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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610명 중에 597등이었다 <황창연 신부>

작성자해구|작성시간16.04.27|조회수3,257 목록 댓글 0

[황창연 신부님 '행복특강' /pbc]


우리나라 엄마들이 무조건 공부, 공부 하면서 애들을 경쟁으로 내몰고 있지만
여러분, 공부 잘해서 서울대 나와야만 행복합니까? 꼭 1등 한다고 행복합니까?
저는 고등학교 다닐 때 610명 중에 597등 한 사람이에요.  (대중들 폭소)
저 뒤에 꼭 13명 있었어요. 13명.. ㅎㅎ
그런데 작년이 고등학교 졸업한지 30년 되는 해였어요.
그래서 홈커밍데이 행사를 하는데.. 동창들이 호텔이 모두 모여서 은사님께 절도 하고..
그리고 누가 출세했는지, 누가 잘사는지 못사는지.. 그런 것도 한 번 보는 거예요.
저는 그런 행사가 있는 줄도 몰랐어요. 왜냐 하면 저는 고등학교 졸업하고
동창 모임을 단 한 번도 나간 적이 없어요. 길이 다르니까..


기숙사 생활 7년 하고 신학교 10년 하고 신부 됐는데.. 친구들 만날 일이 없잖아요?
그런데 제가 졸업한 고등학교는 현역 국회의원이 3명, 시장님도 계시고.. 쟁쟁한 사람들이 많은데
그 행사에 초청강연 시간이 있는데.. 동창들이 모여서 회의를 했대요.
'우리 학교 졸업생 중에 가장 훌륭하게 된 사람이 누구냐? 그 사람을 불러서 강의를 듣자.'
그런데 그게 저래요. 저.. 597등..  (대중들 박수, 폭소)
아니, 왜.. 1등을 데려다 듣지.. 597등을 데려다 들어?
그것은 동창 중에 차관까지 올라가 있는 친구도 있고.. 훌륭하게 된 사람도 있지만
친구들은 그렇게 출세한 사람을 초청하려고 한 게 아니고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사는 사람을 부르고 싶었던 겁니다.

저는 중고등학교때 가장 하고 싶었던 게 신부님이에요.    
너무너무 하고 싶었는데.. 그런데 597등 가지고는 신학교 원서도 못 내요.
그래서 오로지 신학교 가고 싶은 마음으로 공부를 해서, 열심히 해서.. 전교 25등까지 올라갔어요.
ㅎㅎ 597등도 진짜이고 25등도 진짜예요.  (대중들 폭소)
그때 제가 나온 고등학교는 서울대 연고대를 100명씩 갔는데
저는 그렇게 성적이 올랐어도 서울대 연고대 관심도 없었어요. 오로지 신학교..
그렇게 신학교에 합격을 했는데 온세상을 다 얻은 거 같았어요.
그리고 신학교 7년 동안 정말 행복하게 다녔어요.
먹여주지, 재워주지.. 그리고 신경 하나도 안 쓰게 여자도 못 만나게 하지.. 얼마나 좋아? ㅎㅎ
그리고 서품을 받고 보좌신부를 하는데.. 우리 천주교 교우들이 저를 바라보는 눈이 완전 하트야, 하트 ㅎㅎ

나이 28, 29, 30에 그렇게 사랑받을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어요?


만약 내가 장가를 갔다면 그때 맨날 마누라한테 구박 받으면서
'나가 죽어~ 그렇게 살 거면~' 그럴지도 모르는데 ㅎㅎ
그리고 성당 몇 군데 신부를 하면서 엄청나게 많은 사랑을 받았고
요즘 평창에 있는데.. 여러분, 아침에 물안개 피는 거 보셨어요?
그리고 단풍이 좍~ 있지.. 생태마을 마당에서 강을 좍~ 보면 정말 행복해요.
근심걱정 하나 없어요. 마누라가 있나, 자식이 있나.. ㅎㅎ
그러니까 동창들이 와 보고 "야, 정말 너 행복해 보인다."
왜? 하고 싶은 일을 하니까!

하고 싶은 일을 하니까 행복한 거예요. 1등이 행복한 게 아니고.
정말 행복한 나라는 꼴등도 행복한 나라가 행복한 나라예요.
1등만 행복한 나라는 행복한 나라가 아니에요.

우리 집에 조카가 하나 있는데 3년 전에 내가 잠비아에 데리고 갔다가 그만 말라리아에 걸렸어요.
말라리아 때문에 죽는 사람이 1년에 300만명이나 될 정도로 정말 무서운 질병인데
처음엔 독감인줄 알고 수원에 있는 병원에만 있었는데 치료가 전혀 안 되고 점점 나빠지는 거예요.
백혈구 수치가 죽기 직전까지 올라가서.. 너무너무 놀라서 서울국립의료원에 입원시켜 놓고..
정말 멀쩡한 조카를 나 때문에 잡게 생겼으니.. 그날 기도를 하는데
내 평생 그렇게 간절하게 기도한 적이 없어요.
'하느님, 우리 조카만 살려주시면 정말 열심히 살겠습니다. 딴 생각 안 하고..'
조카가 살아났어요. 정말 기적처럼.. 다 죽어가던 애가 살아났는데
얘가 말라리아 걸리기 전에는 화학과를 다녔는데 별로 행복해 보이지 않았어요.
그런데 말라리아 나은 후에 학교를 때려치고 뮤지컬학과를 들어갔어요.


"삼촌, 나 학교 때려쳤어. 내가 죽음 직전까지 가보니까..
내가 좋아하는 걸 하다가 죽는 게 정말 옳게 사는 거"라는 생각이 들더래요.
조카는 어려서부터 바이올린, 피아노 그런 걸 좋아하던 애였는데

억지로 화학과를 다니고 있었으니 행복할 리가 없었던 것이죠.
아니 그런데, 뮤지컬학과 들어가자마자 장학금을 받고 다니는 거예요.
화학과 다닐 땐 장학금이라곤 못 받던 애가..
자기가 좋아하는 걸 하면, 신나게 열심히 할 수 있어요.


지난번 축일 때 성당에 와서 "저 삼촌 때문에 인생이 바뀌었다"고 하면서 노래를 하는데
정말 기가 막히게 잘하는 거예요. 심장이 떨리게 잘해요. 나하고 목소리가 비슷하거든요 ㅎㅎ
그런데 그 아버지인 우리 둘째 형이 하는 말이

"지금 쟤는 대한민국에서 제일 행복한 애"라고 그래요.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하니까!
카이스트 학생들 자살하는 거 보셨죠? 공부 잘한다고 행복한 거 아녜요.
하고 싶은 걸 하는 게 행복한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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