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이는 칼 살리는 칼
岩頭全
암두(岩頭 ;828~ 887) 선사는
천주(泉州) 의 남안현(南安縣) 사람이다.
속성은 가(柯)씨이며 법명은 전할이다.
영천사(靈泉寺)의 의공(義公)에게서 수업하다가
장안(長安) 서명사(西明寺)에서 구족계를 받고,
후일에 덕산(德山)의 문하에 들어가 그의 제자가 되었다.
나산 스님이 암두 선사께 물었다.
"선사께서는 30년 동안 동산(洞山) 문하에 계셨으면서도
동산을인정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렇다."
"선사께서는 스승 덕산(德山)의 법을 이으시고도
덕산을 인정치않았습니다."
"그렇다."
이에 나산 스님이 다시 물었다.
"덕산을 인정하지 않으신 것은 묻지 않겠습니다만
동산에게는 무슨 허물이 있다는 것입니까?"
선사가 대답했다.
"동산은 좋은 부처이지만 광채가 없다."
소산 스님이 암두 선사를 뵈러 왔을 때였다.
선사는 그를 보고는 고개를 떨구고 자는 척했다.
소산 스님이 가까이 가 오랫동안 서 있어도
선사는 꼼짝하지 않았다.
이에 소산 스님이 졸고 있는 평상을 두드리며
선사의 손을 한 번 흔드니 선사가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무언가?"
소산 스님이 대꾸했다.
"선사께서는 좀더 푹 주무십시오."
이에 암두 선사는 깔깔거리며 크게 웃으면서 말했다.
"내가 30년 동안 말타기를 익혔는데
오늘 아침 당나귀 발에 채였구나."
협산(夾山) 선사의 어느 제자가 석상(石霜) 선사를 찾아와
문턱에 걸터앉자마자 얼른 인사를 했다.
"안녕하십니까?"
그러나 석상 선사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말했다.
"이 중놈아, 필요없어."
"그럼 안녕히 계십시오."
그 스님이 이번에는 암두 선사를 찾아와
방에 들어서자마자 인사를 했다.
"안녕하십니까?"
그러자 암두 선사는 이렇게 대답했다.
"허,허!"
찾아온 스님은 이번에도 전과 같이 말했다.
"그럼 안녕히 계십시오."
그 스님이 뜨락을 내려서 가는데
암두 선사가 뒤에다 대고 말했다.
"젊은 친구지만 예절을 아는구나."
그 젊은 스님은 자기 처소로 돌아와 스승 협산 선사에게
두 선사를 찾아뵈었던 일을 이야기했다.
협산 선사는 후일 법상에 올라가 대중들에게 말했다.
"지난번 암두 선사와 석상 선사를 만나고 온 스님은
이리 나와서자세히 말해 보라."
그 스님이 나와서 두 선사를 뵈었던 이야기를 마치자
스승 협산선사가 물었다.
"모두들 알겠는가?"
아무도 대답하는 스님이 없자 협산 선사가 말했다.
"아무도 말하지 않으니 이 노승이 말해야겠다.
석상은 사람 죽이는 칼을 가졌지만 사람 살리는 칼은 없다.
암두 선사는 사람 죽이는 칼도 가졌고
사람 살리는 칼도 가졌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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