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어떤 분이 상담을 하면서, 결혼생활이 너무 힘들다고 하세요.
상대를 탓하고, 지금 따로 살기도 하고, 이혼까지도 생각하고 있다고..
그래서 제가 이렇게 말씀드렸습니다. 결혼도 그렇고 직장도 그렇고 삶도 그렇고
그 상황에서 무엇을 하려고 하면, 무엇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힘들다..
무슨 해결을 하려고 하고, 답을 찾으려고 하면 힘들어요.
제 생각에는, 결혼도 직장도 삶도 정답은 없는 거 같아요.
그것을 받아들이고, 그 순간 최선을 다해서, 지혜롭고 자비롭게 하면 되는데
우리는 그렇게 하지 못하고 고민을 합니다. '어떻게 해야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고,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답을 찾으려고 하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그분에게 말씀드렸어요.
서두르지 마시라. 이혼? 때가 되면 하게 됩니다.
결혼도, 많은 사람들이 결혼하고 싶어서 하는 게 아니라 인연이 닿아서 결혼을 합니다.
인연이 없으면 아무리 결혼하고 싶어도 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아무리 혼자 살고 싶었어도 인연이 닿으면 결혼하게 됩니다.
이혼도 마찬가지입니다. 때가 되면 하게 됩니다.
저 같은 경우는 특별한 결정을 많이 안 하려고 합니다.
그냥 자연스럽게, 상황이 흘러가는 대로 최선을 다할 뿐입니다.
이혼도.. 너무 앞질러 미리 결정할 필요가 없다는 거예요.
이혼을 하게 되면 이혼하게 될 것이고, 이혼 안 하게 되면 안 하게 될 거라는 말씀입니다.
그래서 너무 고민할 필요 없고, 답을 찾으려고, 해결하려고 애쓸 필요 없습니다.
그냥 그때 그때 살펴보고 좀 즐기라고 말씀드렸습니다. 너무 고민을 하시니까..
그리고 상대방을 욕하지 말라고 했어요.
상대방 때문에 힘든 게 아니고, 결혼 때문에 힘들어요.
날마다 계속 함께 있는다는 게, 이거 장난 아닙니다.
누구랑 같이 살아도 힘들어요. 부처님하고 살아도 힘들 거예요 ㅎㅎ
결혼도 연애도 처음엔 좋지만 살다보면 어떻게 되는가 하면, 자기의 업식이 작동됩니다.
그러면 자기 업으로 상대방을 바라보게 되고,
자기 업이 상대방에게 투영돼서 상대방의 허물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타인은 거울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 업이 타인에게 비추어집니다.
욕심 많은 거 같고, 인색한 거 같고.. 그렇게 보이는데 그게 다 자기 업입니다.
그런데 항상 같이 있으면 두 사람의 업이 작동되기 때문에 장난이 아닙니다. 쉽지 않아요.
결혼은 그래서 처음엔 좋지만 대개의 경우에 결국은 힘들어지는 겁니다.
그 사람이 문제라기 보다는 결혼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나도 나를 집착하고, 상대방도 자기를 집착하기 때문에..
그리고 그분에게 이런 말씀도 드렸어요.
거리를 두는 것도 좋다고. 너무 많은 시간을 함께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거리두기, 이것도 부처님 가르침이라고.. 농담 삼아 그런 말씀도 드렸는데..
이렇게 결혼생활은 쉽지 않지만, 힘들지만.. 그러면서 또 배우는 것도 많습니다.
부딪치면서 갈등이 있을 때, 그럴 때 정말 마음을 잘 알아차려야 합니다.
그때 관계가 틀어지기 시작하고, 상처를 주고 받기 시작하고..
그런 게 쌓이면 점점 관계가 악화돼서 나중엔 회복하기 어려워집니다.
결혼생활은, 자기 업도 감당을 해야 하고 상대방의 업도 감당을 해야 하는 겁니다.
감당한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하면, 그 사람이 있는 그대로 살 수 있도록
있는 그대로 말할 수 있도록, 있는 그대로 표현할 수 있도록, 그런 공간을 열어주는 거예요.
자기 마음을 닦는 것도, 자기 업식에 그런 공간을 주는 것처럼..
그냥 두는 거예요. 외면 같지만 외면하고는 달라요.
상대방의 존재함을 존중해 주는 것입니다.
이런 여유를 주면 거기에서 알아지고 배워지는 게 너무나도 많습니다.
그리고 상대방하고의 관계도 좋아지게 됩니다.
그래서 결혼생활은 마음공부의 가장 풍부한 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못해서 문제이지, 할 수만 있으면 정말 모두가 변할 수 있습니다.
결혼생활은 쉽지 않아요. 서로 상대방에게 해가 되지 않도록 주의를 하고
서로에게 공간을 주고, 거리두기.. 몸도 마음도 거리두기가 중요합니다.
마음으로 거리두기를 하는 것은, 말을 안 하는 게 아니라 그 사람에게 여유를 주는 거예요.
그 사람이 말할 수 있도록, 행할 수 있도록, 하고 싶은 거 할 수 있도록 자유를 주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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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는 나는 게 아니라 바람을 타는 것이며
물고기는 헤엄을 치는 게 아니라 물에 실려 가는 것이다.
삶을 통제하기 위해 발버둥치는 것을 그치고
인생의 파도를 타는 법을 배워야 한다." <모건 프리먼>
-용수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