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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인연업과

작성자신비아|작성시간23.06.30|조회수1 목록 댓글 0


우리들 삶의 전과정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연업(緣業)'이라 할 수 있다.

지금 내가 받고 있고 누리고 있는 모든 것이 '인연과 업'으로 만들어졌다는 말이다.
이 나라에 태어난 것도 인연이요 업이며, 현재와 같은 부모를 만나고 부부가 되고 자식을 두는 것도 인연이요 업이며, 괴로움을 받는 것도 즐거움을 누리는 것도 모두가 인연과 업의 결과인 것이다.
지금 영화를 누리거나 고통을 받는 것 모두는, 과거에 심어 놓았던 씨(因)가 바로 이 시간 전까지의 여러 가지 주변 조건(緣)과 노력(業)에 의해 맺어진 결실(果)일 뿐이다.
단순히 금생의 일만으로 그렇게 되는 것은 아니다.
눈에 보이고 능히 기억할 수 있는 금생보다는, 감지할 수도 기억할 수도 없는 전생의 인연과 업이 오히려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
 
금생에 특별히 불교공부를 많이 하지 않았는데도 훌륭히 법사노릇을 하는 사람은 과거생에 불교공부를 많이 하였기 때문이요, 부잣집에서 태어나 평생을 편안하고 풍족하게 사는 사람은 과거생에 복을 많이 지었기 때문이다.
또 과거생에 장원급제를 하겠다고 원을 세운 사람은 사법고시나 대학시험 등에서 수석합격을 하여 이름을 떨치게 되고, 꼭 한번 부자가 되어 보리라'고 원을 세운 사람은 재벌 노릇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런 원(因)을 세우기만 하고 충분히 복(緣業)을 쌓지 않는 사람의 경우에는 일시적인 재벌로 그치거나 잠깐 수석합격의 기쁨을 누리는 것으로 끝을 맺고 만다.
뿐만이 아니다.
최고의 권력을 누리다가 권좌에서 물러난 후 비난을 받으며 불명예 속에 살아가는 사람, 처음에는 죽도록 사랑하던 연인이나 부부가 나중에는 말할 수 없는 상처를 서로에게 남기고 갈라서는 경우도 많다.
왜 이렇게 되는가? 모두가 인.연.업.과(因緣業果), 곧 인연의 법칙을 따라 움직이기 때문이다.
조선 중기 한양에 허정승이라는 분이 살고 있었고, 그에게는 천하일색인 애첩 박씨가 있었다.
애첩은 허정승에게 갖은 봉사를 다하였고, 허정승도 애첩 박씨를 무척이나 사랑하여 잠시도 떨어져 있기를 싫어하였다.
 
어느 해 봄, 나라에서 정승 판서들만이 모이는 어전회의(御前會議)가 열려 며칠 동안 집을 비웠다가 돌아와 보니, 그토록 사랑했던 애첩 박씨가 사라지고 없었다.
하인들을 불러 간 곳을 물었더니, 그들은 너무나 뜻밖의 말을 하는 것이었다.
"그저께 웬 숯장사가 숯을 팔러 왔었는데, 둘이서 뭐라고 몇마디 주고받더니 집을 나가 돌아오지 않고 있습니다."
허정승은 어이가 없었지만, 애첩을 잊을 수 없어 백방으로 수소문을 하였다.
그러나 애첩의 행방을 아는 이가 없었다.
허정승의 머리에는 오직 도망간 애첩 생각밖에 없었다.
벼슬도 정승도 다 그만두고라도 애첩을 찾아야 한다는 일념뿐이었다.
마침내 허정승은 조정에 들어가 사직서를 내고 애첩을 찾아 집을 나섰다.
몇 년에 걸쳐 조선팔도 방방곡곡을 찿아 헤매었지만 애첩의 행방은 묘연하기만 하였다.
어느덧 그는 오대산 깊은 산골에 이르게 되었고, 바위에 걸터 앉아 아픈 다리를 쉬며 한숨을 내쉬고 있는데, 길 저쪽에서 웬 여자가 머리에 무엇을 이고 지나가는 것이었다.
그가 그토록 찾아 헤매었던 애첩, 바로 그 애첩 이었다.
그는 너무나 기뻐 애첩에게로 달려갔지만, 애첩은 조금도 반가와하는 기색이 없었다.
"당신이 떠난 후 정승 자리까지 마다하고 팔도강산 구석구석을 찾아다니지 않은 곳이 없었소. 이날 이때까지 당신만을 생각하며 살았다오. 과거지사는 따지지 않을테니 다시 한양으로 돌아갑시다."
 
그러나 애첩은 싫다고 하였다.
"그 숯 굽는 이가 나보다 좋소?"
"좋습니다."
"나보다 무엇이 더 좋다는 말이오?"
"하여간 저는 그이가 좋습니다."
"진정 돌아가지 않겠소?"
"절대로 안 갑니다."
절대로 안 간다는 말을 남기고 여인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총총걸음으로 사라져갔다.
허정승은 너무나 허무하여 오대산 상원사에서 중이 되었다.
그리고 몇달을 참선하여 그토록 사랑했던 애첩이 떠나간 까닭을 생각하였다.
"왜 그녀가 나를 떠나갔을까? 왜 그녀는 나에 대해 그토록 냉정해진 것일까? 왜 도대체 왜?"
하루는 이 생각을 하며 길을 걷다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면서 머리를 다쳤다.
아픈 줄도 모르고 애첩이 떠나간 까닭을 생각하다가 정신을 차리고 보니, 상처는 이미 아물었고 잔디밭에는 피가 엉겨 있었다.
 
그 순간, 그토록 궁금해했던 자기와 애첩과의 과거 인연이 확연히 나타나는 것이었다.
허정승의 전생은 참선하던 승려였다.
어느날 그의 몸에 이 한 마리가 붙었다.
그는 몸이 가려웠지만 철저한 수행승답게 피를 제공할 뿐 이를 잡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날, 공양을 받기 위해 신도 집에 초대되어 갔는데, 그날따라 이가 유난히 스님의 몸을 가렵게 만들었다.
스님은 몰래 그 이를 잡아 마루 옆에 있는 복실개의 몸에 놓았고, 그 이는 복실개의 몸에 붙어서 피를 빨아 먹고 살다가 죽었다.
그 인연이 금생에 와서 허정승과 애첩과 숯장사의 일로 전개되었던 것이다.
이는 애첩이 되어, 전생의 수행한 공덕으로 높은 벼슬을 한 허정승에게 찾아와 수 년간을 지극히 모셨고, 인연이 다하자 복실개의 후신인 숯장사를 따라가서 살게 되었던 것이며, 자신은 전생의 살아온 버릇대로 출가승이 되었던 것이다.
 
세상의 모든 일은 우연히 이루어지는 것이 하나도 없다.
좋은 일이거나 궂은 일이거나 내가 짓고 내가 받는 것이다.
이것을 모르기 때문에 인간은 스스로의 회의에 빠져들고 괴로워한다.
"왜 나는 이래야만 하는가?"
하지만 '나' 또는 "나"의 주위에서 일어나는 기쁘고 슬픈 일들 모두가 '나'로 말미암아(因) 생겨난 일이고, 내가 관련되어(緣) 일어난 일들이니 어찌하랴.
그러므로 인연법에 비추어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잘 대치하여야 평안과 행복을 누릴 수 있다.
 
-일타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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