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호숫가
태공 엄행렬
바람은 마실 가고 햇볕으로 덥혀진 호수
더위를 먹을까 봐 깊은 곳 쉬러 갔나?
물고기 날이 저러니
코빼기도 안 뵌다.
이열치열 핑계를 대며 삼겹살을 굽는데
건너편 꾼들 역시 둘러앉아 술잔 나누니
역시나 한낮에는 무리수
금물이라 느꼈지.
살랑바람 불어오니 물러가는 저녁놀
서두르는 꾼들 모습
떡밥 반죽 마치고
던지는 손길 마디마다 기대 가득 실렸다.
해 진 뒤 물고기는 경계 풀고 먹이 사냥
여태껏 맡지 못한 떡밥 향에 이끌려
자기들끼리 다툼 끝에
승자는 곧 패자라.
살기 위한 본능인 걸 낚시꾼이 모르랴
오도가도 못할 살림망
온갖 궁리 다하나
선처만 바랄 뿐인 물고기 머릿속은 어떨꼬.
어둔 밤에 갇힌 몸은 갖은 궁리했을 터
햇귀 방끗 보일 때 체념 이미 했는데
사부작 꾼의 발걸음
본향으로 보내주네.
-20180912-
다음검색
스크랩 원문 :
비공개카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