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학운동’(2)
제법실상초(諸法實相抄) 강의로 시작
야마모토 신이치는 ‘교학의 해’를 맞으며 새로운 시대를 건설하는 ‘교학운동’을 추진하려면 어떤 어서부터 연찬해야 할지 심사숙고 했다.
그리고〈제법실상초〉강의로 시작해야겠다고 정했다. 그 까닭은 니치렌대성인이〈제법실상초〉에서 “특히 이 문(文)에는 중대한 일들을 써 보내니”(어서 1361쪽)라고 ‘추신(追申)’을 덧붙인 것처럼 이 어서에서 매우 중요한 불법의 진수를 집약적으로 밝히셨기 때문이다.
〈제법실상초〉는 사도에 유배 중이던 대성인이 성수 52세 때인 1273년 5월에 이치노사와에서 집필해 사이렌보 니치조에게 보내신 편지다.
법화경 적문에 나오며 석존재세 중에 중생을 득탈(得脫)시키는 열쇠라고 일컬은 ‘제법실상(諸法實相) 십여시(十如是)’의 설명을 시작으로 법화경 철리의 진수를 밝히고, 그 당체(當體)가 묘호렌게쿄(妙法蓮華經) 즉 어본존임을 가르치셨다. 다시 말해 법본존(法本尊)이 지닌 의의를 밝히신 것이다.
이어서 이 법화경을 홍통해야 할 사람은 바로 지용보살의 상수(上首)인 상행보살임을 밝히고, 다름 아닌 대성인 자신이 지금까지 법화경 홍통을 실천했다고 말씀하셨다.
즉 대성인은 일단 외용(外用)으로 말하면 상행보살의 재탄(再誕)이고 재차 내증(內證)으로 말하면 말법을 구제하기 위한 대법(大法)을 건립하는 어본불이자 구원원초(久遠元初)의 부처임을 암시하셨다.
이른바 이 어서 한편에는 인본존(人本尊)을 개현(開顯)한 〈개목초〉와 법본존을 개현한〈관심의 본존초〉가 내린 결론이 포함되어 있다.
게다가 후반부에서는 미래에 반드시 광선유포 되리라고 예언하고, 말법 만년에 걸친 불도수행의 핵심인 신행학(信行學)을 실천하는 본연의 자세를 교시하며 끝맺으셨다.
참으로〈제법실상초〉에는 니치렌 불법의 본지가 명확히 밝혀졌다.
그렇기에 신이치는 이 어서에 비춰 ‘진정한 신심이란 어떤 신심을 말하는가’ 그리고 ‘창가학회가 출현한 의의와 사명’을 분명히 밝혀야겠다고 생각했다.
어서라는 명경은 우리에게 모든 규범이자 지침이다. 어서를 근본으로 하는 일이 대성인 직결이며 그렇게 하는 데에 신심의 왕도(王道)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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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치는 〈제법실상초〉강의에서 대우주와 사회의 모든 현상은 묘법(妙法)이 나타난 모습이고, 어본존은 대우주의 축도이며 근원이라고 써 내려갔다.
또 부처는 꾸며 낸 추상적인 존재가 아니며 석존도 다보불도 묘법의 역용(力用)이 구체적으로 나타난 모습이라고 논했다.
이어서 ‘범부(凡夫)가 본불(本佛)’ ‘일체중생이 묘법(妙法)의 당체’라고 설하는 니치렌대성인의 법리는 과거의 불법관(佛法觀)을 근저에서 타파하는 법리이며, 이 점에 인간주의라는 위대한 원리가 존재함을 강조했다.
그리고 신이치는 법화경에서 부처가 구원(久遠)의 제자에게만 묘법을 홍통하는 사명을 의탁했기 때문에, 말법인 현재 묘법을 홍통하는 사람 즉 절복하는 사람은 구원부터 이어진 부처의 제자이며 지용보살이라고 주장했다.
참으로 말법 광선유포라는 과감한 투쟁에 대성인 문하의 진실한 신앙이 있다.
그리고 이는 곧 법화경에서 설한 “여래의 사자로서, 여래가 보내, 여래의 일을 행하였다.”(법화경 357쪽)라고 할 수 있다.
이 대목에서 신이치는 지용보살에 관해 언급하기 시작했다.
“지용보살은 다른 사람의 말을 듣고 움직이는 존재가 아닙니다. 초목이 대지에서 본연적으로 생장하듯 우주본연의 묘법에 따라 꿋꿋이 살기 때문에 스스로 제목을 부르며 사회와 평화를 위해 공헌하는 생명입니다.”
도다 조세이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옥중투쟁 중에 ‘나는 지용보살이다’라고 깨달음을 얻었다.
그리고 자신이 ‘절복의 스승’이며 창가학회는 ‘말법의 정법정의(正法正義)를 홍통하는 세계에서 오직 하나뿐인 절복단체’라고 선언했다.
학회본부 상주(常主) 어본존에는 ‘대법홍통(大法弘通) 자절(慈折) 광선유포(廣宣流布) 대원성취(大願成就)’라고 씌어있다.
도다는 늘 이렇게 말했다.
“어본불 니치렌대성인에게 말법인 현대의 광선유포(廣宣流布)를 의탁 받은 지용보살의 모임이자 불의불칙(佛意佛勅)의 단체가 바로 창가학회다.”
이는 곧 도다의 확신이었다.
◇
신이치의〈제법실상초〉강의 제3회는 세이쿄신문 1월 5일자에 실렸다.
제3회부터는 제자에게 필요한 신앙 본연의 자세를 비롯해 광선유포를 위한 실천방법을 설명했다.
“어떻게 하여서라도 이번에 신심을 다하여 법화경 행자(行者)로서 일관하고 끝까지 니치렌의 일문(一門)이 되어 나아가시라…”(어서 1360쪽)는 구절에 이르자 강의에 한층 더 힘이 들어갔다.
신이치는 ‘어떻게 해서라도’ 즉 ‘어떻게든’이라는 구절에서 ‘제자들을 지금 당장 성불시키고야 말겠다!’라는 대성인의 커다란 정열과 대자대비를 강하고도 깊이 배견했다.
니치렌대성인의 제자들은 자신이 지용보살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과거원원겁(過去遠遠刧) 동안 무명(無明)이라는 캄캄한 밤을 헤매며 생사유전(生死流轉)을 되풀이했다. 그러나 금세에 대성인의 문하가 되어 대불법을 만났다.
게다가 스승인 대성인은 다쓰노구치법난을 겪으며 지용보살의 상수인 상행보살이자 말법의 어본불임을 드디어 밝히셨다.
더욱이 법난의 폭풍은 제자들에게도 거칠게 불어 닥쳤다. 법화경 경문을 몸으로 읽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말법 광선유포를 위해 일어설 때가 왔다. 일생성불이라는 천재일우(千載一遇)의 기회가 도래했다.
“제자들이여, 어떤 것도 두려워하지 마라! 이때를 결코 놓치지 마라! 용기를 내어 바로 지금 일어서야 한다. 진정한 신심으로 일어서서 법화경 행자가 되어 평생 니치렌의 일문으로 살아야 한다!”
그렇게 열렬하게 외치는 듯한 대성인의 목소리가 신이치의 가슴속에서 마치 천둥소리처럼 울려 퍼졌다.
신이치는 이렇게 강조했다.
“’니치렌의 일문’이라는 자각으로 일어선다는 뜻을 우리 학회원의 구체적인 실천으로 말씀드리면, 학회와 운명을 함께하며 광선유포를 위한 이체동심의 세계에서 끝까지 사는 일을 뜻합니다.
왜냐하면 창가학회는 어서에서 말씀한 대로 모두 실천하며 삼류강적(三流强敵)과 싸우고, 어본불 니치렌대성인의 생명에 직결해 광포를 실천하는 유일한 단체이기 때문입니다.”
☞ 신. 인간혁명 24권 ‘엄호(嚴護)’ 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