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산대찰을 찾아가다 보면 절이 거기 있음을 표시하는 당간지주를 지나기 훨씬 앞서 오랜 세월의 풍상을 견디며 지내 왔을 거무스름한 조형물 군락이 눈에 들어올 것이다.
마치 범종 같은 모양으로 큰 것,작은 것,그 중간 것 등등이 올망졸망 모여 있다.
이름하여 부도들의 군락인 부도전 혹은 부도밭이다.
부도란 스님들의 사리를 모신 무덤을 일컫는 것으로 사찰 내부 공간으로 들어와 그 한 요소를 이루지 못하고 이렇게 사찰 앞이나 뒤쪽 일정한 구역에 자리를 잡고 있다.
이는 부처님 사리를 봉안한 탑이 사찰의 중심 공간에 자리잡고 있는 것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부도가 언제부터 생겨났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그런데 이 부도의 원래 말인 산스크리트어가 자못 의미심장하다.
바로 부처님을 일컫는 붓다가 이 부도의 원래 말이기 때문이다.
붓다를 중국 사람들이 한문으로 번역할때 부도라 한 것이다.
그 이유인즉슨 불교가 중국에 전래되어 붓다를 표기할 때는 그 속어형 아마도 중앙아시아어로
부도 내지는 보드라고 발음되었을 그 말을 부도라고 소리번역하였기 때문이다.
부도의 원래 말에 대한 또 다른 설은 탑을 일컫는 스투파를 부도로 소리번역했다는 것이다.
후자의 설에 따를 것 같으면 스투파에 무덤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기에 인도에서는 스님의 무덤도
스투파라 불렀지만 스님이 무덤을 불탑과 구별하기 위해 중국에서 부도라 번역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부도의 원래 말이 붓다든 스투파든 이 두 가지 설을 종합해 보건대
열반에 든 덕 높은 스님들을 부처님처럼 여겨 그 스님들의 묘탑인 무덤을 부도라 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우리나라에서 부도가 언제부터 만들어졌는지는 자세하지 않지만 기록상으로는
자장 스님이 부도에 안장된 최초의 인물로 전해지는데 실물로 남아 있지는 않다.
한편 삼국통일의 대업을 이룬 문무왕은 자신의 몸을 화장케 해 그 뼈를 수중릉인 대왕암에 모신 것으로
유명하다.일설에는 감은사지탑에 문무왕의 사리가 봉안되지 않았겠는가 하는 주장도 제기된 바 있지만 이는 부처님 사리 외에는 경내의 탑에 봉안하지 않는다는 기본 원칙을 무시한견해라 아니할 수 없다.
신라 하대인 9세기 중엽에 이르러 우리나라에서 부도 건립이 본격화되기 시작한다.
정영호 교수는 강원도 설악산 진전사지에 있는 조계종의 종조 도의 국사 부도가 그 실물로 전하는 최초의 부도이자 가장 오래된 부도라고 단정 내리고 있다.
도의 국사는 중국에서 최초로 육조혜능 선사의 선을 들여와 이 땅에 가지산 선문을 연 인물이다.
도의 국사 이후 9개의 선문이 우리 국토엥 개창되는데 거기에서 중심 역할을 해 오다 입적하신 스님들의
부도로 그분들이 머물렀던 사찰에 화려한 모습으로 건립되기에 이르렀다.
즉 우리나라의 부도는 신라에 선이 도입되면서 각각의 선문을 열고 가르침을 펴다가 입적한 선사들을 기리기 위해 본격적으로 건립되었던 것이다.
선에서는 스승과 제자 사이에서 이심전심으로 이어지는 법맥을 중요시한다.
법맥에 따라 형성된 법제자들은 스승을 섬기는극직한 마음에서 스승이 입적한 뒤 온 정성을 다해 부도를 세우게 되었던 것이다.
우리나라 부도의 초기 형태를 보면 팔각원당형이 주종을 이룬다.
기단을 비롯한 전체의 형태가 팔각을 이루며 그 사이 사이의 조형물이 둥그런 모습을 하고 있거나
팔각으로 원을 그리고 있는 형태이기때문에 그렇게 부른다.
이러한 부도의 탑신부에는 스님들의 사리가 모셔져 있으며 그곳을 사천왕상이 빙 둘러 수호하고 있다.
하대,중대, 상대석에는 아름다운 비천상,안상,가릉빙가 등이 춤추며 노래하고 있다.
특히 화순 쌍봉사의 철감선사 부도를 보노라면 그 하나하나의 조각드이 살아 움직이는 듯 생동감 있고 정교하게 조각되어 있어 보는 이의 마음을 환희롭게 한다.
고려 시대에 접어들어서는 평면사각 형태나 범종 모형과 비슷한 석종형 부도가 나타나 팔각원당혀와 함께
유행하게 되었다.이후 조선 시대로 내려오면서 석종형 부도가 주종을 이루게 되었다.
그러다가 근현대에 이르러서는
석종형 부도에서 과감히 탈피하여 다양한 형태의 부도들이 건립되고 있다.
한편 부도 옆에는 일반적으로 탑비가 서 있어 그 주인공의 생몰 연대,업정 등을 알 수 있으므로 당시으 상황을 이해하는 데 귀중한 자료가 된다.
나의 가슴속에 남아 있는 부도밭은 해남 미황사의 부도밭이다.
여러 형태의 그렇고 그런 부도들이 올망졸망 정겹게 서 있는 모습도 꽃밭 속의 이러저러한 꽃처럼 보기 좋거니와 거기 부도들의 둘레에는 계를 비롯한 바다 생명들이
조각되어 있어 이채롭기까지 하다. -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