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내 나이 60대 중반을 달리고 있다. 처음 만나는 사람이면 누구나 나이에 관심을 가질 것이다. 한번 만나고 말 사람같은면 그만이지만 계속 관계를 유지하려면 나보다 손위인지 손아래인지 알아야 진정한 교감이 이루어 진다. 그단계에서 나보다 나이가 어리면 너무 부럽고 나보다 나이가 많으면 깎듯해 진다.
50대까지만 해도 느껴보지 못한 감정이였다. 60대에 접어 들면서 왜 나이에 민감해 질까? 첫번째는 손주들이 태어나면서 본의아니게 할배가 되어 할아버지 소리를 자주 듣기 때문이다. 처음엔 엄청 어색했지만 자꾸 들으니 나도 나이가 들었는가보다 하고 흔쾌히 받아 들여졌다.
두번째는 나이 60이 되면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현직에서 은퇴를 하게 된다. 왕성하게 일하다가 할일이 없어지면 누구나가 위축될 수 밖에 없다. 그나마 노후준비가 된 사람들이면 취미생활이나 그동안 하고 싶었던 일을 하면 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녹록하지 않으리라 본다.
세번째는 두번째 상태에서 계속 일을 해야 하거나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의 심리적 압박감일 것이다. 이외에도 건강악화 및 사업실패 등의 개인사정으로 앞이 깜깜할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이런 사람들에게 인생이막 또는 인생은 60부터라는 말은 요원하게 들려 올 수도 있다. 공자는 나이 60이면 이순(耳順)해야 한다고 했다. 즉, 귀가 순해져 남의 말에 귀를 기우려야 한다는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을 좀체로 바꾸지 않으려고 한다. 하지만 이치에 맞는 말이면 쉽게 받아 들이는 나이가 60대이기도 하다. 그런 측면에서 60대가 얼마나 중요한 시기이고 어떤 생각으로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서 한번 언급해 보고져 한다. 50대까지 사람의 나이는 자연적으로 먹는 세는나이만 있는 줄 알았다.
60이 되고서야 세는나이 이외에도 신체나이, 정신나이 및 철든나이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이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철든나이라고 생각한다. 나이가 곰백살 되어도 철이 들지 않으면 마냥 어린이일 뿐이다. 어린이와 어른은 스스로 해 내는 능력의 차이이고 철들고 철들지 않는 것은 생각하면서 사는냐 타성적으로 사는냐의 차이이다.
10년전만 하더라도 백세인생이라고 하면 대체적으로 고개를 갸우뚱했다. 약 20년전에 내가 존경하는 상사는 사석에서 자주 자신은 100세까지 살고 그것도 죽는날과 시간까지 정해 놓았다고 하셨다. 그래서 자신의 모든 비번을 죽는날의 날짜와 시간을 조합하여 사용한다고 했다. 처음 몇번 들었을 때는 농담으로 들었지만 자주 듣다가 보니 진정성이 느껴졌다.
공연히 하시는 말씀이 아니라 나름의 명분이 있었다. 그분이 그렇게 말씀 하신 이유는 집안이 넉넉했는데 부친께서 넉넉하다는 이유로 활동을 많이 하지 않고 먹는 즐거움에 빠져 비만으로 노후에 오랜 세월동안 병고에 시달린 것을 보고 자신은 절대로 그런 삶을 살지 않겠다고 맹세를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매일 새벽 4시에 기상을 하여 운동을 하고 공부를 하며 음식을 절제한다고 하셨다. 지금은 70대 중반임에도 아주 정정하시고 남들이 볼때에는 대체적으로 60대로 본다고 했다. 6070세대들이 가장 듣고 싶은 말은 젊어 보인다는 것이다. 하나의 사례이긴 하지만 그분은 아마도 35년전 40대 초반에 철이 든것이다.
그당시 철닥서니 없는 나로서는 그분의 말씀을 이해할 리가 없었다. 사람은 누구나가 때가 되면 철드는 나이가 있다. 그렇다고 해서 무작정 나이만 먹는다고 해서 철드는 것은 아니다. 청안과 혜안이 열려 선각자들이나 선현들의 말씀을 알아 듣고 실천을 해야 한다. 시대가 변해 이제는 백세인생이라고 하면 웬만한 사람들이 수궁한다.
생명공학과 의학기술의 발달로 인간의 수명이 점점 늘어가고 있어 120시대가 멀지 않았다고 한다. 만약 그렇게 될 경우 지금 60대들은 다시 60년을 더 살아야 한다. 60대 이후를 덤이라고 생각하고 60년을 어영부영 흘려 보내기엔 너무 긴 세월이다. 60대까지도 철들지 못한다면 70이후의 인생은 불보듯 뻔한 것이다. 재앙은 한 순간에 덮치는 것이 아니다.
그간 쌓아 놓은 경험과 연륜이 있는 60대이기에 조금만 생각의 바꿔 삶에 변화를 가하면 미래의 두려움과 재앙은 안개처럼 사라지고 행복한 노후를 보낼 수 있으리라 본다. 준비하는 자에게만 기회가 오는 법이기에 인생은 60부터라는 생각을 가지고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120시대를 열어가는 주역들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