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에 관한 연구 1
이승하
―성인 남자의 해골이야
가방 속에서 의대생 사촌형이 꺼낸 해골
잘생긴 얼굴이었을까 못생긴 얼굴이었을까
알 수 없다 살았던 날들 알 수 없지만
움푹 파인 눈, 뻥 뚫린 코, 가파른 턱뼈
둥근 해골이 매끈매끈하다 해골은 비슷비슷하다
해골만으로도 남과 여를 구분할 수 있을까
이 사람 살아 있는 동안
운 시간보다는 웃는 시간이 길지 않았을까
그 웃음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 있을 테지만
지금은 쟁반 대용
과자가 담겨 있다 손끝에 닿는 해골의 감촉
소름이 좍 돋지만 과자의 맛 변함없다
해골이 되기까지 씹어 삼킨 고깃덩이의 무게를 누가 알겠나 몇 병의 술을 마시고 몇 명의 친구를 사귀었을까 몇 번의 거짓말을 했을까
중학생인 나는 새우깡 한 봉지를 해골바가지에 담아 간신히 다 먹었지만 원효는 해골바가지 안에 담겨 있는 물을 마시고 깨달았다고 모든 게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마음의 허기가 사람을 사람으로 살아가게 하지 않으리라 마음의 갈증이 사람을 악귀로 살아가게 하리라 이 해골 속에 가득했을 뇌세포여 뇌신경이여 뉴런이여 욕망이여 집착이여
주름 많고 말랑말랑한 이것이
1.4㎏밖에 안 되는 이것이
원자폭탄을 투하했다 수소폭탄을 만들어냈다
게르니카를 그렸다 비창교향곡을 작곡했다
해골 안에 담겨 있는, 주름 많고 시름 많은 이것이
책 소개
인류의 미래를 바꿀 최첨단 과학 이슈를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자랑하는 석학들에게 직접 듣는「KAIST 명강」은 최근 급격한 발전을 보이며 과학계를 넘어 우리 사회 전체에 큰 화두가 되고 있는 ‘뇌’를 주제로 선정, 정재승(KAIST 바이오 및 뇌공학과), 정용(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김대수(KAIST 생명과학과) 교수가 참여한 1.4킬로그램의 우주, 뇌를 두 번째 책으로 출간했다.
21세기를 좌우할 정보학의 세계를 네트워크 과학, 생물 정보학, 양자 정보학이라는 창을 통해 들여다보았던 『구글, 신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에 이어, 카이스트 명강 두 번째 책 『1.4킬로그램의 우주, 뇌』에서는 한국 뇌 과학계를 선도하며 융합 과학의 최전선에서 활발히 연구하고 있는 정재승, 정용, 김대수 세 교수와 함께 인간이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하는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 무대인 뇌 과학의 현장을 꼼꼼히 살펴보는 시간을 갖는다.
우리 몸속 작은 우주로 가는 길잡이
한겨레신문 | 오철우 기자 | 2014-07-27
어른 주먹 둘을 합친 크기이지만 ‘우리 몸속의 작은 우주’로 불리는 뇌를 이해하는 데 길잡이가 될 만한 카이스트 교수들의 강의가 책으로 출간됐다. 정재승·정용·김대수 교수가 과학 강의를 풀어쓴『1.4킬로그램의 우주, 뇌』는 뇌의 발생과 진화부터 인간만의 뛰어난 뇌 활동인 의사결정, 그리고 동물 행동 유전학까지 폭넓은 신경과학을 보여준다.
책에선 교과서에서 얻기 힘든 생생한 지식을 엿볼 수 있다. 세 교수는 자신들이 경험한 실험의 설계, 해석, 결과를 간간이 전해준다. 강의 마무리에 수강생과 주고받는 문답도 눈길을 끈다. ‘뇌세포 100억 개라는 숫자는 어디에서 나왔나’ ‘동물행동학은 묻지 마 범죄를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나’ 같은 즉문과 즉답은 친절한 강의실이 아니라면 쉽게 들을 수 없을 테다.
정용 교수의 강의는 신경생물학을 해부학의 기초부터 정리하며 신경과학의 원리·가설을 짚어준다. 정재승 교수는 인간 행동이 얼마나 복잡 미묘한지 보여주는 실험을 보여준다. 예컨대 ‘초밥 문제’ 실험에선 사람들이 여러 가지 초밥을 어떤 순서로 먹을까 하는 사소한 물음이 인간 기호와 의사결정에 합리성과는 다른 패턴이 있음을 보여주는 데로 나아간다. 김대수 교수는 ‘착한 놈, 나쁜 놈, 야비한 놈’인 동물들의 행동에 나타나는 다양한 생존·번식 전략을 들려준다.
모둠초밥 먹는 순서 보면 성격 보인다네요
중앙일보 | 채인택 논설위원 | 2014-07-26
갖가지 초콜릿이 담긴 선물상자를 열면 무엇부터 먹느냐 하는 고민이 시작된다. KAIST의 정재승 교수는 이 평범한 소재를 과학연구 대상으로 삼았다. 전공인 신경과학의 주요 테마 중 하나가 인간이 어떤 사고와 판단을 통해 의사결정을 하는지를 알아보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7개의 초밥이 담긴 접시에서 어떤 것부터 먹는지를 바탕으로 성격을 추론했다. 맛있는 것부터 먹는 사람과 맛없는 것부터 고르는 사람 등 2가지 패턴이 드러났다. 이러한 선호에는 교육·재산·수입 등 사회적 요소는 관련이 없었으며 다만 형제가 많을수록 맛있는 것부터 먹는 경향이 있었다. 어려서 형제끼리 부대끼며 살았던 사람은 맛있는 걸 아껴두면 남이 날름 먹어버린다는 걸 알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같은 이유로 둘째나 셋째로 내려갈수록 맛있는 걸 먼저 챙기며 맏이는 비교적 느긋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경제학에선 인간이 최대 효용을 얻는 방향으로 의사 결정을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신경과학 실험 결과는 당장 얻는 효용을 넘어 미래에 누릴 것에 대한 기대감도 의사결정에 상당히 작용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신경과학을 통해 인간을 분석하면 이처럼 또 다른 세계가 열린다.
이러한 결정은 뇌에서 이뤄진다. 평균 1.4kg의 작은 뇌는 인체는 물론 인간 삶의 수뇌부(首腦部)에 해당한다. 이 책은 뇌에 대한 기초과학 연구를 소개한다. KAIST 교수 세 명의 특강 내용을 담았다. 신경과 전문의 출신으로 뇌질환을 다루는 정용, 행동유전학을 파고드는 김대수, 그리고 정재승 교수가 각각 서로 다른 방향에서 뇌를 바라본다.
이들이 소개하는 뇌과학은 흥미롭다. 실생활에서 응용할 수 있는 내용도 수두룩하다. 예로 ‘귀차니즘’이 왜 생기는지도 설명할 수 있다. 뇌의 무게는 인간 체중의 2%밖에 되지 않지만 섭취하는 에너지의 20%를 혼자서 사용한다. 에어컨 같은 ‘과부하’ 기관이니만큼 에너지 절약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매순간 에너지를 들여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는 대신 과거 경험과 지식을 활용해 하던 일을 습관적으로 반복하는 경향이 생긴다는 것이다. 세상의 개혁이 쉽지 않은 신경과학적인 이유다.
경영학 응용도 가능하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UCSF)의 신경과학자 로버트 버튼은 혁신적인 리더가 어떻게 성공하는지를 연구했다. 성공한 리더는 의사결정을 할 때 좋은 선택을 위해 정보를 최대한 수집한다. 의사결정의 순간에는 70%의 확신만 있어도 결단한다. 다만, 추가 정보가 들어와 그 결정이 잘못이라는 점을 깨닫게 되면 즉시 결정을 바꾼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유연한 사고를 하는 것이다. 반면 보통 사람은 신중하게 결정하기 위해 100% 확신이 들 때까지 결정을 미룬다. 대신 한번 결정하면 절대 바꾸지 않는다.
김대수 교수는 생태계에서 동물의 교미 확률은 생존 확률과 반비례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수컷의 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은 공격성과 암컷에 대한 소유욕, 교미반응은 증가시키지만 면역력은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수많은 후궁을 뒀던 조선 임금의 평균 수명은 47세인 반면 환관은 70세였다는 사실을 잘 새겨야겠다. 욕정 때문에 목숨을 잃는 경우도 자연에선 허다하다. 이성을 꾈 때 내는 불빛과 비슷한 빛으로 벌레를 꾀어 잡아먹는 생물도 있다. 이성에 대한 갈망은 때로 판단력을 잃게 하고 망신을 초래하며 목숨을 대가로 치르게 한다. 호주에선 맥주병이나 노란 도로 표지판을 이성으로 착각해 교미를 시도한 엽기적인 딱정벌레가 발견됐다고 한다. 정신 못 차리는 수컷이 많기는 곤충도 마찬가지인가 보다.
책 소개
창해 ABC북 시리즈로 해부학, 생리학, 장애, 뇌 기능, 지식의 변화에 대한 설명이 가나다 순서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 : 질 르 파프(투르 대학 동물행동학 조교수), 나탈리 퓌즈나(생물학자)
역자 : 박홍진
한국외국어대 불어과를 졸업하고 동대학 통역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옮긴 책으로는 『뚱뚱한 사랑』, 『아니, 이게 나야?』, 창해 ABC북 『해』 등이 있고, 편역서로 『이야기 샹송 칸초네 여행』이 있다.
목차
뇌 이야기
- 영혼과 육체
사고가 존재하는 곳
데카르트의 이원론
정신의 생물학
- 연구하기 어려운 기관
최초의 관찰
세포와 분자
영역과 망
- 뇌의 일생
귀중한 유산
탄생에서 노화까지
약한 기관
- 뇌 이해하기
유사성의 문제
새로운 접근
ABC북
부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