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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간절하면 통한다

작성자신비아|작성시간22.12.19|조회수0 목록 댓글 0


할머니가 관세음보살을 만난 사연


혈기 방장하던 시절,
문경의 묘적암에서 살 때의일입니다.
나옹 스님께서 공부하셨던 터로
납자라면 누구나 귀하게 여기는 곳입니다.

어느 날, 할머니 한 분이 머리에 뭔가를 이고 엉엉 울면서 찾아왔습니다.
자초지종을 묻기도 전에 할머니는 한 됫박 될까 말까 한
쌀을 내려놓고는 다짜고짜 49재를 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사연인즉, 아들이 군대 가서 죽은 지 49일 째 되는 날인데
도무지 아들이 눈에 밟혀서 견딜 수가 없더랍니다.
마침 이웃 사람들의 권유도 있고 해서 집 가까이에 있는 절을 찾았답니다.
사정을 얘기했더니,
부처님 앞에 절하고 가면 된다고 하더래요.
어미 된 입장에서 이건 아니다 싶어서 다시 쌀을 머리에 이고
비구니 스님들이 사는 한 암자를 찾았답니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이곳은 선방이기 때문에 마음으로 49재를 지내는 곳'
이라고 하더랍니다.
뭔 소린지 알 길이 없는 할머니는다시 쌀을 머리에 이고
헤매고 또 헤매다가 내가 사는 곳까지 오신 겁니다.

얘기를 다 듣고는 이렇게 말씀을 드렸습니다.
"할머니, 여기가 바로 49재 전문 절인데 왜 엉뚱한 데 가셔서 고생을 하셨어요."
일단 마음부터 풀어드린답시고 말을 이렇게 했지만, 사실 난감했습니다.
일단 '석유곤로'에 물을 끓여서 분유를 한 잔 타 드린 다음,
마을로 내려가서 장을 봐 올 때까지 먼저 49재를 지내고 계시라고 했습니다.
"할머니, 49재라는 건 할머니와 죽은 아들과 저, 이렇게 세 사람이 모여서
부처님께 매달리는 겁니다."

할머니께 염주를 드리고 '관세음보살'님만 염(念)하라고 일러 드렸습니다.
만약 관세음보살님이 나타나시면 붙잡고 매달리라고 했습니다.
그동안 내가 장을 봐 와서 49재를 올리면
아드님이 극락 가는 것은 떼 놓은 당상입니다 하고
거듭 안심을 시켜 드렸습니다.
그랬더니 할머니께서는 초례를 올릴 때 하듯이 큰절을 하시더군요.
생전 처음 절에온 할머니가 절에서 절하는 법을 알 턱이 있었겠습니까.

문경의 산북이라는 동네까지 4시간을 걸어서
사과몇 알을 사오니까 밤 11시가 넘었습니다.
살짝 법당 문을 열어 보니까
처음 그 자세 그대로 관세음보살님을 부르고 있었습니다.
잠깐 눈을 붙이고 새벽에 일어나서 보니까 또 그대로에요.
혼자서 밥을 먹고 나서 '마지'를 해 놓은 다음 10시쯤 되어 들어가니까,
그때서야 살포시 일어나서는 '스님, 고맙습니다.'하시면서 절을 하는 겁니다.
49재를 잘 지내 줘서 고맙다는 거예요.
그러고는 아침 공양도 마다하고 홀연히 사라지더군요.

그 할머니에게는 지난밤이 한 순간이었습니다.
나이 드신 분들은 잠깐만 앉았어도 무릎이 저린 법인데,
잠깐 앉았다 일어나듯이 하룻밤을 보낸 거지요.
삼매에 든 것입니다.
관세음보살님과 온전히 하나가 된 것입니다.

이후 할머니가 사는 마을 인근에까지 이상한 소문이 들리더군요.
미쳤다는 것입니다.
'젊은 노파심'이 발동하더군요. 찾아갔습니다.
보자마자 손을 잡으며 너무 반가워했습니다.
그렇게 얼굴이 편안해 보일 수가 없었습니다.
걱정할 일이 아니었습니다.
할머니는 늘 관세음보살님을 염(念)한 것이었습니다.
길을 걸으면서도 일을 하면서도 하루 종일 관세음보살님을 부른 것이지요.
그것을 보고 사람들이 미쳤다고 수근거린 것입니다.

기도란 이런 것입니다.
간절하면 통하는 법입니다.
마음을 한 곳으로 모아서 이미 내 안에 갖춰져 있는 원(願)의 성취
조건을 발현시키는 것이 바로 기도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삼매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일심불란(一心不亂)이어야 합니다.

- 수경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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