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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날의 독서 ≪스카라무슈≫ 라파엘 사바티니

작성자다사랑|작성시간15.12.03|조회수1,022 목록 댓글 0

 

젊은 날의 독서 스카라무슈라파엘 사바티니

시대를 바꾼 민중의 바람

 

  

친구를 껴안은 앙드레 루이

 

라파엘 사바티니가 쓴 <스카라무슈>는 프랑스혁명을 배경으로 한, 그야말로 흥분으로 마음 설레게 하는 열혈소설이다.

대중소설의 재미와 역사소설의 교훈을 가미한 이 명작은, 1921년에 영국에서 출판되자마자 선풍을 일으켰다. 미국에서는 오랫동안 베스트셀러였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오다 다다시가 번역한 것을 1928년에 출판사 가이조사에서 <세계대중문학전집> 27권으로 출판했다. 나는 이 책을 전쟁 후 간다의 헌책방에서 구입해 읽었다.

 

재주가 넘치는 한 청년이 격동의 프랑스 대혁명기를 무대로 종횡으로 활약하는 드라마는 그야말로 통쾌하다. 패전 직후의 일본에도 혼탁한 격동기 같은 분위기가 있었기 때문일까.

 

이 소설을 읽고 프랑스 대혁명에 흥미를 갖게 된 나는, 잇달아 빅토르 위고의 <93>도 읽었다. 또 영화로 만든 <스카라무슈>1953년 신춘에 개봉했을 때에도 동료 몇 명과 함께 보았다.

얼마 후에 출판사 미카사서방에서 오쿠보야스오가 번역한 <스카라무슈><백 만인의 세계문학>이라는 이름으로 출판하자, 곧바로 화양회(華陽會) 교재로 사용하였다.

 

대혁명 이전의 프랑스에서는 특별계급에 속하는 일부 성직자와 귀족이 군림했다.

그리고 제3계급이라 불리는 평민은 학대받으며 괴로운 생활을 하였다. 철저한 차별주의 사회다.

 

그러나 결국 구체제의 압정은 기묘하게도 제3계급의 저력으로 무너진다. 더구나 그 발단은 어느 지방에서 생긴 작은 불만의 불씨가 번지면서 일어났다.

겨우 한두 달 사이에 혁명의 불꽃은 연쇄적으로 번져, 어느새 파리를 뒤덮기에 이른다.

 

사바티니가 묘사한 <스카라무슈>는 그 프랑스 대혁명의 발단에서 시작해 가장 고조된 시기까지를 배경으로 한다. 주인공 앙드레 루이 모로는 사소한 일로 혁명에 불씨를 당기는 역할을 한다.

 

본래 앙드레는 부모의 이름도 모르는 고아로, 양부의 손에서 온건한 사고방식을 가지고 자란 젊은이다.

그런데 그는 어느 사건을 계기로 급진적 행동과 변화무쌍한 생활에 들어간다.

 

절친한 친구 필립 드 빌모렝 신부가 결투로 숨지자, 앙드레의 운명은 크게 바뀌었다.

사건의 경위는, 다쥐르 후작이 빌모렝의 어머니를 품행이 경박하다고 매도하자 격분한 빌모렝이 후작의 따귀를 때리고 말았고, 이것이 결투의 발단이 되었다. 이는 후작의 함정이었다.

 

젊은 빌모렝은 보기 드문 웅변가였다. 특권계급을 공격하는 정의의 언론은 날카롭게 급소를 찔렀다. 빌로렝을 살려 두면 다쥐르 후작에게도 큰 위험이 될 터였다.

함정에 빠진 빌모렝은 후작을 모욕하였다는 이유로 결투를 신청 받는다.

 

그러나 펜 이외는 손에 든 적이 없는 성직자가 검술의 달인과 벌이는 결투다.

승패는 이미 명백했다. 쌍방이 칼을 겨누자마자 순식간에 빌모렝이 쓰러지고 말았다. 피를 흘리는 빌모렝은 금세 창백해지며 죽어갔다.

 

앙드레는 친구를 끌어안고 부조리한 결투의 전말에 불타오르는 분노를 느낀다.

그리고 앙드레는 숨진 친구의 정의감과 웅변을 자신이 계승하겠노라고 굳게 결심한다.

이 사건이 있고 난 후 앙드레는 특권계급에 대한 반격을 개시한다. 온건했던 앙드레의 성격은 불을 토하듯 격렬한 정신으로 변모한다.

 

뛰어난 인물은 반드시 어떤 계기를 딛고 결연히 일어서는 법이다. 특히 인간이 죽음에 직면했을 때 하는 결의는 가장 강하고 원대하다.”

도다 선생님은 앙드레가 친구의 죽음을 계기로 일어서는 장면에 대해 이렇게 말씀하셨다. 그것은 은사 마키구치 초대 회장의 옥사를 감옥에서 들었을 때의 충격과 흉중에 품은 결의를 떠올리시는 듯한 어조였다.

 

격랑 속으로 뛰어드는 주인공의 매력

 

잔잔한 바다를 나아가던 앙드레 루이의 인생행로는 일변하여 격랑으로 돌진한다. 마치 사람이 바뀌듯이.

젊은 변호사 앙드레는 숨진 빌모렝의 웅변을 그대로 이어, 국왕대리판사를 찾아가

공평한 재판을 요구한다. 그 결투는 합법을 가장한 살인이라고 사건의 전말을 상세하게 설명한다.

 

여기서 사바티니는 풍차를 향해 돌진하는 돈키호테의 이야기를 집어넣었다.

양아버지 케르카다우 공은 고소하려는 앙드레에게 너는 돈키호테를 읽은 적이 있지. 돈키호테가 풍차를 향해 돌진했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났느냐? 너의 신변에 일어날 일은 그것과 같아라고 말하며, 무모한 행동을 야유했다.

 

앙드레는 양부의 보수주의를 잘 알고 있었다. 그 정도의 야유로 남자가 한번 정한 신념을 번복할 수는 없다.

앙드레는 양아버지를 이렇게 비난하며 반격하고, 그 곁을 떠난다.

만약 풍차가 너무 강하다면 바람을 어떻게 해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즉 풍차는 특권계급이고 바람은 민중이다. 풍차는 창으로는 쓰러뜨릴 수 없지만, 바람이 불면 싫어도 돌아갈 것이다.

 

그야말로 프랑스 대혁명은 민중이 일으킨 바람이 풍차를 돌리고 돌려, 결국 전 유럽에 인간주의의 훈풍을 불어넣었다.

사바티니의 팬은 실로 경쾌하다. 돈키호테와 풍차의 이야기가 나오자, 도다 선생님도 무릎을 탁 치며 바로 이것이라는 표정을 지으셨다.

 

그러나 절대적 권한을 가진 국왕대리판사라는 풍차는 시골 출신의 하찮은 변호사의 작은 창에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분한 눈물을 삼키고 돌아가는 길에 앙드레는 급진파 청년들의 어수선한 무리와 만난다. 한 학생이 관리가 쏜 총탄에 맞아 숨지자 항의집회를 연 것이다.

 

앙드레는 동상 위에 올라가 있는 힘껏 외쳤다.

렌느의 시민이여! 우리 모국은 지금 위험에 처해있다.”

그리고 친구가 불법적인 결투로 살해된 일, 그리고 대리판사가 그 고소를 무시한 일 등을 격렬하게 호소하며 사악한 정치를 탄핵했다.

 

연설효과는 전격적이었다. 대환성이 터지며 군중은 열기에 감싸였다. 풍차를 상대로 실패한 앙드레는 이곳에서는 바람을 지배하는 사람이 되었다.

민중에게 절대적 지지를 얻은 앙드레는 이내 렌느의 급진파 대표가 되어, 운동의 중심지 낭트로 파견된다. 그곳에서도 앙드레는 대중 앞에서 조국 프랑스의 위기를 부르짖으며, 3계급의 분기를 촉구하는 열변을 토한다.

렌느에서처럼 낭트도 술렁거리기 시작했고, 얼마 뒤 파리의 혁명적 상황으로 이어진다.

 

여기서 도다 선생님이 군중심리를 지적하며 하신 말씀을 깊이 새겼다.

대중은 한 사람의 선동자에 의해 움직이는 법이다. 따라서 중심에 선 자의 말, 동작이 매우 중요하다. 군중을 무시하면 안 된다. 언제나 민중의 편이어야 한다.”

 

혁명의 원인이 된 병폐를 한탄

 

그런데, 특권계급은 급진파 영웅으로 추앙받은 앙드레를 적으로 간주했다.

앙드레를 선동죄로 고소하는 수배전단이 각지에 붙자, 어쩔 수 없이 가명을 사용해 망명생활을 한다.

이미 앙드레는 평온한 생활을 단념했다. 파란만장한 인생을 각오한 터였다. 앙드레는 도망가다가 유랑극단에 들어가 몸을 숨긴다.

 

지방을 떠도는 비네극단은 이탈리아희극의 전통을 프랑스에서 부흥시키고자 했다.

단원들과 함께 순회공연하며 극단의 각본을 쓰게 된 앙드레는 바로 재능을 발휘하여 포복절도하는 희극을 연이어 발표한다.

 

극단에서 히트를 친 이야기는 말할 것도 없이 <스카라무슈>.

스카라무슈란 익살꾼을 뜻하는데, 앙드레 자신이 스카라무슈를 연기해 각지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게 된다. 그리고 어느덧 극단의 중심인물이 된다.

 

이러한 이야기의 전개와 더불어 현실에서 일어나는 대혁명의 양상도 더욱 짙어진다. 이제는 앙드레가 일으킨 민중의 바람은 거대한 풍차를 쓰러뜨리고도 남을 기세였다.

각지에서 호평 받은 비네극단은 압도적인 인기를 배경으로 낭트의 극장에 오른다.

 

앙드레는 그곳에서 관람하고 있는 다쥐르 후작을 발견하자, 무대 위에서 손가락으로 다쥐르 후작을 가리키며 특권계급의 악행을 폭로한다.

극장은 벌집을 쑤셔놓은 듯 소동이 벌어졌고, 앙드레는 다행히도 탈출해 다시 몸을 숨긴다.

 

그 후 주인공은 대혁명 전야의 파리에 등장해 검술에 몰두한다.

열심히 검술을 연마한 앙드레는 남다른 능력과 노력으로 단기간에 펜싱 교사가 되어 뛰어난 검객으로 추앙받게 된다.

바스티유습격 이후 검술 스승 앙드레는 혁명의 희생자가 되었다.

 

작가 사바티니는 이 책의 속표지에 프랑스의 역사가 미슐레의 풍자시를 넣었다.

양식 있는 자는 혁명으로 발생한 재해를 한탄할 뿐 아니라, 혁명의 원인이 된 병폐도 한탄한다.”

 

필시 작가의 의도도 여기에 모두 담겨 있으리라.

소설에는 로베스피에르, 당통, 마라라는 실존인물도 등장하는데, 작가는 이들을 야심가로 묘사했다. 오히려 가공의 인물이지만 이 소설에 등장하는 주인공 앙드레와 그 추종자들을 생생하게 묘사했다.

아마도 작가는, 이름 없는 서민이 일으킨 바람이야말로 대혁명의 주역임을 호소하고자 했기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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