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스크랩] 불보살님 출현

작성자신비아|작성시간24.04.06|조회수2 목록 댓글 0

 

돌이켜보니, 마음고생이 극심할 때에 가장 큰 위안을 얻은 곳이 영주 부석사였다.

 

출가 이전, 가까운 이들의 잇따른 죽음을 지척에서 목격하고, 문득 ‘다음은 내 차례’라는 생각이 들었다. 공황장애로 불안하기 짝이 없던 마음에 배낭 하나 걸쳐 메고 방황하다 우연히 도착한 곳이 부석사였다.

 

무량수전에서 7일기도 회향 전날, 저녁예불 후 홀로 목탁을 치며 밤새도록 철야 정진을 하였다. 한겨울 깜깜한 산중 법당에서 홀로 정진하려니, 처음 몇 시간 동안은 무섭고 두려운 생각이 몰려왔다. 심지어 등 뒤에서 무언가 끌어당기는 느낌까지 들어 오싹했다. 하지만 ‘기도하다 죽은 귀신은 때깔도 좋겠지’라고 다짐하며 계속 밀어붙였다.

 

그러자 어느 순간부터 목탁이 저절로 쩍쩍 달라붙더니, 아랫배에서 상서로운 기운이 솟아올랐다. 또한 ‘석가모니불’ 정근이 저절로 ‘샤카무니불’로 바뀌었다. 당시에는 무량수전의 부처님이 아미타불인지도 모르고, 그저 익숙한 ‘석가모니불’만 불렀던 것이다. 또한 ‘석가모니’가 본래 범어로 ‘샤카무니’인 줄도 몰랐던 때였다. 어쨌든 그로부터 마음이 상당히 든든하고 편안해졌다.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신비로운 체험이었다.

 

그 후 출가하여 지리산 쌍계사에서 강원을 졸업하고, 유서 깊은 산내 암자인 국사암으로 올라가게 되었다. 때마침 백중날이 얼마 남지 않은지라, 칠석부터 백중까지 꾸준히 기도를 하였다. 그런데 백중기도 회향 날 법당 앞마당에서 봉송의식을 진행하던 중, 홀연 눈을 의심케 하는 일이 생겨났다.

 

위패를 태우는 소대(燒臺) 뒤편 허공 한가운데에 아미타 부처님과 4대 보살님께서 크나큰 모습으로 출현하신 것이다. 아미타 부처님이 정중앙에 서 계셨고, 관음· 세지보살님이 좌측과 우측에, 문수· 보현보살님이 위와 아래에 서 계셨다. 실로 상서롭기 짝이 없는 체험이었다.

 

당시 함께 기도하던 대중이 이십여 명 있었는데, 이러한 현상에 대해 아무런 말이 없었다. 그래서 ‘나 혼자만 보았나? 분명히 봤는데.’라고 의아해하며, 또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점심 공양 후에 부산에서 온 불자님이 찾아와 자신이 불보살님을 친견했다고 말해서 비로소 확신을 갖게 되었다.

 

그랬건만 이런 체험에 큰 의미를 두지는 않았다. 당시에는 다만 참선을 통해 생사일대사를 해결하고자 했기에, ‘몸뚱이로 나를 보거나 음성으로 나를 구하는 자는 여래를 보지 못하리라.’라는 색즉시공(色卽是空)의 가르침만 금과옥조처럼 믿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 또한 머무르게 되면 공(空)에 떨어지게 됨을 깨치게 되었다. 색즉시공에서 한발 더 나아가 공즉시색(空卽是色)으로 가야 한다. 형상은 진정한 부처가 아니며 음성 또한 공한 것이지만, 형상과 음성을 떠나서 부처님을 따로 볼 수도 없는 것이다.

 

이야말로 머무는 바 없이 그 마음을 내는 것이다. 공(空)에도 머무르지 않고 그 마음을 내는 것이, 형상[相]으로써 형상[相]을 다스리는 이상치상(以相治相)이며, 아바타로 아바타를 치유하는 이환치환(以幻治幻)이다.

 

중생을 제도하려면 눈높이 학습이 필수다. 아바타 중생은 아바타 부처로 다스려야 한다. 관세음보살은 32종류의 아바타로 나타나신다. 석가모니불은 천백 억 아바타로 나타나신다. 아미타불은 삼백 육십만 억 아바타로 나타나신다. 우리는 몇 가지로 아바타를 나타낼 수 있을까?

 

-월호스님-

 

다음검색
스크랩 원문 : 고운남고운여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