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륜스님 즉문즉설 -
▒ 문
어린 손녀가 좀 예민해서 어린이집 버스를 타지 않고
딸이 승용차로 매일 데려다 주고 데려오고 그러는데
직장을 다니는 딸이 너무 고생이 돼서 제 마음이 아픕니다.
이 상황을 제가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아야 할지 궁금합니다.
▒ 답
딸이 몇 살이에요? (마흔입니다)
자기는 지금 마흔 살이나 먹은 딸을 대여섯살 짜리 어린 애로 보고 있어요.
그래서 생기는 문제입니다. 딸이 마흔 살이니까 자기 딸이 말을 듣든 안 듣든..
학교를 가든 안 가든, 애엄마가 알아서 할 거예요.
자식이 이미 스무살이 넘었으면, 결혼을 해서 살든 혼자 살든
이혼을 하든 말든, 애가 말을 듣든 안 듣든.. 그것은 그들의 인생입니다.
거기에 연연하는 것은 자식이 미성년일 때 돌보던 습관을 아직도 못 버려서 생기는 문제입니다.
걱정하고 있어봤자 아무런 도움이 안 돼요.
그들을 위해서 자기가 무엇을 할 수 있겠어요? 감정낭비일 뿐입니다.
이것을 마치 사랑인 것처럼 말하기도 하지만, 제가 보기엔 그냥 어리석은 겁니다.
내 일도 아닌데 괜히 관여하지 말고.. 딸을 탁 믿고 신경 끄세요.
"내 딸은 어떤 일이 있어도 지 인생을 잘 살 거다"
그러다가 돈이 필요하면 내가 돈을 좀 주든지, 차를 태워줘야 할 것 같으면 차를 태워 주든지..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이 있으면 하면 되는데, 공연히 걱정만 하고 있거나
문제를 해결해 주지 못 한다고 마음 아파하고 있으면, 그건 내 영역이 아닙니다.
그런 식으로 생각하면 죽을 때까지 늘 걱정만 하다가 죽습니다.
스님 말이 너무 매정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이렇게 해야 인생을 자유롭게 살 수 있습니다.
내 할 일은, 자식이 성년 될 때까지 키워준 걸로 졸업을 해야 합니다.
그래야 자기가 자기인생을 살 수 있지, 아니면 늘 근심걱정 하다가..
눈 감는 날까지 온갖 걱정을 하다가 죽어야 합니다.
오히려 딸이 힘들다고 말해도.. "그래, 세상이 마음대로 안 되지..
너도 니 딸 때문에 힘들지? 아빠도, 너 어려서 말 안 들을 때 힘들었어 ㅎㅎ
그래도, 말 안 듣던 너도 이렇게 커서 잘 사는 것처럼 괜찮을 거야.
너무 연연하지 마라. 애들은 원래 크다 보면 고집도 세고, 말도 안 듣고
학교 적응을 못 하기도 하고.. 그러면서 자라는 거야.. 지금은 뭐 큰 일 같지만
그런 애들이 커서 또 인생을 살고 세상을 움직이고 그러는 거야."
딸이 물으면 이렇게 격려를 해 줘야 합니다.
묻지도 않았는데 그런 소리 하면 싫어해요. 묻거든 그러라는 것이고..
신경 꺼 주는 게 제일 좋아요. 이것이 최고의 수행입니다.
'내 할 일 다했다. 그건 자기 일이다, 내 일 아니다'
이렇게 딱 선을 긋는 게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