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스크랩] 기도 성취가 안 됐을 때

작성자신비아|작성시간23.03.01|조회수1 목록 댓글 0



불교방송의 상담프로그램을 듣다보면 스님들께서 항상 강조하시는 말씀이
어떤 소원이든 간절하게 기도하면 반드시 이루어진다고 하시는데..
물론 더 힘을 내서 기도를 하게 해주는 격려차원의 긍정적인 효과도 있겠지만
신앙적인 측면이 아니라 수행적인 측면에서 생각해보면
여기에는 몇 가지 부작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
 
사실 어느 하나의 결과가 나타나는 데는 엄청나게 많은 원인과 조건들
종합적으로 작용해서 이루어지는 것이지, 어느 한두 가지로 되는 게 아닙니다.
(서정주 시인의 '국화 옆에서' 또는 장석주 시인의 '대추 한 알'처럼)
 
그래서 물론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최선을 다 해놓고 봐야 하지만  ('진인사대천명'처럼)
나만 열심히 한다고, 나만 잘 한다고, 나만 기를 쓴다고 해서 꼭 내 뜻대로 되느냐?
그건 아무도 장담할 수 없고.. 그래서 열심히는 하되 어떤 결과가 나오든 수용하는 마음..
기꺼이 받아들이는 것이 오히려 수행자가 취해야 할 바람직한 마음자세이지
간절하기만 하면 무조건  내 뜻대로 세상만사가 돌아갈 것처럼 생각하는 것은
지나친 욕심에 불과하고 위험하기까지 한 사고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물론 기도는 간절하게 해야 하지만
"간절하면 이루어진다"는 것을 너무 단정적으로 강조하면..
 
1. 소원대로 안 됐을 때, 안 된 것만도 괴로운데 정성이 부족하다는 오명까지 써야 하고
    나아가 자책까지 하게 되고, 남하고 신심을 비교당하게 되고.. 이러면 어찌합니까?
 
 2. 그리고 그런 조언은 또 '어떻게든 이루고야 말겠다'는 욕망을 더 키우고 부채질하는 것은 아닌지 염려되고,
 
3. 아주 근본적인 것으로는, 내가 원하는 게 정말 좋은 게 맞나? 하는 문제입니다.  (새옹지마 고사, 예측불허 인생)
    내가 보기엔 분명히 좋아 보이지만 불보살님처럼 더 눈밝은 분이 보시기엔 다르게 보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쥐약이 든 케이크가 있는 선반 위로 올려달라고 간절하게 기도하는 쥐의 소원을 신은 들어줄까?)
    (면도칼이 예쁘다고 가지고 놀게 달라고 보채는 세 살배기 아이한테 그걸 주는 엄마가 있을까?)
 
4.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쨌거나 불보살님이든 하느님이든 
    간절하게 원하기만 하면 무조건 들어줘야 한다면
    그분들보다 내가 더 높다는 말이 아닌가?
    그분들은 내 수하에 불과한 것인가?
 
-햇빛엽서-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 북마크
  • 공유하기
  • 신고하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