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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농사배움터

점뿌림 직파법에 대해

작성자바람골|작성시간08.10.03|조회수885 목록 댓글 8

보통 모(苗) 이앙법은 농업 생산력의 중요한 발전으로 평가되곤 한다. 가령 조선시대 벼농사의 경우 조선 초 세종 때부터 모내기 이앙법이 시작되었다가 16세기 후반기 들어 일반화되었다고 한다. 그러니까 조선 후반기에 들어서야 선진적인 농법인 이앙법이 널리 보급되었다는 얘기다.

지금은 거의 모 내지 않는 것이 없을 정도로 현대 농법은 꽤나 선진화된 것처럼 보인다. 고추, 오이, 호박 등 과채류에서부터 벼, 수수, 옥수수, 조 등 벼과 작물과 콩과 작물들, 배추, 상추와 각종 잎채소들, 대파, 양파와 같은 양념 채소에서 고구마, 들깨 등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작물들을 모를 내서 키운다. 다만 몇 가지 모종이 되지 않는 것들, 꼭 직파를 해야만 하는 작물들, 그러니까 무, 홍당무, 알타리 같이 뿌리를 먹는 것들은 옮겨 심었다가 뿌리를 다치면 죽거나 제대로 자라질 못하니 모종을 할 수가 없다. 마늘, 쪽파, 토란, 감자와 같이 구근(球根), 종근(種根)으로 번식하는 작물들도 모를 내지 않고 직파를 한다.

그럼 왜 모를 키워서 재배할까? 모를 키우면 손도 더 가고 일도 많고 돈도 더 많이 드는데 말이다.

일단 모를 키워 모종을 하면, 생육기간을 늘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대표적으로 여름 작물인 과채류들, 예컨대 고추나 오이 호박 토마토 같은 작물들은 열대 식물에 속하기 때문에 서리가 그치고서야 심을 수 있다. 그러나 이것들을 서리 피해가 없는 온실에 심고 모를 키웠다가 서리가 가시고 나서 한데에 모를 내다 심으면 생육기간을 한달 이상을 늘릴 수 있다. 생육 기간이 늘어나니 생장도 더 크게 자라 자연스레 열매도 더 달리게 할 수 있다. 고추 같은 경우 서리 지나 직파를 하면(실제로는 서리 그치기 전에 심어 서리가 끝나서 발아가 되게끔 맞춘다.) 잘 해야 사람 무릎 정도 크는데 온실에서 모를 내어 옮겨심어 키우면 사람 키보다 더 크게 키울 수도 있다.

벼를 비롯한 벼과 작물들도 비슷하다. 그렇다고 고추처럼 온실에서 모를 키우는 것은 아니다. 논 한 구석에 모판을 만들어 모를 키우면서 물을 가둬두면 물이 자연스레 보온 역할을 한다.

모를 키워 옮겨 심는 두 번째로 큰 이유는 아마 제초 때문일 것이다. 씨를 직파하면 아무래도 작물들은 자기보다 더 강력한 풀과의 전쟁을 톡톡히 치러야 한다. 작물은 결코 풀을 이길 수 없다. 사람 손을 탄 것과 자연 손을 탄 것과의 근본적인 차이다. 풀을 다 매고 나서 작물 씨를 심어도 풀이 먼저 나온다. 나중에 나와도 금방 작물을 따라잡는다. 그런데 풀을 매놓고 작물을 한 뼘 만하게 모종을 키워 심으면 어느 정도 풀과의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세 번째 이유를 들자면 콩 같은 경우처럼 새 피해를 피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특히 메주콩 같은 경우는 까치나 산비둘기의 피해가 제일 극심하다. 콩을 심어놓으면 어떻게 알고서 잘도 파먹을 뿐만 아니라 싹이 난 떡잎도 기가 막히게 잘라 먹는다. 비닐 온실이나 망을 씌워 모종을 키워 속잎이 두 세 개 났을 때 옮겨 심으면 새가 먹을 일이 없으니 새 피해를 막는 제일 확실한 방법이 모종 내는 일이다.

이렇게 모종을 키워 심는 좋은 장점도 있지만 무슨 일이 다 그렇듯이 모종의 단점도 있기 마련이다. 제일 먼저 떠올 릴 수 있는 것은 병충해에 약하다는 점이다. 모종을 키워 옮겨 심으면 대부분 원뿌리가 잘리거나 잘리지 않아도 옮기는 과정에서 타격을 입어 제대로 자라질 못한다. 모든 식물이 다 그렇듯이 지하부의 뿌리와 지상부의 줄기는 균형있게 큰다. 뿌리와 줄기가 거의 같다고 보면 된다. 그런데 모종을 키워 옮겨 심으면 뿌리가 타격을 입는다. 위아래의 균형이 깨지는 순간이다. 뿌리가 타격을 입으면 지상부가 제대로 클까?

시세 말로 참 좋은 질문이다. 원뿌리는 영양분을 빨아들이는 역할보다 작물의 지상부가 잘 버티도록 지켜주는 지주 역할을 한다. 영양분을 빨아들이는 뿌리는 이른바 잔뿌리, 수염뿌리다. 기존 관행이론은 원뿌리가 타격을 입으면 잔뿌리가 발달해 영양을 빨아들이는 힘이 세져서 생육이 왕성해 열매도 많이 맺는다고 보는 것 같다. 특히 고추 같은 천근성 작물이 특히 그러하고 벼도 마찬가지다. 말하자면 단근(斷根)을 해주어 수염뿌리의 발근을 촉진하는 방식이다. 수염뿌리가 무성하게 발달해 흙을 강하게 물고 있으면 오히려 벼가 튼튼하게 자란다고도 한다.


전통농법을 공부한답시고 어르신들을 만나 물어봤다.

“왜 옛날엔 직파를 했지요?”

“?......, 온실도 없었고, 그런 기술도 없었지 뭐.”

“옛날에도 고추에 지주와 끈을 띄워주었나요?”

“그냥 키워 먹었어. 쓰러지면 쓰러지는 대로.”

“옛날엔 병해충 피해를 어떻게 해결했습니까?”

“?......, 옛날엔 병해충이 별로 없었어.”



기다렸던 흔쾌한 대답은 아니었지만 그냥 그래도 만나는 사람마다 똑 같은 질문을 했다. 그리고 하나 둘씩 약간의 단서들을 얻을 수 있었고 거기에 상상을 덧대어 조금씩 실험을 해 봤다. 그러니까 “옛날엔 왜 지주와 끈을 띄우지 않았을까”에 대해서 나름대로 내린 답은 “별로 크질 않으니까”였다. 왜 별로 크질 않을까, 그것은 직파를 했기 때문에 원뿌리는 그대로 살아있고 수염뿌리는 무성하질 않고 수염뿌리가 빨아들일 거름도 부족하고 게다가 뿌리가 감당할 만큼만 지상부를 키우기 때문일 것이다, 라는 추론에 이르렀다.

바로 실험에 들어갔다. 개량종이 아닌 토종으로 했다. 개량종은 모종 농법에 익숙한 종자이기에 직파에 익숙한 토종으로 했다. 그랬더니, 재미있는 특징은 곁순이 별로 나오질 않는다는 거였다. 누구나 알듯이 모종을 내면 곁순이 많이 나온다. 때를 놓치면 어느 게 원줄기이고 가지인지 분간이 가질 않는다. 그런데 직파를 했더니 곁순이 거의 나오지 않거나 나와도 원줄기가 버틸만큼만 나온다. 당연히 제거해주질 않아도 되었다.

토종을 일부는 모종도 했다. 재미있는 것은 모종한 토종도 곁순이 꽤나 나온다는 것이다. 직파한 것은 거의 나오질 않았다. 게다가 모종한 고추는 탄저병이 금방 왔는데 직파한 고추에는 탄저병이 오질 않았다는 것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한포기 왔다. 전체 100여 포기 중에서. 모종한 고추는 목초액과 액배를 5,6번 살포해주었지만 직파한 고추는 한 번도 주질 않았다. 옛날엔 병 없었어, 했던 할아버지 얘기가 증명된 셈이다. 물론 당연히 직파한 고추는 무릎정도밖에 자라질 않았고 생산량도 반 채 못 되었다. 별로 자라질 않아 키가 작으니 쓰러져도 그게 그거다. 풀 매 주면서 흙으로 북돋아 주면 그것으로 끝.

그런데 모종해서 생산량도 높이고 병해충 발생도 높이고 목초액이든 뭔가를 살포해주고 지주 세우고 끈 띄우는 것과, 생산량은 반이지만 병해충 발생은 현저히 적고 아무것도 살포해주지 않고 지주도 끈도 띄워주지 않는다면 어느 방식이 나을까? 한 번 진지하게 고민해 볼 문제다. 현재 나는 생산량이 60%만 넘어도 성공일 것이라 보고 올 해 직파 고추의 수확을 은근히 기대해 보고 있다.


몇 년 전 5만평이나 되는 밭에서 호밀을 심고 그 사이에 콩을 직파하는 농부님을 우연히 만났다. 콩의 새 피해는 총으로 해결한다고 했다. 총으로 쏴서 맞추는 게 아니라 큰 소리를 내는 공포탄처럼 쏘면 무서워 새들이 범접을 못한다는 것이다. 일주일만 그렇게 해주면 별로 피해가 없단다. 나는 그것에는 별 관심이 없고, 호밀은 어떻게 심나요? 했더니 점뿌림 직파를 하는데 뭉텅이로 넣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 숟갈 정도 되는 분량이다. 왜 그렇게 합니까? 했더니 그래야 콩나물처럼 뿌리가 밑으로 무성하게 뻗어내려 튼튼하게 자란다는 것이다.

밭벼를 그동안 줄뿌림이나 모내기를 하면서 별로 재미를 못 보던 처지였던지라 그 얘기가 귀에 확 들어왔다. 하기는 밭벼를 처음 배울 때 가르쳐 주신 분이 좀 많다 싶게 볍씨 알을 점뿌림 해야 한다고 했던 말이 그제서야 떠오르기도 했다. 이유는 몰랐지만. 그런데 콩나물처럼 뿌리가 뭉텅이로 깊게 내린다는 말이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작년 밀 직파와 올해 밭벼 직파할 때 바로 실행에 옮겼다. 혹시나 하고 듬뿍 한 숟갈씩 점뿌림을 했다. 결과는 기대한 것 이상이었다. 밀은 너무 많이 밀식하여 나중에 솎아주어야 하지 않을까 했지만 겨울을 나니 지들이 알아서 균형을 찾아갔다. 풀매기는 두 번 채 해주질 않았다. 포기는 매우 실하고 무성했다. 거름은 파종 후 흙 대신 완숙 퇴비로 한 구멍에 한주먹씩 덮어준 것과 봄에 두 번 오줌 웃거름 해준 것이 전부였다. 생산량은 1.5배 가까이 나왔다. 놀라운 일이었다.

밭벼는 더 재미있었다. 밀 사이에 점뿌림을 했는데, 그 때문에 밀은 두 번 풀을 매준 꼴이 되었다. 벼를 심기 위해 풀을 매준 셈이다. 물론 벼를 심지 않더라도 밀 이삭 잘 올라오라고 풀을 매주어야 했을 것이다. 게으른 나 같으면 당연히 매주지 않았겠지만.

아무튼 밀 사이에 그렇게 뭉텅이 점뿌림을 막 시작하려는데 마을 어르신이 도와주신다며 오셨는데, 이번에는 뭉텅이 점뿌림으로 할랍니다 했더니 그러면 나중에 솎아주어 하는데 하시며 점뿌림이기는 한데 큰 구멍 안에서 흩어뿌리 듯 하신다. 도와주시는 분한테 잔소리는 할 수 없고 나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라 그냥 두고만 봤다. 물론 나는 은근 슬쩍 뭉텅이 점뿌림을 했지만 손놀림이 빠른 어르신이 훨씬 많이 심으셨다. 그리고 한 달 뒤 완두콩, 강낭콩 밭 사이에 밭벼를 나 혼자 뭉텅이 점뿌림을 감행했다. 어르신 볼까 눈치 보면서.......

흩어뿌림을 하면 볍씨 사이로 난 피들을 보물찾기 하듯이 찾아가며 해야 했다. 그런데 뭉텅이 점뿌림 벼에는 그런 일이 전혀 없다. 아주 밀식했기 때문에 피가 비집고 올라올 틈이 아예 없는 것이다. 게다가 뭉텅이로 넣었더니 지들끼리 부대껴서 힘차게 위로 밀어 올라온다. 거짓말 하나 보태지 않고 풀보다 먼저 올라오는 게 아닌가? 한 달 먼저 심은 벼보다 금세 추월을 하더니 풀매기도 세 번밖에 해주질 않았다. 마을 어르신이 이를 보고 하시는 말, “이렇게 하면 좋은 걸, 왜 옛날엔 흩어 뿌렸는지 몰라.” 하신다.

그런데 밀과는 달리 벼는 뭉텅이로 심었더니 장마 때 너무 무성해 솎아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솎은 것은 버리지 않고 1차 풀매기를 하며 구멍 난 곳에 모내기를 했다. 직파한 것에 비해 힘은 좋지 않지만 그래도 죽지 않고 잘 살고 있다. 그래서 결론은, 밭벼는 밀처럼 많이 밀식하지 말고 대략 10~20알 쯤 점뿌림하면 되겠구나 했다.


그리고 이제는 모든 걸 직파할 결심을 굳혔다. 아직 확신할 단계는 아니지만 주변 지인들의 경험들까지 종합해볼 때 직파를 하면 좋은 점을 다음과 같이 정리해본다.

우선 병해충에 강하다, 원뿌리가 살아있어 생명력이 강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일이 적다. 모종 키우는 일도 생략되고 옮겨심는 것도 생략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괜히 돈들여 힘들여 상토 만들 일도 없고, 썩지도 않는 포트니 모종컵을 쓰지 않아서 좋다.

세 번째는 풀매기 때문에 모종한다지만 뭉텅이 직파법을 쓰면 모종농법에 비해 결코 풀매기가 어렵지 않다. 옛날에도 뭉텅이 직파법을 썼는지 아직 알 수 없지만 전통농법을 그대로 따르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이어서 한 단계 발전시키는 것이 온고지신일 것이다.

네 번째는 생산효율이 적은 것은 확실하지만 그에 비해 노동효율이 높다면 한번 더 적극적으로 연구해 볼만한 방법이다. 게다가 양은 적더라도 질이 높다면 더 관심있게 시도해볼만한 일일 것 같다.


밭벼 직파해서 풀보다 힘차게 올라오는 걸 보고 들어온 날 저녁 밥상에서 아내에게 자랑을 늘어놓았더니 농촌진흥청에서 벼 직파법 성공이라는 뉴스가 보도되었다는 것이 아닌가? 아니 이게 왠일? 하고 밤 9시 뉴스를 보니, 이앙기를 변형해 직파할 수 있게 만들고 점뿌림으로 10알 정도씩 넣어 재배하면 노동효율은 8% 절감되는데 생산량은 모내기 한 것과 차이가 없다는 내용이었다. 앞으로 이 직파법을 농가에 적극 보급할 계획이라는 것까지 곁들여 보도되고 있었다. 김새는 면이 없지 않았지만 아무튼 반가운 일임에는 틀림이 없다. 다만, 제초제는 치지 않는지, 그렇다면 풀매기는 어떻게 하는지 등이 자세히 나오질 않아 아쉽기는 했다.

올봄 회원 한 분이 30평 정도 되는 논을 만들었다. 내가 제안을 해서 자광미라는 토종 종자로 뭉텅이 점뿌림을 했다. 마른 상태에서 직파를 하고 부엽토로 피복해 그것으로 밑거름을 다하고, 발아 잘 되라고 물을 넣었다 뺐다 해서 발아된 다음부터는 싹이 자라는 높이대로 물을 넣었다. 한 뼘 정도 자랐을 때 손으로 김매기를 하고 왕우렁이를 1kg 사다 넣었다. 계곡 찬물 대책을 미흡하게 세워 관수구에는 냉해와 도열병 피해를 보았지만 안에는 이삭이 잘 팼다. 면적이 클 경우 초벌 김매기를 어떻게 해야 할지는 역시 숙제로 남아있는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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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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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단표누항 | 작성시간 09.03.03 호밀-콩 섞어심기에 호밀을 점파해 놓은 상태입니다. 가을 10월 중순에 했고요, 3월 중순에 나머지 콩 심을 곳에도 줄울 대고 점파를 할 예정입니다. 고추도 호밀사이에 직파와 모종을 섞어서 해볼 예정입니다.
  • 작성자우라노스 | 작성시간 10.03.24 뒤늦었지만 현재의 결과는 어떠한지 알고 싶습니다.
  • 작성자플라밍고 | 작성시간 13.06.12 좋은 글 잘앍었습니다.
  • 작성자세옹지마 | 작성시간 14.12.20 자료 잘 보았습니다. ^^*
    감사합니다. ^^
  • 작성자숲으로(대구) | 작성시간 21.04.23 도움이 될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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