 진심으로 빌며 너희 아이들이 고결함을 갖도록 해라. 이것은 돈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행복을 가져다 줄 것이다. 경험에서 하는 말이지만 나의 생애가 자살로 끝나지 않았음은 예술 다음으로는 고결함의 덕분이고 비참에서 나를 구해준 것도 바로 이 덕성이었다.

 

  이제 작별을 고해야겠다. 서로 사랑하여라. 모든 친구들, 특히 리크노프스키 공과 슈미트 교수에게 감사를 드린다. 리크노프스키 공에게서 받은 악기들(현악사중주 악기 한 벌)은 너희 중의 한 사람이 갖되 그 때문에 싸움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며 더 훌륭한 목적에 쓰일 수 있다면 팔아도 좋다. 무덤 속?그 경우 기꺼이 죽겠지만?에서나마 너희들에게 도움이 된다면 정말 기쁘겠다. 나의 모든 예술적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갖기 전에 죽음이 찾아온다면 비록 가혹한 운명에 빠져 있다고는 하지만 너무 빨리 죽음이 찾아오는 셈이다. 그렇게 빨리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러나 조만간 죽게 된다고 하여도 섭섭지는 않을 것이니 그것은 끝없는 고통에서 나를 해방시켜 줄 것이 아니냐? 잘 있거라. 그리고 내가 죽더라도 완전히 잊지는 말아다오. 내 생애에서 가끔 너희들을 생각했고 어떻게 하면 너희들이 행복하게 만들어 줄 수 있을까를 생각했었기 때문에 나로서는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행복하기를.

 

                                                                                                                                      루드비히 반 베토벤

 

    (이 유서의 한글 번역은 서우석 님이 하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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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영천(이장)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5.11.17 베토벤 말년의 베토벤,
  • 작성자영천(이장)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5.11.17 그러나, 조만간 죽게 된다고 하여도 섭섭지는 않을 것이니, 그것은 끝없는 고통에서 나를 해방시켜 줄 것이 아니냐? 잘있거나 그리고
    내가 죽더라도 완전히 잊지 말아다고, 나의 생에서 가끔 너희들을 생각했고, 어떻게 하면 너희들이 행복하게 만들어 줄 수 있을까를 생각했었기 때문에
    나로서는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행복하기를....
    베토벤, 그 섬세함이 느껴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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