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륜스님 즉문즉설 -
▒ 문
요즘 큰아들하고 딸하고 사이가 아주 안좋습니다.
예전에 공부할 때 아마 둘째 여동생에게 돈을 좀 보태준 게 있나 본데
요즘 돈이 많이 궁색해지니까 얼마전에 동생보고 그 돈을 좀 갚으라고 했는지.. 하여간에 돈 이야기를 했나 본데
동생이 한 반쯤 줬는지.. 그런데 그것 때문에 둘이 사이가 나빠져 가지고 명절에 오지도 않아요.
저렇게 딱 발걸음을 끊고 사니까 가슴이 답답하고 마음이 불편합니다.
▒ 답
그래서 형제간에는 돈거래는 하면 안 돼요. 그냥 주면 몰라도..
너무 걱정하지 말고 그냥 놔 두세요.
물론 부모 입장에서야 그런 일이 없이 잘 지내면 좋지만, 그 일은 어차피 그들의 문제입니다.
자식들이 어렸을 때는 몰라도 이제 각자 결혼해서 자기들 살림을 살기 때문에
그런 갈등요인들이 점점 많아지고.. 그런 게 쌓이면 부모님 돌아가시면 장례식 때 터지고..
형제들끼리 심한 갈등을 겪는 경우가 아주 많습니다.
그러니까 이런 일이 없으면 물론 좋지만
있다 하더리도 이건 세상의 보편적인 일 중에 하나예요.
그래서 이럴 때는 보살님이 모른 척 하는 게 제일 좋아요. 아무 말도 마세요.
딸이 안 오면 내가 가끔 가 보면 되고.. 그러면 되지
그걸 내가 드러내놓고 화해시키려고 하면 아들하고도 사이가 나빠지고 딸하고도 사이가 나빠집니다.
그리고 그 옛날에 도와준 거, 그때뿐이고 지나가 버리고 나면 없어요.
나도 예전에 도와준 거 다 따지면 그거 받으러 다니려면 힘들어요.. ㅎㅎ
그런데 그 사람들 만나 얘기 들어보면, 예전에 도움 받았다고 기억하는 사람, 거의 없어요. 내 경험에 비추어보면..
굉장한 약속까지 한 사람도 있는데 지금 전혀 반응이 없는 사람도 있어요.
그러니까.. 딸을 설득하면 아들편 든다고 할 것이고
아들보고 "왜 동생한테 돈 얘기 했나? 없으면 엄마한테 말하지"
이런 얘기 자꾸 하면 엄마한테 신경질내요. 자기도 답답하니까..
그래 되면 나하고 아들하고도 나빠지고, 나하고 딸하고도 나빠지고.. 그렇게 돼요.
세 명이 다 사이가 틀어지고 싸우는 게 좋겠어요? 아니면
둘은 싸워도 그래도 나는 아들하고 딸하고 좋은 관계 유지하는 게 좋겠어요?
그러니까 봐도 못 본 척 하고, 이 관계에는 일체 입을 딱 다물면 돼요.
누구 편을 들어도 안 되고, 조언을 해도 안 돼요.
입을 꾹 다물고.. 얘기를 해도 말을 말아야 하는데
얘기도 안 하는데 내가 먼저 아는 척 하면 안 돼요.
자기들이 엄마한테 얘기를 해도 "아이구, 엄마는 늙어서 잘 모른다" 그래야지 그거 귀담아 들으면 안 돼요.
그런데 얘기 들어보니 딸은 아무 문제 없어요. 오빠가 좀 문제네..
아무리 어렵더라도 누구한테는 달라고 하면 안 된다? 형제간에는 달라고 그러면 안 돼요.
아무리 어려워도.. 옛날에 돈을 빌려줬다 하더라도..
그런데 뭐 학생 때, 공부할 때 좀 빌려준 거 가지고
다 커가지고 자기 어렵다고 지금 내놔라 그러면 말도 안 되는 얘기예요. 아들이 잘못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절대 입 다물고 관여하지 말아야 하는데 만약 관여한다면,
어쩔 수 없이 관여하게 되면 누구를 나무라야 하나? 아들을 나무라야 합니다.
그런데 대부분 엄마들이 누구편 들어요? (아들편이요 ㅎㅎ)
자기도 딸로 차별받아 놓고는 똑같이.. 또 아들편 들어요.
이때는 아들을 나무라고 딸 편을 들어줘야 딸하고 관계가 유지되지
만약에 아들편 들면 딸하고 완전히 원수됩니다.
오히려 아들은 나무라도 원수는 안 됩니다.
약간 사이가 나빠질 뿐이지 나중에 회복되는데
딸은 까딱 잘못하면 원수될 수가 있어요. 이럴 때..
공부할 때도 오빠한테 많이 해주고, 뭣도 오빠 많이 해주고.. 이런 생각이 있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